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꿈·인생 재단하는 ‘킬링맘’에서 ‘난 대로’의 삶 함께 살아가는 ‘힐링맘’으로, 백소영 교수의 이유있는 외침

자녀의 꿈과 인생을 재단하려는 노력은 결국 실패,
자녀와 엄마 모두 ‘난 대로’의 삶 살 때 행복
나도 살고 너도 사는 4세대적 공존의 마음과 능력을 가진 ‘엄마’들,
‘인간다움의 회복’ 주도하게 될 것

 

▲ 백소영 교수

얼마 전 비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된 ‘SKY 캐슬’(JTBC)은 우리나라 입시위주 교육의 민낯을 드러냈다.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엄마들의 ‘기획’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이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실이라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과연 예측불가의 4차 산업시대에도 ‘명문대=인생성공’의 도식이 통할까? <엄마 되기, 힐링과 킬링 사이>(대한기독교서회)를 통해 육아 과정에서 자아상실과 자기분열의 감정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죄책감에 힘겨워하던 엄마들을 위로한 백소영 교수(강남대 기독교학과 초빙)가 이번에는 예측불가의 4차 산업시대(4세대·4G)에 걸맞은 자녀 양육 비법을 <적당맘 재능맘>(대한기독교서회)에 담았다.

‘스카이 캐슬’에 등장하는 엄마들처럼 자신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녀의 성공에 올인하는 엄마, 4세대에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자녀의 꿈과 인생을 재단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아이와 엄마 자신, 더 나아가 사회까지 살려내는 존재로서 새로운 형태의 엄마로 ‘4G맘’을 제시한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발견하고 ‘난 대로’ 살아갈 때 행복한 것을 밝히면서 자녀와 엄마 모두 ‘난 대로’의 삶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 ‘4G맘’의 특성으로 설정한 것이 ‘적당맘’, ‘재능맘’이다.

또한 4차 산업시대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미래가 아니라 오히려 수직적 경쟁구도에서 ‘인간다움의 회복’,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방향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그 거대한 흐름을 주도할 존재로 역시 ‘엄마’를 제시한다. 생물학적인 의미의 ‘엄마’를 넘어 모두가 ‘살고 살리는 엄마’ 되기, 백소영 교수의 이유 있는 외침을 들어봤다.


# 4차 산업시대, 세상 살리는 4G맘


● 평일 낮 시간 커피전문점에서 삼삼오오 모여 열심히 자녀교육, 입시정보를 나누는 엄마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더 나은 선택을 경쟁적으로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듯한데, 책에서는 자녀의 성공에 올인하는 엄마의 교육법은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셨다.

- 사회의 발전에 따라 그동안 엄마들도 세대교체를 거듭했다. 전통사회의 ‘1세대 엄마(1G맘)’들은 일터와 생활공간이 인접해 있었기에 육아를 온전히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근대사회 전업주부인 ‘2세대 엄마(2G맘)’는 일터와 생활공간이 분리되면서 생긴 ‘칸막이화’로 온전히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야 했다. 이후 후기-근대 사회의 전문교육을 경험한 ‘3세대 엄마(3G맘)’들은 자녀 교육에도 전문성을 발휘하게 됐다. ‘모성의 전문화’이다. 자녀에게 밀착동행하면서 오로지 공부만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준비하고 앞서 길을 열어주는 전문 엄마, 그런 현실이 첨예하게 드러난 게 ‘스카이 캐슬’이다.

모성의 전문화가 백패인 이유는, 부모들이 자주 간과하는 부분인데 자녀는 완벽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의 기획대로 따라주지 못할 경우 아이가 받는 상처가 너무 크다.

아이가 모성의 전문화대로 잘 따라주어 소위 ‘엄친아’가 되었다고 해도 문제는 ‘주체성’이 제거된 ‘전문 엄마의 한정판 생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위 ‘엄친아’들의 집합소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충격 받은 일이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지만 학교에서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0.1점 차이로 순위가 갈린다. 시험에서 마지막 문제로 ‘배운 것 중 인상적이었으나 시험에 나오지 않은 것을 스스로 문제 내고 답하라’고 제시했다. 웃으며 좀 쉬라고 출제한 것으로 배점도 3점으로 높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위 5등까지의 학생들 모두 이 문제에 백지로 제출했다. 정해진 답대로의 방식에 에러가 난 것이다.

문제는 ‘버려질 때’이다. 4차 산업시대, 새롭게 재편되는 세상에서는 도구적 이성, 즉 도구화할 수 있는 지식만 기른 젊은이들은 대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키는 일만 해서는 조직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 그것은 AI가 훨씬 더 잘한다. 자꾸만 좁아지는 체에 자신을 걸러 ‘그 시험’을 통과하고 ‘그 자리’에 앉는 데 필요 없는 것들, 자기 존재를 너무 많이 버리며 딱 그 일에 맞춰왔는데 버려지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거다. 실패해서 넘어져봐야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결국 전문 엄마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이 넘어질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마지막 문제에 제일 신이 난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한 학생들이었다. ‘나에게 백소영 교수님이란?’ 하고 문제 내고는 ‘더 러브(The love)’라고 답하고 답안지 전체에 하트를 그려 넣었다(웃음).

4차 산업시대에는 변칙상황에서 인간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질 것이다. 성찰적 이성을 길러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은 너무 3세대적이다.


# 창조적 노동과 돌봄의 삶을 만들어간다면


● 4차 산업시대에는 ‘4G맘’의 특성으로 ‘적당맘·재능맘’을 제시하셨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 4G맘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난 대로’ 길러내는 엄마이다. 경쟁구도 속에 아이를 밀어 넣는 것이 옳지 않다니까 “그럼 뭘 시키나?” 하고 엄마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그 역시 3G맘이다.

아이의 타고난 천성을 엄마의 기획대로 깎아서 정원수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 관계성, 창조성을 조화롭게 길러주면서 아이들을 통전적 존재로서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이른바 ‘힐링맘’이다. 자녀가 관료제적 삼각형 안에 들어가지 않고 ‘금을 넘는’ 잉여짓을 하더라도 여유 가지고 지켜보고 자녀에게 권위를 부여해주는 엄마다. 창조성은 잉여짓을 통해서 발휘된다.

이렇듯 4G맘은 자녀에게 올인하지 않는 엄마, 정 급할 때 어른으로서, 보호자로서 책임지고 개입해 줄 수 있는 엄마, ‘적당한 엄마’이다. 적당함이란 아이와 함께 계속 실험하고 겪으면서 깨달아가야 한다.

‘아이에게만 올인하지 않는다’는 명제의 실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엄마 역시 ‘난 대로’의 삶을 찾는 것이다. ‘나 되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나’이고 싶나?” 질문을 던지고 ‘자아 찾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즉 ‘재능 찾기’이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능력이 있다. 다만 그것을 탐구할 기회와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엄마의 꿈을 다시 꾸게 하고 응원하고 실천 가능하게 하는 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렇게 우리의 존재 의미를 찾고 꿈이 현실에서 하나씩 이루어질 때,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제도적 사는 방식도 변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 책에서는 단지 자녀 교육의 차원을 넘어 ‘엄마’라는 이름이 수직적 경쟁구도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라고 내다보셨다.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 4G맘으로 거듭나는 것은 엄마와 자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시대적 전환기에 엄마들이 가지는 사회적 상상력과 실천은 ‘살고 살리는’ 제도적 대안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단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을 말하는 생물학적 의미의 엄마만이 아니라 ‘생명 우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 단체, 기관을 은유적 표현으로 ‘엄마’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약한 생명의 성장에 관여하며, 더불어 나의 재능을 발현하고 창조적 주체로 살아가는 엄마, 나도 살지만 너도 살리겠다는 4세대적 공존의 마음과 능력을 가진 ‘재능맘’이어야 한다.실제로 전작을 통해서 의식이 바뀌고 작지만 자발적인 무브먼트가 생기는 것을 본다. 그런 사건들로 인해 사회가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한두 사람이라도 우리 사회에 창조적 노동과 돌봄의 삶을 통합적으로 만들어가는 4G맘이 포진하게 된다면 예측 불가한 4차 산업시대를 보다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수는 공생애 3년 동안 한결같이 ‘하나님 나라의 질서’에 대해 가르쳤다. 그 나라는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 딸’인 가족공동체였다. 서로를 살려내는 공동체, 그게 교회의 원리이다. 깨어있는 시대 인식 속에 교회의 제도적 힘과 선교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서 ‘친정엄마’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친정엄마는 ‘그냥 뛰어 들어가면 살 것 같은 이름’이다. 나는 교회가 ‘시루떡’이 되어주자는 말을 자주 한다. 힘겨울 때 넘어지면 푹신하게 받아주고, 넘어진 김에 좀 뜯어먹을 수도 있는 그런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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