▲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삼일독립만세운동은 기독교 정신(신앙)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었다.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정신이 마치 마른 장작에 불붙듯이 폭발하는 힘을 가졌다. 그 때까지 세상을 이끌던 유교와 불교는 부패하여 힘을 잃었을 때다. 그 때 새로운 기운이 일어나서 삼일독립만세운동을 일으킨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것은 꼭 기독교라야만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시대를 넘고, 국경을 넘으며, 정파를 넘는 하나의 기운, 하나의 정신, 하나의 영이 그 때 그 당시 그들 몇몇의 구멍을 통하여 세상에 나타났다. 그렇게 해서 천도교와 불교와 기독교가 하나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소리 내는 구멍은 바로 우주의 기운이 통하는 작은 구멍이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 구멍을 막지 않고 뚫어 놓았기 때문이다. 풀이 죽지 않고 파릇하게 살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주의 소리를 받아서 함께 내질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기 위하여 굉장히 많은 단체들과 조직들과 기관들과 사람들이 꿈틀거린다. 그것은 바로 지금이 그날 그때에 절실하게 필요하였던 것들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100이라는 숫자의 마력을 빌리자는 것이 아니라, 그 때 살아있던 팔팔한 기운이 사그러들어서 새로운 기운을 받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본다. 현상은 그것을 기다리는데, 아직 그 정신이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삼일정신은 엄밀히 따져서 어떤 종파나 정파 또는 단체의 소리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은 우주를 관통하는, 민족과 나라와 사람을 다 관통하는 살아 있는 보편정신이었다. 그 정신이 때와 곳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그 당시의 정신에게 한 소리였다. 그래서 겉으로 내걸었던 나라의 독립은 이루지 못하였지만, 사람들 속에 거룩한 기운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오늘 그것을 그리워함은 바로 그것을 되살려 보자는 일이다. 무엇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하나 된 마음이다. 하나의 생명의 소리다. 나라도 민족도 종파도 정파도 다 넘는 하나 된 소리와 맘이 무엇일까? 자기 자신의 이권과 이득에 맞는 소리를 떨쳐버리는 일이다. 기독교가 그런 위대한 일을 했다는 헛소리를 버리는 일이다. 천도교가 주도했다는 따위의 소리를 헛것으로 돌리는 일이다. 그것들은 그냥 하나의 뚫린 구멍이었을 뿐이다. 소리는 지난 번 나타났던 촛불과 같이, 시대를 타고 오는 시대를 넘는 굉장한 소리다. 지금 그 소리를 받으려면, 역시 막힌 구멍을 열어 놓는 일이다.

지금 기독교는 100여년을 지나오는 동안에 너무 커졌다. 너무 부유해졌다. 너무 세력이 강력하여졌다. 너무 조직화하였다. 너무 제도 속에 깊이 들어가 있다. 정치화하였고, 돈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니까 지도자라는 거짓, 학자라는 껍질이 변질된 학문체계와 설교와 목회라는 교회운영을 통하여 오랜 기간 만들어 길들여와 굳어버린 껍질이다. 그것들이 소리를 내는 구멍을 틀어막아 버렸다. 이제 다시 찾아야 하는 독립선언은 바로 세기를 넘나드는 그 기운을 받아서 뻥 뚫린 구멍으로 소리를 내보내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삼일정신을 찾으려는 운동은 오래도록 굳어진 제도로부터 사람을 해방하는 운동이라야 한다. 어설픈 신학과 신조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종파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운동이다. 사제를 통하고, 제도화한 교회를 통하고, 기준이 되다시피 한 신앙신조를 외우므로 해방에 이른다는 거짓으로부터 벗어나는 깨우침의 운동이다. 믿음은 자본주의화 할 수 없다. 숫자 놀음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과 신도수로 모든 것을 가름하려고 한다. 타락도 이런 타락이 없다. 그러므로 기독신도들은 자기만의 믿음, 조직 아닌 산 진리와 직통하는 믿음체계로 가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세습이니, 교단이니, 총회니, 노회니 하는 헛 조직을 버리고, 참사람의 거침없는 믿음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는 데 온 힘을 쏟는 운동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굳어진 교회를 해체하는 것을 통하여 참 진리를 찾는 믿음으로 가는 운동이 오늘을 맞는 삼일정신의 소리일 것이다. 무수히 많은 종파로 갈라진 것은 일종의 거대한 타락이다. 그러나 더 엄격히 따져 들어가면 아주 철저히 갈라지고 찢어져서 한 사람만으로 구성되는 교파, 즉 하나의 신도만이 있는 종교가 될 때 참 진리를 맞는 믿음체계에 도달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목사나 신부, 교회나 성당을 통하지 않는 하나님과 직통하는 믿음을 모두가 가질 때 참 독립의 보편정신에 가 닿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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