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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 유럽을 공격하다 ①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사제 왕 요한_ 66
조효근/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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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8호] 승인 2019.01.23  14: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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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선교사는 십자군 용사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십자군 전쟁보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언제까지 이토록 싸워야 할지가 궁금하오. 그리고 십자군은 아시아 땅에 사제왕 요한이 있고, 그의 군대가 십자군을 지원하려고 곧 온다면서 한때는 법석을 떨더니 요즘은 조용하더군요.”

 

징기스칸의 대군이 사마르칸트 외곽에 포진했다. 그들은 이미 카라 키타이 왕국과 합의절차를 밟았다.

야율 성소 카간이 상황인 사제왕 요한의 진영으로 왔다. 사제왕은 을지고 대장군과 마주앉아 있었다.
“상황 폐하! 징기스칸의 아들이 폐하를 알현코자 와 있나이다.”

“그래요. 그럼 가 봐야겠구먼.”

“아니옵니다. 이리로 부르겠나이다.”

“그럼, 그러세요.”

야율 성소 카간은 궁 내관을 불러 사신을 상왕 군진으로 오도록 했다. 우구데이와 수부타이가 중앙군 사령관의 안내로 상황인 사제왕 군영으로 들어왔다. 야율 성소는 벌덕 일어나서 우구데이와 수부타이에게 사제왕을 소개했다.

우구데이는 사제왕에게 군례를 올리고 을지고에게도 예를 올렸다. 수부타이는 사제왕에게 시선을 주면서 눈을 잠시 감는다. 군례로 올리고, 옆에 있는 을지고 사령관 앞에 넙죽 엎드려 이마가 땅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소장 수부타이 대왕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더불어서 내 평생 흠모해 온 을지고 대장군님을 뵈었나이다. 제 아버지를 뵙는 듯 하옵니다.

사제왕 요한이 껄껄 웃는다.

“아니, 수부타이 장군! 내게 대왕이라면서 어찌하여 을지 대장군님께 큰절을 올리시나 했더니 아버지 같은 정으로입니까?”

수부타이는 벌떡 일어나서 사제왕에게 넙죽 엎드려 다시 한 번 크게 절을 올린다.

“폐하! 저는 폐하의 용맹과 큰 덕망에 대해서 알고 있나이다. 을지고 대장군 또한 우리 조상의 같은 뿌리임을 알고 있나이다.”

수부타이는 육중한 체구가 마치 고릴라를 연상할 만큼 보이기도 했으나 사교술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도 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무례해 보이기도 했다. 우구데이가 심술난 언사로 내뱉는다.

“삼촌, 그럼 나는 뭡니까?”

“아니오. 우구데이 장군 모습은 내가 장군의 부친을 뵙는 듯합니다.”

“네?”

우구데이는 사제왕의 말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사제왕에게 두 손을 모으며 목례를 한다.

“대몽골군을 이끌고 전선에 나선 대칸에게 가서 인사하려던 참이었소이다.”

“아니옵니다. 우리의 대칸께서 폐하를 뵈러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먼저 이를 여뿝고자 왔나이다.”

수부타이가 말했다. 그는 둔중한 몸체에 비해 용모가 민첩해 보였다. 그의 눈빛에서는 지혜가 가득해 보였다. 무장의 표정이 아닌 듯 평온해 보이기도 했다.

“아, 그렇습니까? 역시 징기스칸이시군요. 그럼 내일 내가 기다리겠소이다.”

우구데이와 수부타이가 떠나간 뒤 사제왕과 을지고 대장군은 따로 오후 시간을 같이 했다. 그들은 징기스칸의 요구를 두 가지로 생각했다. 유럽으로 가는 길을 내달라거나 카라 키타이와 동맹을 맺자는 두 가지 제안을 할 것으로 보았다.

저녁 시간, 파울로가 왔다. 두 사람의 몽골군사의 호위를 받으며 사제왕을 찾아온 것이다. 사제왕은 파울로를 보는 순간 두 손을 높이 들어 고향 친구와 아주 오랜만에 만난 듯이 기뻐했다.

“폐하! 얼마만이옵니까?”

파울로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제왕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숨만 쉬고 있었다.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그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 잠시 밖에 나갔던 을지고 장군이 들어서자 파울로는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드렸다.

“파울로 선교사님, 이게 얼마만이오. 선교사님이 몽골군의 신앙을 크게 향상시켰어요. 치하드립니다.”
을지고의 치하에 파울로가 허리를 거듭 굽혀 사례를 한다.

“파울로! 내일 징기스칸과 함께 오지 뭘 하러 저녁 시간에 오셨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앞으로 더 큰 일을 해야 하오.”

“네, 폐하. 그렇습니다. 두 분이 만남을 위해서 제가 오늘 와서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을 듯 했습니다.”
“뭔가요?”

“폐하, 십자군 전쟁이 벌써 백년이 넘었나이다. 이 같은 소모전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저는 답을 찾을 수 없나이다.”

“파울로 선교사는 십자군 용사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십자군 전쟁보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언제까지 이토록 싸워야 할지가 궁금하오. 그리고 십자군은 아시아 땅에 사제왕 요한이 있고, 그의 군대가 십자군을 지원하려고 곧 온다면서 한때는 법석을 떨더니 요즘은 조용하더군요.”

“폐하, 저는 폐하와 징기스칸의 연합전선에 대찬성입니다. 카라 키타이와 몽골의 징기스칸 군대가 연합을 이룬다면 유럽 전체를 발칵 뒤집을 수도 있나이다.”

“파울로, 함부로 말하지 말시오. 유럽은 기독교의 자산입니다. 유럽의 기독교는 우리를 도와서 드넓은 아시아를 유럽만큼 한 기독교 국가들로 일으켜야 하오. 유럽이 아시아 기독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선교를 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징기스칸이 나의 이 같은 뜻에만 동의해 준다면 나는 우리 카라 키타이는 물론, 말갈족의 금나라, 그리고 우리 카라 키타이 조상의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 종족 거란제국의 유민들까지 설득하여 징기스칸의 부하가 될 용의가 있소이다.”

파울로가 20여 년 전 십자군 부대원 친구들과 ‘사제왕 요한’을 찾기 위해 중앙아시아에 뛰어들었을 때 그때 사제왕 요한은 카라 키타이 국의 태자 신분이었다. 파울로는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제왕 요한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가 가진 신학적인 기반은 어디에서 터득한 것일까? 사제왕 요한은 사제요 왕인 사람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명예로운 호칭으로 보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왕 같은 제사장이란 한마디 속에서 사제가 나오고 왕이 탄생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가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을 “사제왕”이라는 호칭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동시에 사용해야 할 애칭이요 네스토리우스파 전통 속의 신학적 분별이었다. 메시아께서 세상에 오신 뜻은 임마누엘에서 밝히셨듯이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처럼 사는 신자의 수준이어야만 하나님의 자녀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인물이다. 로마에서 신학을 전공한 파울로를 깜짝 놀라게 한 사제왕 요한이었다.

“폐하! 폐하의 그 태산처럼 웅대하신 포부에 몽골의 대 칸도 기꺼이 화답해 주실 줄 믿나이다. 내일은 드디어 아시아 그리스도교가 유럽 교회에게 청혼을 하기로 작정한 날이 될 듯하옵니다.”

“뭐, 청혼….”

을지고 대장군이 청혼이라는 말을 되받으면서 웃는다. 곱게 늙어가는 노장의 풍모가 아름답게 보였다. 하얀 머리카락이 연륜을 말해주고 품위 있어 보이는 그의 구레나룻이 또한 범접하기가 조심스러워 보였다.

“네, 대장군님! 우리 아시아는 유럽에 비해 복음 전파의 속도가 느립니다. 또 빈약합니다. 저는 네스토리우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로마교회와 기독론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에베소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되어 쫓겨났고, 그 어른의 제자들이 중앙아시아와 중원 대륙과 몽골 초원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으나 우리는 유럽 그리스도교에 비해 많이 빈약합니다. 더구나 아시아에는 불교, 유교, 도교 등 쟁쟁한 아시아 종교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기를 펴가 어렵습니다. 금번에 징기스칸과 대화가 잘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20여 년 전 징기스칸의 테무진 시절 동안 복음과 서양 견문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었습니다. 제가 징기스칸의 성품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파울로 선교사가 그러니까 나와 징기스칸 칸 사이에 다리를 놓아 준 거야.”

“그렇군요. 그게 바로 두 분의 청혼 단계입니다. 부부가 될 수도 있고 쌍둥이 형제가 되면 아시아는 다 구원 받은거나 다름없군요.”

을지고 대장군이 농반 진반의 발언으로 세 사람은 물론 옆방에 대기하는 내시종들이나 군사들까지 입을 틀어쥐고 웃는다.

다음 날이다. 사제왕 요한과 징기스칸이 만나는 역사적인 날이다. 양쪽 나라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각기 30명씩의 호위군만을 거느리고 서로 초면 인사를 하려 한다. 카라 키타이의 궁성에서 500미터 쯤 떨어진 군막이다. 귀인을 맞이할 때, 또 귀인과 헤어질 때 황제가 마중하거나 전송하면서 출입하는 사마르칸트 국 카간의 품위를 위해 마련한 장소다. 징기스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빠른 속도로 사제왕 요한에게로 다가온다. 그의 단순 호쾌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제왕은 먼저 그가 탄 백마에서 내렸다.

“대 칸이시어! 먼 길을 오시었나이다.”

징기스칸 역시 그가 탄 흑마에서 빨리 내려서 사제왕 앞으로 한걸음 더 달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인사했다.

죽마고우인가. 오랜 친구처럼 그들은 곧바로 포옹을 하면서 둘 다 양손으로 서로의 등을 거듭거듭 토닥였다. 부장들이 곁에서 처음과는 달리 긴장을 풀고 웃는다.

이들 두 영웅이 자리를 이동하여 각기 자리를 잡는다. 둥근 원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본다. 서로를 본다. 징기스칸, 그는 키가 컸다. 육중한 근육질 몸을 감싼 갑옷을 입었다. 갑옷이기는 해도 전투복은 아니었다. 검은 털 수달의 가죽일까. 북방 초원 대장수로는 평범한 옷이었다. 사제왕 역시 전쟁터에서 입는 옷이 아니었다. 둘 다 몸에는 호신용 무기도 없었다.

“대 칸이시어. 참으로 큰 용단을 내리셨소이다. 환영합니다.”

“폐하! 내 파울로 선교사로부터 폐하의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폐하는 파울로 뿐 아니라 나의 스승이십니다. 많은 가르침을 원합니다.”

징기스칸은 진심어린 말투로 사제왕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닙니다. 그런 말씀은 거두어 주시오. 이제 저는 대 칸에게 우리가 군사동맹 뿐 아니라 생명을 하나처럼 하늘의 하나님께 바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동감입니다. 제게 폐하께서 늘 가르침을 주시면 저는 그 뜻을 따르겠나이다. 또 우리 몽골 풍습에 ‘안다’ 의식이 있나이다. 내가 파울로에게 들으니 폐하께서는 저보다 연수가 두 살이나 위였습니다. 제가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사제왕은 입이 벌어졌다. 순간 그는 파울로가 자기 나이를 두 살 올려서 계산했구나를 생각했다.

“형 동생보다 우리가 여기서 하나 분명히 하여 서로의 뜻을 맞추었으면 합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징기스칸은 긴장한다. 모처럼 그의 얼굴 근육이 굳어지는 듯 했다.

“네, 저는 맹목적인 정복자 노릇은 싫습니다. 몽골 초원을 통일하셨고, 중원 대륙과 이곳 중앙아시아까지 오셨는데, 이제는 유럽으로 칼끝을 겨누실 겁니까.”

사제왕 또한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네. 그러나 정복의 칼이 아니고 세계 제국입니다. 하늘이 우리 이 땅을 하나의 제국을 이루어 살라고 하셨습니다. 서로 자유롭게 오고가며, 서로가 돕고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면 됩니다.”

“하나님의 한 자손으로 말이겠지요?”

사제왕 요한이 징기스칸의 신앙 고백을 듣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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