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떨어지려는 순간 별들이 그의 손과 전화기를 비춰주었다.
그래서 자신의 죽고 싶은 마음을 털어 놓았다. 이야기하는 중에
그는 자신이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이 긴 다리를 건너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오랫동안 헤어져 길게 돌아왔던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반갑게 만났다. 하나 되어  유유히 흐르다 잠시 팔당에서 쉬었다 이내 서해바다로 간다. 그 길목에는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땅에 내려와 반짝거리기 때문에 아름답게 빛난다. 특별히 한강의 남쪽과 북쪽을 잇는 다리는 색색의 작은 별들이 촘촘히 떠 있어 더없이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새벽 두 시, 이 멋진 다리의 한복판 난간에 한 40대 초반의 K씨가 매달려 전화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동안 술만 먹었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잠도 자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한강으로 온 것이다. 이곳에 오면 왠지 자신의 이 모든 고통이 끝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어두움을 휘감고 몰려가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곳으로 그냥 뛰어내리면 흔적도 없이 어둠 속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각오하고 온 것과는 다르게 두려웠다. 죽는다는 것이 무섭고 불안했다. 그런데 전화기가 별빛에 비추어지더니 자신의 손이 그것을 잡는 것이었다. 그는 전화기 저편으로 무엇인가 비몽사몽 외쳐댔다.

“선생님, 죽고는 싶은데 죽을 각오는 되어 있는데 왜 이렇게 전화를 하고 있나요. 술을 먹어서 그런가요. 저 같은 사람 하나 없어진다고 해서 이 세상이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은데. 선생님, 무서워요. 저 그만 살면 안 되나요. 살려 주세요.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저 자고 싶어요. 그 여자 없으면 잘 수도 없고 배고파도 밥도 못 먹어요. 근데 저는 그만 살고 싶어요. 더 이상 부모님께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SOS 생명의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 119 구조대와 경찰이 와서 그의 신변을 인수해 갔다. 이제 그는 경찰에서 조사 받고 집으로 귀가하거나 다시 상담을 받을 것이다.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하지 않아서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무척 고통스러웠다. 자신이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달려왔는데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으려고 별들이 급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가 떨어지려는 순간 별들이 그의 손과 전화기를 비춰주었다. 그래서 자신의 죽고 싶은 마음을 털어 놓았다. 이야기하는 중에 그는 자신이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이 긴 다리를 건너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사람들 사이도 남한강과 북한강만큼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간다. 그러나 그 외로움과 아픔의 골짜기를 지나면 언젠가 하나로 만나 어깨동무하며 갈 수 있다. 그의 절규는 하늘에 도달되었다. 하늘은 다급히 별을 보내주어 전화기를 비춰 주었고, 마음속에 산산조각 난 다리를 이어주는 상담사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세월을 다 보낸 후 그가 지난 시절 아팠을 때 이 신비한 경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매일 밤 다리 난간에 앉아 생과 사를 고민하는 분들을 만난다. 이들은 자기를 아무 조건 없이 수용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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