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명 사제의 ‘사목의 길’ 엮은 책, 깊은 감동

“사목자가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 당신의 성심으로 양들을  이끌 수 없다면
사목은 일이 되고, 그 일은 결국 영혼 없는 인간의 몸짓에 불과합니다”

‘양 냄새 나는 목자’로 살고자 애쓰는 삶의 모습 귀감

 

▲ <성당지기 이야기> SSP 지음/성바오로

“사목이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나오는 ‘모든 인간 구원의 봉사’를 위한 성사라 한다면, 제가 주의하고 버려야 할 것은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도 시작된 성직자로서, 목자로서의 ‘관료주의’였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계 제도의 조직적 특성이 교회의 존립 이유와 그 본뜻을 넘어선다면 목자는 본당 안에서 관료주의에 젖어 어느 순간 관리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목자가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 당신의 성심으로 양들을 이끌 수 없다면 사목은 일이 되고, 그 일은 결국 영혼 없는 인간의 몸짓에 불과합니다.”

한 시골 성당의 사제가 ‘사목은 일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몸으로 깨친 계기는 성당 안에서가 아니라 주일에 성당에 오지 못하는 이들을 몸소 찾아 나서면서였다.

장들을 돌며 장내기를 직업으로 가진 이들, 새벽부터 밤까지 장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은 장날이 주일과 겹치면 성당에 올 수 없어 미사에 빠지고 고해성사로 무거운 마음을 달랬다.

신부는 이들을 위해 추운 겨울 새벽 김밥을 직접 싸고 그 전날부터 밥솥에 넣어 두어 따뜻해진 베지밀 두유를 챙겨 들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장터를 직접 방문했다. 평복 차림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침 장을 준비하는 분주한 이들 사이를 지나면서 놓아둔 따뜻한 김밥과 베지밀,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요 또 하루를 살아낼 힘과 용기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성당에 속한 공소(公所) 중에 한센인 공동체, 신부가 자신들을 멀리한다고 여기며 냉랭하던 그들에게 다가갈 방법으로 월 1회 방문하던 것을 매주 방문했고 매월 마지막 주에는 그들을 성당으로 초대해 함께 미사를 드렸다. 신부를 위해 커피 잔과 수저 세트를 따로 준비하고 상도 따로 차리더니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점점 같은 상에서 어우러져 먹고 마시고 식사하고, 드디어 공소 미사는 한센인 공동체에게도 신부에게도 기다려지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자신을 ‘성당지기’라고 소개하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사제의 ‘사목의 길’을 엮은 책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책은 5개월 만에 3쇄 6000부를 인쇄했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책을 읽다보면 독실한 가톨릭 집안 막내로 태어나 신학교 졸업 후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로마에 유학했으며 귀국 후 시골 성당 주임신부를 거쳐 신도시로 온 50대 중반의 사제 등 저자를 추리할 수 있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목은 일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살아내기 위해 신자들의 작은 일상으로 찾아가는 사제, 관료주의에 젖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떨치고 사목의 본질을 배워가려는 치열한 몸짓, 그 속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감동의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책은 귀한 선물이다.

책에서 만나는 감동의 이야기들은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교우들’을 지속적으로 마음에 품고 기도하고 그들의 삶에 나아가면서 일어났다. 저자는 “그들이 저를 사제로 다시 만들어 주었고, 그들 덕분에 예수님의 마음을 알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양 냄새 나는 목자’로 살고자 애쓰는 모습, 사랑과 겸손을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사제의 삶이 담긴 책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예수님의 사랑은, 이 세상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 누군가를 위한 끝없는 대속임을 깨닫게 될 때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예수님의 십자가처럼 ‘못나서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많아서 지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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