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산을 오를 때면 딱딱한 바위틈을 집으로 삼고 살고 있는 소나무를 본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끈기 있게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소나무는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부서지고 마는 유약한 존재들에 말없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 소나무에게는 과거와 미래가 있을까. 지난 과거에 골몰하면 이 척박한 곳에 작은 씨앗 하나를 떨어뜨린 하늘과 바람을 원망하고 싶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집착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현 상황에서는 창창한 미래를 꿈꿀 수 없기에 오히려 더 절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현재이다.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나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비바람 몰아치고 눈보라쳐도 그 상황을 탓하지 않고 지금 여기서 자신이 해야 할 일만 생각했다. 그것이 이 소나무의 유일한 생존전략이었다.

어머니가 안계시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K군은 대학생이다. 어머니가 안 계셨던 자신의 과거는 항상 불행하고 우울했다. 지금 아버지는 K씨의 미래를 보장해 줄 능력이 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경쟁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무능하게 보이고 초라하기조차 했다. 지나간 과거는 자신을 언제나 끌어내렸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잿빛으로 보였다. 수능시험도 망쳐서 기대했던 좋은 대학도 못 가고 대학에 들어와서 학점도 형편없었다. 이제 가을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게 되고 이제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 잘 된 다른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고, 무엇을 해도 잘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감도 사라지자 자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심정으로 살 바에는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K군에게 과거도 미래도 자신이 기대했던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사람은 항상 현실과 기대의 괴리를 느낀다. 어떤 때는 그 괴리가 아주 크게 느껴지고 어떤 때는 거의 일치되어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기대했던 삶을 현실적으로 다 이루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현실과 기대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면 사람은 쉽게 포기하고 무기력에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과 기대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기대를 향해 움직이게 된다. 그 차이만큼 기대를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K군처럼 자신이 처한 불행한 환경을 원망해 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을 원망하면 할수록 자신이 더 초라해지는 결과만 나타난다. 또한 자신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미리부터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아직 닥치지 않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먼저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처럼 자신의 운명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저 두 팔을 들어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처음부터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데 집중하면 된다.

소나무는 살아가면서 외롭고 힘들 때, 낮에는 하늘과 바람에게 밤에는 달과 별에게 속상한 마음 털어 놓을 수 있었다. K군도 아무 조건 없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필요했다. 주변에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실의에 빠져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기댈 언덕이 될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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