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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 세계제국을 시도하다 ⑤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사제 왕 요한_ 62
조효근 /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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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4호] 승인 2018.12.12  14: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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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라 정벌이다. 몽골초원의 마지막 불복종 지역이다. 테무진, 드디어 황금빛 칸, 빛나는 칸, 자기 증조부 카불 칸이 몽골 지배를 성취했던 날로부터 얼마만인가. 이제는 몽골이 아니다. 세계로 나간다. 세계사를 열겠다. 중앙아시아만 평정하면 서방세계의 문을 연다.

징기스칸 군은 나이만족의 잔존세력이나 금나라를 격퇴시키는 일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금나라의 경우는 그들이 멸망시킨 요나라처럼 초원의 이동국가가 아니다. 그들은 여진족과 거란족으로 초원의 종족이기는 하지만 보다 일찍이 주전(BC) 시대부터 고구려제국의 구성원들이었다. 그러나 고구려가 당나라에 멸망한(AD 676년) 이후 초원의 유랑족이 되었으나 거란족인 요제국이 당나라를 멸망시키고(AD 907년) 일어났으며, 이어서 요제국을 여진족 우두머리 아쿠타가 AD 1113년 영강주 전투에서 요제국 주력군을 물리치면서 일어났다. 금나라는 당나라 멸망 후 한족들이 오르도스 하부지역에 세운 송나라를 경계로 정주지역에 절반 이상의 영토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징기스칸 군의 금나라 정벌은 전략상 장기전으로 남겨두고 일단은 초원에서만 몰아냈다.

그리고 금나라에 멸망한 요제국의 후속 국가로서 중앙아시아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카라 키타이, 즉 “후 요제국”이다. 카라 키타이에 대한 문제는 현재 징기스칸의 기도 제목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으나 카라 키타이 주인은 사제 왕으로 호칭되는 야율 아율 왕이다. 오늘의 징기스칸을 만든 스승 파울로가 사제 왕의 제자이다. 그렇다면 사제 왕 요한은 징기스칸에게도 스승이다.

징기스칸이 초원의 땅에 남겨둔 나이만의 태양 칸을 소멸시켜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그의 스승의 나라로 도망갈 것을 우려해 고비 사막 깊은 곳에 묶어두고 있다.

카라 키타이 투루판 사령관 쿰 가인(요한 주교)은 나이만 태자 쿠출룩이 보낸 사절단을 만나서 대담 중이다.

“쿰 사령관님! 저희를 도와주세요. 테무진이 천하를 통일했어요. 그가 징기스칸입니다. 42개 종족이 그의 발톱에 찢기고 아가리에 씹혔단 말입니다. 무얼 걱정하세요. 저희 나이만과 카라 키타이가 힘을 합치면 징기스칸을 이겨낼 수 있어요. 우리 두 나라는 모두 하나님의 백성들이잖아요.”

쿠출룩의 오른팔이라더니 나이만 사신 오쿠쿠는 능글맞고 집요했다. 백전노장인 쿰 가인 사령관을 자신 있다는 듯이 설득하려들었다. 쿰 가인은 웃음을 참느라 또 표정관리 하느라 애를 먹는다.

“장군! 벨라 카간(사제 왕)에세 사람을 보내세요. 저희뿐만 아니라 장군의 나란들 뾰족한 수 없어요. 징기스칸이 얼마나 무서운 자인지 아세요.”

오쿠쿠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말이 어찌 보면 협박 같이 들렸다. 그들 나이만이 우리나라로 밀고 들어오겠다는 통첩처럼 느껴졌다.

“조금 기다려보세요. 궁성(사마르칸트)으로부터 전령이 곧 올거예요.”

“뭐, 전령이요?”

“그럼요! 오쿠쿠 장군이 이곳으로 오신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의 왕(카간)께 이미 지원군을 보내달라 했지요.”

“뭐요? 지원군이라니요.”

“네, 나이만이 우리 국경을 넘보지 못하도록 투루판 방어를 위한 군대 말입니다. 10만 명쯤 보내달라고 급한 봉화를 올렸습니다.”

“여보시오! 쿰 가인 장군! 나를 놀리시는 겁니까?”

오쿠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오쿠쿠 장군! 너무 겁내지 마세요. 징기스칸이 당장은 나이만을 치지 않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쿰 장군은….”

“네, 카라 키타이는 몽골의 징기스칸과 연합군을 형성할 계획입니다.”

“뭐라고요. 당신 미쳤소.”

“오쿠쿠! 말을 삼가라. 내가 당신 아비뻘이야.”

쿰 사령관이 언성을 높이자 카라진 병사들 4명이 사령관실로 달려들었다.

“네네! 제가 잠깐 머리가 돌았나봅니다. 용서하세요.”

오쿠쿠가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쿰 가인은 오쿠쿠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자리에 앉게 했다.

그 시간, 사제 왕 요한은 을지 고 총사령관 부부와 함께 양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두 분은 저의 판단을 경솔하다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의 중앙아시아 일대에 거대한 돌개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아시는 대로, 또 제가 가진 정보대로 징기스칸과 우리 카라 키타이가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징기스칸은 서역으로 간다지 않습니까. 우리 또한 장차 서방 기독교와 만나서 세계 구원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것과 폐하의 양위가 무슨 상관인가요? 폐하께서 우리 서요제국을 견고하게 지키시면서 징기스칸과 앞날을 논의함이 훨씬 좋은 방법 같은데요.”

나비소의 의견이었다.

“나비소 장군님, 징기스칸은 유럽으로 가는 말이고 제가 그 말을 타고 로마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동행을 선택함으로 세상을 축복의 땅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몽골제국을 사제 왕께서 다룰 수 있을까요. 그놈의 말이 얌전하게 굴까요?”

나비소가 이제는 농담처럼 말했다. 을지 고 장군은 눈을 지그시 감고만 있었다.

“아, 대장군께서도 의견을 내놓으세요.”

“제 생각도 폐하께서 상황제로 오르시고 태제께 양위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이유는 징기스칸과 사제 왕은 두 영웅이시옵니다. 누가 말이 되고 그 말을 탈지는 모르겠으나 두 영웅 간 충돌은 안 됩니다. 그러려면 왕관을 벗어놓으심이 좋습니다.”

“바로 그거요. 역시 을지 고 대장군님은 나의 스승이 틀림없으십니다.”

사제 왕 요한은 크게 웃으면서 손뼉을 치기까지 했다.

그날 밤 을지 고와 사제 왕이 상왕 궁으로 야율 보속완을 찾아갔다. 야율 보속완 왕도 요한 왕과 을지 고의 의견에 동의했다.

“곧바로 양위를 하겠습니다. 보속완 상왕께서는 태제의 등극 이후 징기스칸군이 카라 키타이 영토를 벗어날 때까지 섭정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을지 고 대장군님은 투루판의 쿰 가인 사령관과 함께 대륙 내부의 이동 전도단을 최대한 조직화하고, 탕구트 지역을 중심으로 하서회랑 일대 조직을 강화해 주셔야 합니다. 투루판 일대로 나이만의 쿠출룩을 불러들여 그들의 영역을 제한하는 일도 하셔야 합니다. 저는 호레즘 지역에서 징기스칸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제국의 군사는 삼등분하되 저는 카라진과 함께하겠습니다.”

상왕 보속완과 을지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을지 고는 사제 왕이 카라키타이를 해체하려는 것으로 짐작했다. 사제 왕 요한의 생각이 그러했다. 징기스칸을 얻고, 그와의 신뢰를 확보하면 제국을 통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라 키타이는 중앙아시아 일부에서 거란족의 생존력을 보여주고, 사제 왕 자신은 징기스칸의 군사 고문이 되어 그의 길을 이끌 생각을 했다. 을지 고는 이동전도단을 이끌고 옛 거란제국의 본토, 발해와 고구려의 옛 영토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지켜보게 할 계획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에 사제 왕은 을지 고와 마주앉았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장군님, 길은 열려야 합니다. 동서 대륙의 길이 열려야 세계가 하나의 제국이 됩니다. 제국이 별건가요. 사람과 문화가 오고가야지요. 그 길을 우리 하나님이 만드셨는데 기독교는 로마 제국 안방에 들앉아서 훈장노릇이나 하고 있어요. 저는 징기스칸의 성장과정 30년을 지켜보았어요. 그 사람이 길입니다. 세계가 함께 살아갈 큰 길을 그가 만들 것입니다. 저는 그 길 위에 진리를 심을 사람입니다. 저는 늘 말씀드리지만 왕보다 사제를 원합니다. 앞으로 어느 날 징기스칸이 나를 찾을 것입니다. 그럴 리는 없으나 그가 오지 않으면 제가 그를 찾아서 담판 지을 것입니다. 대장군님은 바이칼 호까지 우리 요제국, 장군의 나라 고구려의 옛터를 중심으로 민심을 지키세요. 징기스칸은 유럽 정벌을 마친 후 아시아의 남부는 물론 인도제국까지 다스림을 강화하는 데 남은 평생이 모자랄 것입니다.”

“폐하는 천하를 다 읽고 계시는군요.”

“그래요. 나라가 무슨 소용인가요. 왕의 또 무엇인가요.”

“그렇지요. 나라는 하나요 임금은 하나님 한 분이시죠.”

“그럼, 그럼요.”

다음날, 카라키타이 조정 회의가 열렸다. 이틀 후에 새 황제 등극식이 있다고 선포했다. 태제 야율 성소는 눈이 휘둥그레져가지고 어찌된 일인가 궁금해 했다. 그는 자기 부친 야율 직고 장군과 마주치자 돌아가는 판세를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태제께서는 침착하세요. 제국의 운명이 태제의 두 어깨에 달려있어요.”

“아, 네. 그러나 혹시 내가 허수아비 될까봐서 걱정입니다.”

“거 무슨, 나약한 소리. 입 다무세요.”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사제 왕은 내전으로 들었다. 황후 정진주가 방긋 웃으면서 주안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아요? 황후 마마….”

“좋습니다. 황후보다는 서방님의 부장이 되어 천하를 함께 순례하면 더 좋지요.”

“그래요. 천하의 민심을 살피고 사람이면 사람답게 사는 세계를 만들어갑시다.”

사제 왕 요한은 징기스칸과 함께 중앙아시아와 초원 몽골의 터전만이라도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호레즘에서 힌두쿠시 너머 인더스 강까지만 평정해도 아시아와 서유럽의 평화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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