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광 섭
창현교회 원로목사

우리 사회 살림살이에서 걱정스러운 많은 일들이 생긴다. 그 중에서도 요즘에는 세 가지 문제에 대하여 종교인들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첫째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문제, 둘째 양심적 병역 거부자 문제, 셋째 동성애 문제다. 나라가 정책적으로 제주도 관광산업을 육성하자고 무비자로 세계 앞에 나라 땅을 드나들 수 있게 문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 예멘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이다. 올해만도 500명이 난민신청을 했단다. 제주도가 수용하기에 문제가 된 이유가 많다. 일자리와 그들의 풍습과 문화,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그들의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법을 바꾸어서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미 들어 온 사람들이라도 강제 출국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유야 어찌하던 난민들은 그 나라 그 땅에 살 수 없어 우리에게 온 사람들 이다. 신앙인으로 경전의 장·절을 들추어 가며 찬반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들어와 있다.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은 우리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한 사람들이다. 아니 생명들이다. 단 하루라도 그들을 편하게 살게 한 뒤에 찬반을 의논하자. 이런 문제 앞에서 정직하고 싶다. 아직 우리에게 그럴 만한 정책과 자원과 마음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가?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정치인들의 능력과 소양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세계인으로 살기에 우리들의 자질이 미숙한 것은 아닌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겠지만 사실일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주장은 신앙을 가진 자로 내가 죽는다 해도 다른 생명을 죽이는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잘못 된 것일까? 아니다. 나도 그런 세상을 바라고 있다. 총칼을 녹여 농사짓는 연장을 만드는 그런 세상을 살고 싶다.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종전 선언도, 결의도 아직 못한 나라다. 몇 번의 전쟁에서 나라와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죽은 우리 가족들이 있다. 전쟁으로 자식과 남편과 아버지와 형제를 잃은 우리들이다. 국군묘지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 놓고 가족들을 그곳에 묻었다. 그러기에 이 땅의 젊은이라면 국방의 의무는 취사선택을 할 수 없는 절대 의무로 법으로 정했다. 국방의 의무가 옳다 그르다고 의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국방의무를 하겠다는 젊은이가 생겼다. 이것은 법과 현실 앞에서 개인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상황 윤리적인 문제다. 2018년 2월 15일 인천지법에서 병역의무 거부를 무죄라고 선고했다. 이제부터 문제가 된다. 의무의 형평성과 병역의무 대체를 어떻게 해석하고 처리할 것인가? 치열하게 논하자. 그리고 다시 법으로 정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도 결정된 법과 역사의 명령을 받들고 자신의 신앙에 철저하게 살기를 바란다. 동시에 그들을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공헌하도록 나라 사람들은 그들의 신앙과 삶을 수용하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동성애 혹은 성 소수자 문제도 그렇다. 옳은가? 그른가? 죄가 되는가? 하는 문제보다 그런 사람들이 있고 있어 왔다. 세계는 아직도 동성애 문제에 대하여 선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진국은 그들을 품고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동성애가 죄가 된다, 아니다가 아니라 하늘이 준 생명의 한 사람으로 잘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동성애 문제를 이야기 할 때 종교는 그 다름에 대하여 정죄하기보다 그들도 구원 받을 백성으로 여기고 함께 살도록 수용하는 심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들을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 그들을 정죄하거나 거부만 한다면 그 신앙과 종교는 참으로 큰 종교가 될 수 없다. 거리에 나서기 전에 문제를 향한 우리 스스로의 모자람을 살피자.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 가슴을 모아 사랑의 심정으로 신학과 신앙과 정책을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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