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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를 공격하라 ①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징기스칸 제국_ 1
조효근 /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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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5호] 승인 2019.04.10  14: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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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징기스가 탄 말이
속력을 냈을까 갑자기 나타난
야생 원숭이가 숲속에서 튀어나오자
징기스칸이 탄 말이 균형을 잃었다.
말이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라
징기스가 균형을 잃고 낙마했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 몽골제국의 네트워크. 사진 자료 김호동 교수의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누가 내 뒤를 이으려느냐?”

아들들의 눈에 아버지 징기스칸은 아직도 몇 십 년은 더 전쟁터를 휘저을 수 있어보였다. 그러나 징기스칸은 후계논의를 공식화했다. 아들들 말고, 수부타이 같은 부하 장수들은 펄쩍 뛰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힘이 남아있을 때 뒤를 받쳐줄 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징기스칸은 말했다.

징기스칸은 자기의 갈 길을 알고 있었다. 감히 인간이 이런 따위의 말을 해서는 안 되기에 속으로만 삭이면서 거듭 기도하는 생각이 서하 공격전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참이었다. 아들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더구나 아직 그가 힘을 쓰고 있을 때 후계를 정해야 했다. 자식들의 기량이나 인간됨으로 볼 때 마땅히 큰아들 주치가 그의 뒤를 이어야 하지만 주치는 출생 문제로 그의 가문에서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주치가 아니면 막내 툴루이가 몽골의 풍습을 따라 상속 승계 원칙이지만 툴루이는 강하고 용맹스럽기는 해도 성품이 잔인하다. 문중(집안)을 아우르며 대제국을 이끌어가기가 벅찰 것이다. 일단은 자식들 넷에게 공개적으로 일렀으니까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서하를 응징한다!”

징기스는 서하 응징을 눈앞의 목표로 삼았다. 참모들은 그가 좀 더 휴식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징기스는 호레즘 점령 후 본거지인 투울강 변의 카라툰 행궁에 머물고 있었다. 관례대로면 충분한 휴식과 다음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게 수순이었다.

그러나 징기스로는 서하의 왕 이현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자를 용납하지 못했다. 동맹군이 되었으면 군사지원 요청을 받아들여야 했거늘 군병력은 커녕 그는 뒤에서 반란까지 획책했다. 용서할 수 없다.

“형님 대칸이시여, 몇 달만 더 쉬면서 서하의 이현 왕을 잡아도 늦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가진 만큼 가졌습니다. 후계 문제도 공개하신 이상 조금은 거 형님 좋아하시는 기도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까. 헤헤…”.

수부타이가 어린애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징기스칸은 그를 보며 ‘육중한 몸, 9척이 넘는 저 몸으로 자기가 제메보다 더 날쌔다고 으스대던 수부타이 머리도 하얗게 세었구나. 참, 착한 친구지’ 하며 생각했다. 몸이 너무 둔중했다. 체중이 2백 킬로그램 정도 된다니 말해 무엇 하는가. 징기스칸은 수부타이용 특별 전차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수부타이가 전장터에 나타나면 적진은 먼저 얼어붙는다.

“수부타이, 그래서 서하 공격을 서두른다. 아들들 넷 모두 앞세운다!”

수부타이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서하. 항복하고도 약속을 안 지킨 자들을 치기 위해 수부타이는 전군을 자기가 지회하고 싶었다. 징기스를 조금 쉬게 하고 싶었다. 스무 살에 전쟁터에 뛰어들었어도 이미 4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나 부하들보타 앞장서고, 군사를 지휘할 때를 빼고는 평범한 동네 노인처럼 소탈하고 겸허하면서 무섭기도 하고 강력한 대장군 징기스칸을 그가 아끼고 싶었다. 크고 작은 장수들도 많다. 실제로 징기스칸보다 더 뛰어난 장군급들도 수두룩하다. 그래도 징기스칸은 서하 응징도 선두에 자기가 서겠다고 했다.

“대칸이시여. 동군과 서군으로 나누어서 협공하죠. 제가 서군을 이끌고 서하의 수도 ‘흥경’을 치겠소. 대칸은 동군을 이끌고 포위망을 치고 쥐새끼 한 마리도 도망가지 못하게 해 주세요.”

수부타이가 징기스를 쉬게 하려고 후방에 서도록 미리 전략을 말했다.

“아우! 이번에는 내가 직접 이현의 목을 칠거다.”

“헝!…”

수부타이는 한숨을 뱉었으나 머리통에서 소리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 형님 징기스칸을 무엇으로 말릴꼬, 내가 볼 때 많이 늙으셨는데 왜 고집을 피우기만 할꼬…. 수부타이는 한마디 더 하려다가 입을 닫고 말았다.

징기스칸은 정예군 10만 명을 이끌고 카라툰을 떠났다. 이놈! 이현아, 듣거라. 같이 살자는 내 뜻을 그리도 모르느냐. 국경이 없고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어서 너와 내가 형제처럼 살자고 일렀거늘 너는 어찌 내 뜻을 모르느냐.

징기스칸은 멀리 서하를 바라보며 계속 남진했다. 고비사막의 중고비를 지나고 남고비 서쪽 감주, 숙주와 사주, 곧 둔황 가까이 다가섰다. 징기스칸은 사막 한가운데로 뻗어나 있는 구르반사이하니(Gurvangayhany) 산 깊숙이 들어가서 사냥했다. 전쟁터에서 소요되는 군사들 양식 준비였다. 놀이사냥이 아니라 군량미 준비를 위한 노동이었다. 수부타이가 가까이 다가와서 잔소리까지 했으나 징기스는 내가 아니하면 군사들이 내 먹을 것까지 해야 하니까 조금 도와주려 한다고 수부타이에게 속삭이며 한눈을 찡긋해 보이며 웃었다.

그 순간, 징기스가 탄 말이 속력을 냈을까 갑자기 나타난 야생 원숭이가 숲속에서 튀어나오자 징기스칸이 탄 말이 균형을 잃었다. 말이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라 징기스가 균형을 잃고 낙마했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징기스칸이 탄 말이 원숭이에 놀라서 요동칠 때 징기스가 낙마를 하다니. 나이 탓일까? 그에게 주어진 저 푸른 하늘 징기스칸의 하나님이 보내신 신호였을까. 징기스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응급치료를 하는 사이, 전쟁터에 동행한 그의 부인 예수이가 달려와서 부축했다. 군영으로 갔다. 수부타이를 비롯한 장수들이 달려왔다. 장수들 대표로 수부타이가 정중하게 회군을 요청했다.

“대칸! 금번은 하늘님이 돕지 않으신가봅니다.”

징기스는 정색한다.

“수부타이, 나를 약하게 하지 말라. 나는 초원의 전사요 몽골의 칸이다. 이 정도 부상 따위로 군사를 돌리면 저 흥경에 있는 이현 왕이 웃을 거야.”

“그래도 아닙니다. 지금 이곳은 사막지대입니다. 이 혹독한 여름 더위를 어찌할까요.”

“그래, 그럼 서하에 사절을 보내 서하의 이현 왕이 투항해 오면 회군하자. 아니면 공격이다.”

징기스칸의 이름으로 서하에 항복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현 서하 왕은 항복을 거부했다.

징기스칸은 당장 공격 명령을 내렸다. 몸은 불편했으나 징기스는 위엄을 잃지 않고 총사령관의 깃발을 지켰다.

수부타이의 요구대로 동·서군으로 나누어 수부타이의 서군이 전위에 서서 흥경으로 직접 치고 들어갔다. 서군은 거연해와 흑수성을 점령하고 흥경을 포위했다. 동군은 원로하를 거쳐서 하란산으로 가다가 서하의 군과 마주쳤다. 의외로 서하군의 저항이 강해 징기스의 동군이 남으로 우회해 흥경을 향해 서군과 협공을 계획했다. 동서 몽골군이 협공을 계속했으나 이현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징기스칸은 흥경 공략을 서군의 수부타이에게 맡기고 서쪽 지방 도시부터 공격했다. 장단기 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1227년 윤5월이다. 혹독한 고비사막 서쪽이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날씨는 징기스칸의 시대나 그 이후도 마찬가지 살인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징기스는 부상 부위 때문에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다. 못이기는 척 부하들의 권유를 따랐다. 서하의 수도 흥경을 정복하기 전에 일단 남쪽 육반산의 피서지인 양전협(凉殿峽) 행궁으로 갔다.

양전협은 한여름의 더위에도 시원하고 찬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 더위와 부상으로 고통하는 징기스칸에게는 더 바랄 것 없는 장소였다. 그런데 낙마로 다친 상처가 악화되고 풍토병이 겹쳐서 위기를 느꼈다. 그는 자기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들들을 불러라!”

셋째 아들 우구데이와 넷째인 막내 툴루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왔다.

“전세는 어찌 되었느냐?”

징기스는 혹독한 고통 중에도 서하 공략이 어찌 되었는가를 물었다.

“걱정 마세요. 수부타이 숙부가 흥경을 점령하고 이현을 지금쯤 무릎 꿇리고 항복을 받았을 겁니다.”
툴루이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징기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그는 크게 말했으나 두 아들의 귀에는 작게 들렸다. 아버지 징기스의 목숨이 위태롭구나를 실감했다.

잠시 후 큰아들 주치와 둘째 차가다이가 왔다. 이어서 수부타이와 다른 장수들도 왔으나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여인들의 흐느끼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으나 긴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예수이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밖에 있는 장수들에게 징기스가 지금 평안히 쉬고 있다, 몸에서 열이 내리고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염려 말라고 말해 주었다.

징기스의 예수이가 친절하게 말했으나 사람들은 그 말이 오히려 불안했다. 징기스의 운명이 다가오는구나를 느끼게 했다.

한나절쯤 지난 시간, 징기스칸은 몸이 많이 차분해졌다. 몸의 상처나 풍토병의 합병증 현상으로 잔뜩 부어있기는 해도 눈빛이 형형하고 또 얼굴이 평화로워 보였다.

“툴루이야. 지금 내 형님이 어디 계시냐?”

툴루이는 잠깐 징기스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예수이가 말해줬다. 왕 사제 키타이 칸을 찾으신다고 일러 주었다.

“네, 아버지! 제가 급히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래, 그 어른과 나눌 말이 있구나. 그리고 너희 넷은 내가 부탁한 일을 해결했느냐?”

“아직요. 아버지!”

툴루이가 말했다. 입에 담기가 조심스런 세 형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서, 지금…. 그래야 이 아비가 기쁘겠구나.”

징기스칸은 아들들을 하나씩 하나씩 살피고 있었다. 마치 사람을 처음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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