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관장이자 교회 담임인 남기석 목사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체육관에서 드린 첫 예배, 제자 통해 목회는 숫자·건물 크기 아닌
복음을 진실하게 전하는 현장인 것 깨달아

“십자가 지는 삶은 고난의 길이 아니라 구원의 감격과
기쁨으로 지는 감사의 십자가”
복음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기를…

 

▲ 남기석 목사

“신앙, 목회, 무예 모두 나를 내려놓는 훈련입니다. 내 욕심, 내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가는 것을 날마다 훈련해야 합니다.”

인천시 서구 마전동, 실전격술도장 천무관의 관장이자 세계무술선교회 담임인 남기석 목사(50)의 손등은 울퉁불퉁 굳은살이 박여 엉망이었다. 1년 동안 나무를 매일 손등으로 2천 번씩 치고 얻은 훈장이다. 손등의 굳은살 이야기를 하는데 남 목사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과 동시에 입은 싱글벙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이른 아침 같은 시간에 손등으로 나무 치는 것을 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제정신인가…?’

손등으로 나무 치기,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한 제자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시작했던 것인데 이제는 날마다 목사로서, 무도인으로서 초심을 다지는 훈련이 되고 있다. 체육관이자 교회인 이곳에서 피어나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 그 속에는 힘겹지만 고난을 기쁨으로 감당케 하는 놀라운 일들이 경험되고 있었다.

# 진짜 목회는 한 영혼 사랑

“어느 날 중학생 제자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아침에 등교했다가 1교시만 마치고 도망 나온다는 겁니다. 아이를 달래고 야단치고 매를 들기도 했지만 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네가 학교 가는 시간에 나는 손등으로 나무를 치겠다, 내가 아픔을 견디듯 너도 힘들겠지만 견뎌달라고 부탁했어요.”

매일 나무 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아이에게 보냈다. 거칠고 단단한 나무껍질이 허옇게 벗겨지고 남 목사의 손등은 퉁퉁 붓고 피고름으로 범벅이 됐다. 그렇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약속을 지켰다. 3개월째, 아이는 더 이상 학교를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남 목사의 손을 보며 그를 참 스승으로 여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된 것은 아이만이 아니었다. 처음엔 반복해서 같은 곳을 치다보니 고통이 커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남 목사도 깨달음이 컸다. 실천되지 않는 복음, 입으로 쉽게 말하는 사랑, 그 의미가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까. 남 목사는 매일 나무를 치면서 스스로에게 ‘너는 누구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물음을 던지고 ‘나는 종이다. 죽을 때까지 섬김의 삶이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뇐다. 나무 치기는 그렇게 그리스도인으로서, 목사로서, 무도인으로서 기본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천무관에 가면 아이가 변한다는 소문이라도 난 걸까? 동네 말썽꾸러기들이 부모님 손에 이끌려 천무관에 들어오는 경우가 늘고, 남 목사는 아이들 일이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나섰다. 아이들의 진로 상담도 한다. 체육관을 목회 터전으로 삼고 있으니 체육관의 아이들은 모두 돌봐야 할 성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성도에게 목회의 길을 배우다

아이들만 보면 싱글벙글, 하지만 남 목사도 처음부터 사랑으로 그득한 사람은 아니었다.

학창시절 워낙 운동을 좋아해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그에게 교회 전도사님은 “기석아, 너는 신학대 들어가서 많은 영혼 구원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하는 말에 순순히 신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도무지 말씀이 믿어지지 않아 4학년 때 그만두고 체육 분야로 전향해 공부했다. 다시 신학을 마치고 목사안수 받은 것은 40세가 넘어서였다.

“전도사 시절 체육관을 병행하며 교회 교육파트 전임을 맡았는데 아이들이 예배시간에 떠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참고 겉으로는 인자한 말로 타이르려니 가식적인 내 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심했어요.”

목사안수 받기로 결심한 것은 체육관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운동을 배우며 인내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데, 나도 모르는 인내를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목사가 되어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고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기도원에 올라갔다. 집회 시간에 사람들은 기도하며 방언과 성령체험으로 분위기가 뜨거운데 남 목사만 냉랭, 도무지 변화가 없었다. 집회 강사의 ‘회개하라!’는 말에 기도 굴에 들어가 ‘왜 다른 사람들은 기쁨으로 가득한데 나에게는 기쁨이 없습니까’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과거에 저질렀던 작은 잘못까지 떠오르면서 회개가 터졌다. 눈을 떠보니 5시간쯤 지나 새벽빛이 밝아오는 시간, 산을 내려오는데 예전 같으면 날라 차기로 꺾어버렸을 꽃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개미 한 마리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생명인데 밟으면 어쩌나 조심조심, 새 소리가 찬양소리로 들리고… 남 목사 안에 기쁨으로 가득 차니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 후 목사안수 받고 체육관에서 세계무술선교회 이름 걸고 첫 예배를 드렸다. 남 목사 앞에 앉은 성도는 아내와 제자 세 명뿐, 첫 예배를 드리면서 남 목사는 ‘교회를 빠르게 성장시키겠다’는 나름의 계획을 품었다. 하지만 그의 야심은 첫 예배 때 여지없이 무너졌다.

“예배 시간에 이웃과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더니 초등 1학년 제자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어요. 그 아이는 엄마가 안 계셨어요. 얼굴도 모르는 엄마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렸어요.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죠.”

목회는 한 영혼 한 영혼을 사랑으로 품어야지 숫자, 건물 크기로 따져서는 안 된다는 걸 그때 깨우쳤다.

# 고난의 십자가? 감격·기쁨의 십자가

그에게 목회자의 길을 가다듬게 한 사건이 또 있었다. 운동하러 왔던 동갑내기 남성이 자발적으로 아내와 함께 예배에 참석해 남 목사로서는 첫 장년 성도가 생긴 때였다. 그런데 그 성도가 어느 날 몸이 아파 병원에 가보니 위암 3기였다. 그는 1년간 투병생활 하다 죽음을 맞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문안 간 남 목사에게 그 성도는 ‘장기는 암이 퍼져 기증하기 어렵겠죠. 아! 눈은 가능하겠네요!’ 하고 웃으며 오히려 남 목사 부부를 위로했다. 병으로 몹시 마른 상태였지만 그의 얼굴과 눈빛은 밝게 빛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죽음 앞에서도 하나님께 의지해 기쁨으로 가득한데, 생명을 나눠주려 하는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내게 맡겨주신 양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는가… 남 목사는 “성도들과 아이들이 나에게 목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고 했다.

천무관은 입관비는 있지만 이후 회비 납부는 자율에 맡긴다. 회비를 셈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이 돈으로 보이더라는 것이다. 또 형편이 어려워지면 운동을 중단하는 것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회비 납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다만 체육관 월세 날짜가 다가오면 부모들에게 납부 요청을 드린다. 혹시 회비 납부가 어렵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절대 내색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실전격술도는 남 목사가 만든 무술이다. 그래서 천무관은 실전격술도 본원이다. 합기도 유단자였던 남 목사는 필리핀에서 전통무술을 실전에서 싸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보고 실전격술도를 만들었다. 실전격술도는 강단선유, 즉 격투, 근접교전술, 급소가격, 힘의 흐름을 조정하는 등의 무술을 융합한 것이다.

체육관이 허름하고 관장도 이상(?)하지만 천무관은 이종격투기(MMA) 분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름도 나지 않은 체육관에서 선수들이 출전해 줄이어 우승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신학생이 된 최무송 선수가 있다. 해외에서도 실전격술도를 배우기 위해 매년 20~30명 정도가 체육관을 찾아온다.

“시합은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는 훈련을 위한 것입니다. 3개월 간 강한 훈련을 이겨낸 아이들은 이전보다 부쩍 자라는 것이 보여요. 실력 있다고 그냥 출전시키면 아이에겐 오히려 독이 되지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법 없이 살던 아이들이 체육관에 와서 훈련을 통해 ‘법’을 지키며 싸우는 것을 배우면서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아이들이 이런 훈련을 통해 더 나아가 하나님의 법을 따라 살아가는 것을 배울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자기 십자가 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고난의 길이 아니라 구원의 감격과 기쁨으로 지는 감사의 십자가”라면서 “아이들에게 그 기쁨이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남기석 목사, 복음을 복음 그대로 보여주는 목회자가 되고 싶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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