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소위 성직자들이 입는 옷을 벗어 일상복이나 노동복으로 갈아입고, 권위주의의 껍질 속에 갇혀 있는 성직에서 내려와 평범한 사람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종교개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시대인 지금 민주주의가 가장 되지 않는 곳이 종교조직이다. 개방과 개혁의 시대라고 하는데 가장 낡은 껍질 속에서 자기 울타리를 치고 그 좁은 틀 속에서 안락한 삶을 꾸리려고 하는 것이 종교조직이다. 그러면서 마치 온갖 진리와 옳음과 정직과 소박함과 열림을 독차지한다고 착각하거나 선전한다. 지금 불교 조계종단에서 일어나는 권력싸움, 교회들의 교역자 세습과 그것을 인정하는 대표집단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대표자 뽑는 문제의 타락상은 참 민망함을 넘어 지저분하고 지극히 격이 떨어진다.

말로야 진리의 종이니, 하나님의 종이니 하지만 실지로는 지배자로 군림하고 돈과 권력과 조직의 종으로 영화를 누려보자는 심산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물론 과거 아직은 무지몽매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을 지도하고 보호하던 성직자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어느 정도 통하던 것들이 시대가 달라지면서 낡은 제도와 관행으로 폐기된 것들인데 그대로 입고 살아가려는 착각이 스며들어 있다. 현실은 그런 틀을 깨라는 것인데, 종교조직의 의식과 관행은 옛것을 고집한다. 마치 그것들을 불변의 진리로 착각하면서. 문제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지금 많은 종교단체나 조직들은 매우 큰 근심에 빠졌다. 성직이라는 종교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인 인력이 소멸한다는 것이다. 일반 신도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성직자 지원 자체가 감소하거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겉 제도와 규정을 바꾸어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려 하지만 사람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위기의식에 빠진다. 여기에서 위기란 다른 것이 아니고, 이제까지 내려왔던 관행과 의식과 제도(종교의 틀)를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배와 조직과 형식에서 보면 위기지만, 진리실현의 알짬에서 볼 때는 참으로 좋은 기회다. 껍질을 벗고 새로운 속 알을 차릴 때가 되기 때문이다.

종교는 참살이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도구가 마치 참의 자리에 앉아서 진리처럼 떠받들어진다는 점이다. 참, 진리를 보조한다는 껍질이 굳어져서 생명력을 잃고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런 군더더기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이러할 때 살 길은 그것을 떨쳐버리는 일이다. 문제는 성직이라는 직업 때문이라고 본다. 그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한 번 목사, 신부, 승려가 되면 영원하다는 제도가 문제다. 그 직은 생명살이의 자리다. 밥벌이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자가 생명살이를 할 수 없게 됐을 때는 그 자리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성직 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깊은 종교체험에 들어가고 머물러 있는 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떠나야 한다. 그것은 종교교육과 삶에 달려 있다.

그러니까 기독교의 신학교육이나 불교의 승가대학교육을 받은 출가자만이 성직을 맡을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달라져야 한다. 그 교육은 모든 신도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성직자 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종교의 진리를 가르치는 마당으로 바꾸고, 각 종교조직 안에서 아주 탁월하게 종교성이 뛰어나거나 영성이 깊은 자가 그 능력을 간직하는 한 성직에 머물게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직업이 아니고 조직체계의 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제도 자체를 돈과 권력의 위계체계의 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개혁된다면 신도수가 줄어들거나 신학생이나 승가대학생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집단이든지 그 집단 안에서 그 당시 가장 영성이 깊고 덕이 넓고 높은 이는 존재한다. 그로 그 종교집단의 영적 지도자로 일하게 하면 된다. 그때 부름 받은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교계의 더러운 진흙탕 싸움은 극복되고, 신도들이 편안히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게 자유롭고 독립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종교조직체계는 신도나 성직자 모두를 조직과 교리와 제도와 위계체계의 종으로 살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참 종교가 행세하게 하려면 각 종교기관의 교육을 일반화하고 조직체계를 훼파하여 민주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계층을 분명히 하는 틀 안에서 복작거려보아야 진리로 가는 길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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