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79)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샘물교회 담임

지난달 우리 교단이 제정한 장애인 주일을 앞두고 주님의 지상 명령인 땅 끝까지의 복음이 장애인들에게도 똑같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씀을 준비하고 있는데 최 권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금 부여에 올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제가 사역하는 논산에서 부여까지는 자동차로 30분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는 겁니다.

최 권사님은 올해 권사 취임하셨습니다. 1급 지체장애로 전동 스쿠터를 타고 생활하는 분입니다. 매일 새벽같이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몸이 불편함에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폐지를 모아 팔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권사님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권사님께서 절기마다 우리 교회에 난(蘭)을 선물하십니다.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을 알기에 여러 번 사양했지만 교회에 헌물 하는 것이니 받으라고 하셔서 가지고 오는 날에는 가슴이 찡합니다. 강단에 꽃을 장식하고픈 마음을 주시니 주님이 기뻐하는 일이라 믿고 하신답니다. 권사님 교회는 규모가 있어 강단을 꾸밀 사람이 많지만 우리 교회는 그렇지 못할 것이니 꼭 받아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권사님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과 자녀 둘도 휠체어를 타야 합니다. 그러나 늘 밝은 표정의 그분 얼굴에서는 삶의 곤고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작년에는 권사님 가족들과 같이 대천 앞바다에 가서 추억을 만들고 맛있게 식사하고 돌아왔는데 그 시간이 너무도 고마웠다고 말합니다.

자녀 둘도 휠체어를 타야만 하기에 가족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도 안타까워 “목사님, 바다 구경하고 싶어요” 하는 요청에 단숨에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그 후 권사님은 고마운 마음을 화분에 담아 주곤 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권사님에게 갈 때는 열심히 모아둔 신문이며 박스 등을 가져다 드립니다. 우리가 전해준 것은 별것 아닌데도 권사님은 넘치는 사랑으로 되갚아 주십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이 주어진 환경을 탓하며 살아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노력하지 않는 것을 보는데, 최 권사님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하나님께 맡기고 기쁨으로 살아가는 모습, 주님이 허락하신 날들을 힘껏 살아가는 좋은 모델이 되는 것 같아 박수를 보냅니다.

평생 몸이 불편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점점 시간이 가면서 몸이 쇠해지고 환경이 나빠지면 우울이라는 병이 찾아옵니다. 장애인들이 우울증과 친구 되어 살아가다가 어느 날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그들이 우울하지 않도록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며 우리의 도움으로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고단한 삶을 홀로 두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손길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오늘도 나는 최 권사님으로 인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권사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 그분의 마음이 담긴 화분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입니다.

비록 이 세상에서는 고단한 삶이지만 순간마다 파이팅하며 살아가는 최 권사님을 생각하며 나 역시 힘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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