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신앙 고민하며 걸어가는 한명석 집사

‘편한’ 신앙에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 발견, 삶 속
신앙을 고민하다

주체적 신앙의 삶을 일깨운
교회 통해
공부하며 개혁 추구

 

▲ 한명석 집사

메타인지 능력, 근래 효과적인 학습법을 위해 회자되는 단어다. 의미를 요약하자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능력인데 메타인지 능력에 따라 학습 효과가 달라지고 자기주도 학습능률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학습법을 위한 영역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평범한 교인’이었던 한명석 집사(57, 너머서교회)가 모든 성도가 거룩한 제사장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만인제사’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에 참여하는 등 ‘별난 신앙인’이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는 ‘메타인지’를 제시했다. “30년 넘게 교회 다니면서도 잘못된 신앙”인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삶 속 신앙을 고민하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배워야 할 것들은 또 무엇인지 부딪치며 공부하며 다시 신앙을 배워가고 있다.

# 편한 신앙, 내가 틀렸다

한 집사 말대로,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하게 직장생활하며 주일에는 교회 예배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평범한 교인이었다. 오랫동안 금융권에 몸담아왔고 기업 재무 컨설팅 일을 하면서 이성과 합리적 사고로 이리저리 따져보는 것이 익숙하지만 신앙의 영역에서는 달랐다. 교회 문턱만 넘으면 모든 것에 대해 수동적이었다.

“다시 돌아보면, ‘평범하다’는 말보다는 ‘편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예요. 교회에 대해, 복음에 대해, 말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믿고 따라가는 데 만족했으니까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요.”

교회에 대한 고민이라면 당시 개척교회로 10가정 남짓이던 교회가 좀 더 부흥해서 월세 걱정을 덜기를, 규모가 확장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진짜 교회 문제로 고민하게 된 사건이 있었으니, 20년 동안 출석하던 교회가 돌연 이전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로 1시간 떨어진 거리의 다른 교회 건물을 매입했으니 옮겨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기까지 성도들은 전혀 몰랐다.

“처음으로 교회로 인해 고민에 빠졌어요. 교회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도 보게 됐고요. 무엇보다, 내가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교회가 무엇인지, 성경은 신앙의 삶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그때가 2011년이었다. 혼란스러웠다. 목회자는 같이 옮겨 가길 원했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집과 가까운 교회들을 둘러보면서 현재 출석하는 ‘너머서교회’를 만났다. 차별을 넘어 차이를 인정하는 교회,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교회,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를 표방하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만인제사를 추구하며 목회자와 성도들이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배우며 자라가는 개혁지향의 모습이 좋았다.

너머서교회는 목회자 한 사람에게 권한을 집중하지 않고 운영위원회를 두어 성도들이 이끌어가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개혁을 추구하며 성도들이 주체적인 신앙으로 서가도록 하는 것을 보며 기존의 일방통행 방식에 실망했던 한 집사로서는 만족하며 함께하고 있다.

교회에 출석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작은교회연합’(건작연)을 알게 됐고 교회를 대표해서 운영위원으로 참여해왔다. 그리고 2014년부터 성경과 신학 공부를 통해 성도들이 신앙을 견고히 세워가도록 돕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원장 김형원)에서 공부를 시작해 입문반과 심화반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심화반을 함께 공부한 이들과 매달 꾸준히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복음의 공공성과 관련된 책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를 읽고 공부한다.

과거 ‘평범한 교인’이었을 때는 교회의 성장을 갈망했는데, 너머서교회를 통해 건작연에 참여하면서 ‘건강한 작음’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보다 분명해졌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신앙 공동체예요. 성경이 제시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위해 소통하면서 각자 삶의 영역에서 실천하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작은 공동체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공동체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지요.”

# 공부, 내가 넓어지고 변화되다

“진짜 공부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나를 확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킵니다. 신앙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교회 옮긴 후 성경공부 시간에 공부를 인도하던 장로님의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장로님은 대답하기를 주저하는 한 집사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성경이 있고, 상식과 양심에 비춰봤을 때 쉽기 알 수 있다”면서 “우리의 욕심이 그것 따르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여주는 것에 만족하던 신앙에서 벗어나 공부하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모르고 개인구원과 자기 안위에 매몰된 신앙생활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들이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목표하기보다는 교회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급급한 모습에 실망도 컸는데 교회사를 공부하면서 고민하던 교회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됐다. 오늘날 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2천년 교회사 속에서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경을 통해, 신학공부 속에서 교회에 대해, 복음에 대해, 신앙의 삶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

그렇다고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너머서교회는 현재 담임목회자를 청빙 중에 있는데, 목회자 교체 과정에서 의견이 나뉘어 일부 가정이 교회를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한 집사는 교회에서 운영위원장까지 지냈고,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어 원만한 청빙을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성도들 간에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서 또 한 번 새로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동안 우리 안에도 심각한 ‘불통’의 요소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목회자 청빙에 대해 모든 생각을 소통해 보자고 ‘집담회’ 시간을 마련했는데 기준을 그동안 침묵했던 사람들부터 발언권을 주었어요. 가장 먼저 아이들, 그리고 여성들로 이어갔는데 처음 두 차례 모임에서 남성들은 한마디도 못 했어요. 그들이 할 말이 없었던 게 아니라 우리 안에도 어느새 남성중심의 사고가 자리 잡고 있었던 걸 발견했어요.”

모든 이야기를 다 쏟아놓은 집담회 시간은 교회 공동체를 한층 성숙하게 했다.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발언은 “개혁을 추구한다고 너무 찌르기만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었다. 그랬다. 자칫 개혁을 주장하면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아집으로 흐르지는 않았는지, 은혜의 영역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개혁은 레지스탕스가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찌르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커녕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 되거나 게토 안에 갇힐 수 있습니다.”

한 집사는 그런 의미에서 ‘교회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 당시의 명제는 오늘에도 명료하게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교회도 그리스도인의 신앙도 메타인지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늘 말씀 앞에 자신을 비춰보며 그리스도인다운 삶이기를 소망하며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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