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형 은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난다. 4월 27일의 만남은 어쩌면 ‘세기적인 만남’이 될지 모른다. 비핵화를 중심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긴장을 풀 묘수를 양 정상이 찾아낸다면 그렇게 된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 

20세기에 제1차와 2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2차 대전 이후에 동서 냉전이 시작되었다. 1947년에 기자이며 정치평론가인 리프먼(W. Lippmann, 1889-1974)이 개념화한 냉전(The Cold War)은 전후 40여 년을 이어졌다. 8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개혁 개방 정책을 표방하면서 이 체제가 변화되었다. 구 소련이 해체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로 세계 시장의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냉전 이후 시대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중동과 한반도의 상황은 예외였다. 한반도의 경우 남북의 대립을 해소하려는 남한 정부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은 때도 있었지만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는 못했다. 이런 흐름에서 북한의 핵은 늘 의제의 중심이었고 북한의 핵 기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정도가 되면서 판이 바뀌었다.

역사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힘의 충돌을 크게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갈등으로 보기도 한다. 적절한 통찰이다. 세계사에서 대륙과 해양이 연결되는 지점에서는 늘 그런 현상이 있었고 반도라는 지정학적 상황이 대표적이다. 발칸반도가 또 그런 표본적인 사례다. 반도에 위치한 국가의 길은 크게 세 가지다. 약한 경우는 대륙이든 해양이든 외세에 눌려 식민지가 된다. 강한 경우는 대륙으로든 해양으로든 세력을 확장하며 강국이 된다. 이탈리아 반도가 그런 경우다. 힘이 어중간할 경우는 외교적 기술로 대륙과 해양의 양 세력을 아우르며 생존한다.

한반도의 주변 국가들이 사실상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남북이 통일되어 현재의 남과 북의 모든 힘이 결집된 상태다. 중국, 일본, 러시아가 결코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은 이 세 나라와는 상당히 다르겠지만 단순하게 지지할 상황은 아닐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결코 그리 단순하게 진행될 수 없겠지만, 이론적으로만 볼 때 남북이 통일되면 동아시아의 힘의 역학 구도에 근본적인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독일이 풀어야 했던 가장 큰 몇 가지 과제 중 하나가 통일 독일이 주변국과 세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나라들에 설득하는 것이었다. 강한 힘을 가진 독일이 저지른 대표적인 역사의 범죄가 홀로코스트 곧 유대인 학살이었다. 독일이 홀로코스트에 대하여 그렇게 엄격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을 정치 외교적인 시각에서 보면 독일에게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 12월 서독 총리 빌리브란트가 폴란드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겨울비로 바닥이 젖어있었다. 무릎을 꿇는 것은 예정에 없었다. 헌화를 하고 묵념할 차례였다. 그때 브란트 총리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이 장면이 세계로 전송됐다. 독일이 통일되어도 주변국들에 다시는 폭압적인 힘을 부리지 않겠다는 것을 감성으로 대변한 사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두 정상을 보좌하는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4·27 판문점’이 역사 흐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통찰하고 잘 보좌하기를 바란다. 사람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제 이름이 남아 기억되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으로 말이다. 역사상 최고의 형벌은 사형도 부관참시도 아니다. 이름을 비롯하여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역사의 기억에서 도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 문명사적 대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역사에서 그런 큰 반전이 많았다. 그때 그 현장에 살던 사람들은 그토록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줄 몰랐다. 필자가 1989년 9월에 독일로 유학 갔는데 그해 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보훔에서 뉴스를 들으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 세기적인 사건이 벌어질 줄은 까맣게 몰랐다. 동서독 정치인들도 몰랐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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