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애신
토기장이 대표

오래 전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동베를린에서 엄청난 쓰레기를 서독으로 무차별적으로 던졌다. 그러나 서독은 즉자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진지하게, 깊이 고민했다. 쓰레기에 쓰레기로 응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르게 반응할 것인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몰라도, 그들은 동독에서 투척한 쓰레기 분량만큼 다양한 음식 통조림을 차곡차곡 넣어서 동독으로 보냈다. 이런 편지를 담아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

이 글을 읽는데 감동과 함께 전율이 느껴졌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풍성하다면 그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여전히 나의 결핍에만 주목한다면 아무것도 나눌 수 없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없는 것’에만 주목하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여전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기다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지체들이 너무도 많은데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나누기는커녕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며 좌충우돌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쓰레기에는 쓰레기로, 즉 ‘이에는 이’로 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서는 다툼과 분열이 끝날 리가 없다. 동독의 유아적인 태도에 보인 서독의 이런 성숙함이 결국은 통일을 이끌어 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나라와 나라의 외교이든, 개인 간의 관계이든, 성숙하고 강한 자들이 약자를 보듬고 나아가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도 서독인들의 이런 성숙함들을 배워 가면 좋지 않을까싶다. 이 글을 읽으면서 사소한 차이에도 용납하기 어려워하고, 작은 거슬림에도 쉽게 분노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쓰레기를 던졌다면 우리는 아마 살인도 불사할 정도의 분노로 대응하지 않았을까.

토기장이는「연약함이 건네는 위로」라는 책을 출간했다. 연이어「악한 분노, 선한 분노」라는 책을 곧 출간한다. 우리 안에 있는 연약함들이 분노를 일으키고 또 분노는 우리를 더 연약해지게 만든다. 이 악순환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선 마음을 잘 관리하고 쓴뿌리들을 치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면의 성숙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크리스천인 우리는 지속적인 묵상과 기도를 통해 주님의 마음을 배워간다면, 우리의 모든 연약함을 주님께 맡기는 훈련을 연습해간다면, 분노 가득한 이 사회에서 우리 크리스천들이 진정 빛과 소금으로 모범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 서독인들이 동독에 보낸 다양한 통조림박스에 붙였던 그 글귀가 요즘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는가? 내 안에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있는가? 아니면 작은 차이도 용납할 수 없는 분노만 쌓여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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