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 은 성
총신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는 매우 공격적인 단어지만 현재 한국사회만 아니라 신학 분야에서도 이따금 사용되는 단어이다. 신학 분야에서는 좌파를 자유신학 또는 자유주의신학이라 부르고, 우파를 보수신학이라 부른다. 보수신학에는 20세기 초에 있었던 근본주의를 떠올릴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교파든 자유신학과 보수신학이 공존해 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좌파는 자유적이고, 우파는 보수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후자는 전제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사상적인 측면에서 분리해서 보지 말고 의미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좌파는 항상 그 책임을 국가나 사회에 전가시키는 성향을 가지고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우파는 개인의 안락을 추구하면서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려고 한다. 전자는 책임을 제도에 돌리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반면 우파는 외면적 이기성을 나타내면서 개인의 행복을 찾는다. 결국 좌파와 우파 둘 다 방법과 노선의 차이일 뿐이지 목적 면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위하기 때문에 같은 것이다.

신학과 신앙에서 좌파와 우파로 나눌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좌파와 우파로 흔히들 분류하고 있다. 문자적으로 본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최후 심판 때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처럼 양이 오른편에 서고 염소가 왼편에 서게 된다고 말씀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마 26:32~33). 양극단이 있으면 중간도 있다는 것이다. 중간이 없으면 좌파와 우파가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또 모세는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권하면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했다(신 2:27). 중용을 지키라는 의미이다. 오는 세상에서는 좌와 우로 나뉘고, 이생에서는 좌와 우에 치우치지 말라고 하셨다. 물론 의미가 다르겠지만 이렇게 충돌적인 말씀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

최후의 심판에서 좌파와 우파는 유기된 자와 선택된 자를 의미할 것이고, 지상의 삶에서 좌파와 우파에 속하지 말라는 것은 세상의 삶의 양식에 경건한 자가 종속되지 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언뜻 보면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양상과 의미는 다르다. 그런데 이것을 혼동해서 사용하면 신학적이고 신앙적 혼란을 갖게 될 것이다. 삶의 방식에서 유기된 자와 선택된 자로 나누거나 심판에서 좌파와 우파를 무시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비신앙적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자녀는 세상의 시민권과 하늘의 시민권을 가졌다. 두 시민권을 혼동해서 사용하면 신앙의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부부 사이도 좌파와 우파가 있을 수 있어 언쟁이 일어난다. 한 쪽은 당장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다른 한 쪽은 지켜보자고 한다. 이것을 얼마나 균형 맞추느냐에 따라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가정의 좌파와 우파는 단순하지만 정치적이고 신학적 좌파와 우파는 그 성격이 매우 달리 나타난다. 정치적인 분류는 사회의 전멸이나 평화를 안겨다 주고, 신학적 분류는 구원과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의 삶의 범주에서 벗어나서 좌파나 우파를 선택할 때는 삶의 향방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신학에서는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적 사상이 있지만 실제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그 의미가 다르게 나타난다. 전자는 수평적이라면 후자는 수직적이다. 전자는 인간끼리의 문제라면 후자는 하나님 백성이 갖는 두 가지 자세를 말한다. 신앙의 좌파와 우파는 지상에서 세속의 물결에 요동하거나 들뜨지 말라는 경고의 말씀이이다. 하늘에서 심판과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경건한 자는 항상 세속적 철학 사상에 따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달리 하지 말고, 언제든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일관된 삶을 살아야 한다. 인류의 이데올로기는 다양하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것에 매몰돼서 진정한 기독교인의 삶을 지상에서 사는데 혼동을 빚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을 버리고 증오해서도 안 된다. 사랑해서도 안 되지만 포기해서도 안 되는 삶이 좌와 우로 치우치지 않는 경건한 자의 삶이다. 동시에 하늘나라의 심판을 생각하면서 경건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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