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 은 성
총신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자녀를 위하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심지어 개가 어린 고양이를 돌보는 것을 볼 때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 본능적으로 DNA가 서로 다른 동물이 어린 동물을 돌보는 것을 보면, 이성의 빛을 받은 인간은 말할 나위 없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여성이 고생하며 출산한 자식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은 사랑이겠지만 본능이라는 것에서도 당연하리라 확신한다. 그런데 자신이 성취하지 못하고 바라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뤄보고자 하는 심정을 가진 것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결혼하고 얼마 후에 딸이 태어났다. 신기했다. 모든 부분에서 아내 아니면 나를 닮았다.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너무 귀엽고 신기해서 이 아이를 위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아이는 나의 꿈과 미래라고 여겼다. 나를 닮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하지 못한 공부, 이루지 못한 꿈, 환경, 경험, 여행 등등을 행하도록 가능한 한 도움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점차 그의 후원이 힘들어지고 여의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녀 양육은 단순히 책임과 의무만 아니라 또 다른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이따금 자녀의 성공이 곧 나의 것인 양 여기거나 그의 슬픔이 나의 것인 양 설칠 때도 있었다. 어느 측면에서는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심정을 가질 때도 있었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분명하게 선 그을 순 없겠지만 평생 뭔가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고 자녀의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 것이 그의 것이지만 그의 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나의 것이 부모의 것이 아니었고 부모의 것이 내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내리사랑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이따금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인간관계를 통해 깨닫는다. 자녀를 통해 얻는 기쁨으로 그분이 나를 통해 얻는 기쁨을 짐작할 수 있고, 부모를 통해 깨달은 사랑이 나를 향한 그분의 사랑을 짐작케 한다. 동일할 수 없지만 그 기쁨과 사랑을 측량하게 끔은 할 것이다.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누리려는 자는 성급하게 행동한다. 이와 유사하게 하나님을 통해 대리만족을 채우려는 자는 성급하고 조급하다. 자녀는 자녀이고, 나는 나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 자녀와 내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덕을 보려는 심정을 가져선 더욱 안 된다.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책임과 의무의 관계가 있을지라도 종속의 관계는 결코 아니다. 두 관계를 헷갈려서 보호라는 측면에서 만족의 관계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임과 의무는 자녀에게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자녀와 부모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이것은 조심해야 한다. 그들을 통해 나의 존재가 결정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한 책임을 갖는 것이고, 그들의 존재에 관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의무를 다한다고 해서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고 해서 자녀에게서 얻는 대가를 바라선 안 된다. 그들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나는 나로서 그분 앞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크게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나로서 하나님 앞에 서려고 하지 않고, 지위, 행위, 배경, 재물 또는 경력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이지 착각이고 미련한 것이다. 하나님은 나를 자라는 존재와 인격을 보는 것이지 덧붙여진 뭔가를 통해 보지 않는 분이다. 우리의 중심을 보는 분으로 그분 앞에 인간적 존재 가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창조자 하나님 앞에 그저 한 피조물로 서게 될 것이다.

자녀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중요하다고 해서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만 살겠다고 고집 피워서도 안 될 것이다. 지상에 사는 동안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거나 불평해선 안 된다. 언제든 영원한 하나님의 평가에 관심 가지면서 겸손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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