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목사의 독서 이야기 [95]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

▲ 장석환 목사
하늘기쁨목회자
독서회대표
하늘기쁨교회 담임

순박한 경험은 강렬한 신념을 낳습니다. 한 걸음을 걸어도 허공에서 맴도는 인생이 아니라 진실한 인생이 소중합니다.

목회자독서회에서 이번에 읽고 토론한 책은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에리 데 루카 지음/바다출판사 간행)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적 소설입니다. 저자의 10살 성장일기와도 같습니다. 10살 소년의 삶, 얇은 분량의 이 소설에서 저자는 사랑과 정의와 수치에 대해 아주 강렬하게 말합니다. 논문이나 산문이 아니라 마치 시처럼 절제된 짧은 글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녹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열 살은 중학교에 입학하는 나이이며 어린아이를 벗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으로 세상을 알았고 세상의 아픔과 부조리에 몸서리쳤습니다. 특히 어른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수많은 악을 보았습니다. 그러던 소년은 어머니의 휴양으로 인해 섬의 해안마을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연을 만나며 도시의 고통의 광풍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그리고 정의와 수치를 배우게 됩니다.

소년은 같은 또래의 한 소녀를 만납니다. 책과 동물을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해안의 세 소년이 이 소년을 질투했습니다. 어느 날 세 소년은 이 소년을 과도하게 폭행했습니다. 결국 소년은 병원에 실려 가게 되었지만 끝내 그들을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녀가 이 소년들에게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이 세 소년에게 보복할 계략을 혼자 꾸밉니다.

소녀는 소년들이 자기를 좋아해 서로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인 소년에게 화장실 안에서 이것을 지켜보게 했습니다. 결국 소년들은 싸우다 많은 상처를 입었는데 소녀는 저자 소년을 나오게 해 그와 키스하면서 자신은 이 소년을 좋아하고 그 소년들은 자신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선언합니다. 이전에 소년을 폭행했던 것을 보복하기 위해 소년들이 서로 싸워 서로를 폭행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들의 싸움을 보면서 나와서 그들을 말리지 못한 자신의 못남을 한탄합니다. 바보같이 가만히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수치심을 느낍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소녀는 이 소년과 해안가에 함께 앉아 마음이 담긴 두 번째 키스를 합니다. 그 다음날 소녀는 멀리 떠납니다. 저자는 그 이후 한 번도 그 소녀를 다시 만나지 못했으며 50년이 지나 소설을 쓰면서도 그 소녀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소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저자에게 그 시절에 소녀를 통해 배운 사랑과 또래 남자들의 질투와 폭행 그리고 소녀의 정의집행(보복)에서 정의에 대해 깊이 각인되는 교훈을 얻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소녀가 병원에 위문 왔을 때 소년은 상처가 금세 낫는 것을 경험합니다. 사랑은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50년이 지난 시점에도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고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녀가 행한 정의집행에 대해서는 조금은 가슴 아파합니다. 정의는 한 편에서는 매우 맞는 일이지만 또 한 편에서는 깊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저자는 청년의 때 학생운동과 정치운동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소녀의 정의집행 과정에서 소년들이 피를 흘리고 있어도 나서서 중지시키지 않았던 것에 대한 수치심이 큰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의보다 사랑과 몸의 정화작용이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히 정의는 제한적입니다.

책 제목은 소년이 소녀와 키스할 때 물고기 같은 눈을 가졌던 저자가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은 것에서 나왔습니다. 인생에는 그렇게 눈을 뜨고 기억해야 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랑과 정의를 배우는 순간이라면 더욱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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