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형 은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늦더위가 있지만 가을이다. 조금 더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제대로 불 것이다. 얼마 더 지나지 않아서 찬바람도 느껴질 테다. 서리가 내릴 즈음에는 유난히 심했던 올 여름 더위가 언제였는가 싶을 것이다. 제아무리 뭐래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세월이 지난다.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는데, 세월의 흐름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내 나이가 드는 것이다. 내 인생의 나이가 들면서 주변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 내가 변하니 삶과 세상이 달라 보인다.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변화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람은 물론이고 자연 만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비롯하여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수명이 다한다. 한 개체로 보면 사라지는 것 같지만 종으로 보면 아니다. 다른 개체의 생명을 통해서 존재를 이어간다. 생명이 없는 것들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타고 존재한다. 돌은 잘게 부서지고 부서진 것들이 흙속에 묻혀 오랜 세월 동안 눌리면서 다시 더 큰 돌덩어리의 일부가 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지구 행성의 생태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지만 여전히 거기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와 한반도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옛날 일만 생각하고 이전의 기준과 방식만 고집하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전 경험을 참고하되 세월의 변화 요인을 깊이 고려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신앙적으로 보면 한국 교회가 바로 서서 걸어가는 것이 한반도 상황에서 참으로 중요하다.

큰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재 상황에서 한 단면을 보자. 명성교회의 세습 사태다. 예장 통합 측의 지난 총회에서 명성교회의 세습 건이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일이 산더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교회가 사회의 비난거리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쉽게 낙관할 수 없다. 인류 역사에서 돈과 권력은 언제나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었다.

어쩌면 상당히 긴 기간을 끌면서 해당 교단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고 교단 내부가 분열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교회와 연관하여 더 이상 무슨 기대를 갖지 않는 일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이런 상황을 처절하게 겪으면서 더 낮아지고 부서짐으로써 한국 교회가 다시 사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라면, 신앙인으로서는 깊이 기도하며 겸허하게 순종해야 하리라.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의 상황이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정도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의 지난 번 만남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통속적인 상거래의 성공적 경험을 정치에도 거침없이 내지르는 트럼프의 방식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문제인 대통령의 조율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풀어가야 할 한반도의 문제들에서 얼마나 성공적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남북관계를 중심한 한반도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정당들이 저마다 계산이 다르다. 사회의 각 집단들도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다르고 세대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 한반도의 상황이 평창 올림픽 이전의 상황으로,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어떤 무력 충돌이 벌어질 상황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다. ‘까짓 것, 전쟁을 해야 한다면 하지 뭐!’ 하는 생각은 지극히 위험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속도 조절, 방법의 선택, 풀어야 할 문제들의 선후 관계 등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한반도의 상황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삼팔선이 무너지게 하옵소서’ 하는 고전적인 기도는 문자대로 풀면 북한 붕괴론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런 방향으로 계속 기도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하나님의 더 깊은 섭리를 묵상해야 하는가. 세월은 흐르는데 우리는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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