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광 섭
창현교회 원로목사

일주일 전 일이다. 점심 식사 시간에 마주앉은 사람은 내 연배의 교인이었다. MBC 문화방송 피디수첩이라는 프로를 보았단다. 명성교회 이야기다. 그 교인은 “평소에 그분을 존경해 왔는데 피디수첩을 본 후에 너무도 실망했습니다”라고 한다. 옆에 있는 다른 식탁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기에 “그 이야기 하지 맙시다.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영입니다”라고 답하고 대화를 끊었다. 진즉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다른 의도가 있든 없든 그 방송 프로의 내용은 실망을 넘어 부끄러웠다.

한 목회자 개인의 잘못된 선택과 실수로 넘기기에는 그 악한 영향은 너무나도 크다. 이 문제는 한 교회의 문제라거나 그가 속한 교단의 문제라고 축소해 생각하기에 도를 넘어버렸다. 하기 좋은 말로 그만하면 성공한 목회자다. 아니 목회자라면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해낸 능력 있는 자다. 그의 설교가 신학적으로 어떠한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많은 교인들이 은혜를 받는다니 목회자들이 닮고 싶어 할 만했다. 그는 한평생 생명 구원을 위해 성경의 말씀을 설교하며 성직을 수행했다. 그는 상상하기에도 엄청난 규모의 조직과 교회를 만들었다. 참으로 한 시대의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은퇴라는 현실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처신은 너무나도 추하다. 한국기독교를 어그러진 모양으로 만들어버렸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구주이십니다’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이든 아니든 대한민국의 역사와 뭇 심령들 앞에 기독교를 이 지경으로 보이게 만들어 놓았으니 할 말이 없다.

새끼 목사가 되기 전 신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성서처럼 들은 선배들의 이야기가 있다. 목회자가 꼭 지켜야 할 세 가지와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세 가지가 있다. 꼭 지켜야 하는 세 가지는 첫째, 언제 어떤 자리에서든지 설교를 부탁받을 때 할 수 있도록 설교는 항상 준비 돼 있어야 한다. 둘째,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을 때나 사임을 해야 할 경우에 그 어떤 이유와 변명을 달지 말고 떠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셋째, 죽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목사로 성직을 수행하다 보면 악한 힘과 조직 앞에서 무한히 약함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때에도 그 악한 힘 앞에서 하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라는 것이다. 아니 아무리 어렵고 궁색하고 궁지에 몰린다 하더라도, 아니 혼자라 해도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천하며 살라는 것이다. 목회가 끝나면 한 사람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 세 가지를 줄여서 설교 준비, 이사 준비, 죽을 준비라고 한다.

목회자로 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설교를 바르게 못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이성의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돈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이 세 가지 중에 그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목회를 더 이상 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더 설명을 붙일 필요도 없다. 너무도 확실하고 분명하다. 그런데 800억이라니? 어디 그 뿐이겠는가? 그래서 말이다. 분명히 ‘아니오, 안 됩니다’라며 잘못 되었다고 직언을 하거나 그리 할 수 없게 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 함께하며 침묵으로 넘겨 버린 너와 나도 공범이다. 그래서 더 부끄럽다.

신앙인의 헌금은 하나님의 나라 완성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다. 하나님에게 드린 하나님의 것이다. 그것이 사용되는 흐름도 거룩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돈이 비자금으로 숨겨지다니? 더구나 자금의 형성과 쓰이는 과정에서 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니 이건 목회가 아니다. 교회라는 사업을 한 것이다. 아니 더럽게 기업을 운영했다. 악한 기업주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절대로 죽지 말고 제 명이 다하도록 오래 오래 살기를 바란다. 가리욧 출신 제자 유다는 예수님으로부터 너는 차라리 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유다는 회개의 기회도 가지지 않은 채 스스로 자결했다. 절대로 그런 일 없기를 바란다. 오래 살라는 것은 베드로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제자 가운데 반장급 수장이지만 더럽고 비열한 놈이기도 했다. 그 이중성을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칠 줄 알았다.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가는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네가 버린 로마를 구하기 위해 내가 간다’고 하시자 뉘우치고 로마로 향했다. 거기서 체포되어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하는데 예수님과 같은 모양으로 죽을 수 없다고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죽었단다. 베드로는 과연 반석이었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에게도 기회는 있다. 이제라도 예수님의 방문을 받고 말씀을 듣기 바란다. 한 인간의 좋은 작품을 남기기를 바란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