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교회 _21

“바리새인들이나 제사장 그룹이
예수님을 비난했던 것처럼 보수주의자들은
그런 목회자들을 저급하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주님과 비슷한 사람들이다.”

 

▲ 최종인 목사
평 화 교 회 담임

정통 보수나 엘리트주의를 조롱하는 듯한 소위 ‘b급 감성’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류보다 이류, 삼류에 애정을 느끼고, 상류층 문화보다 하류 문화에 열광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b급 문화’란 1930년대 미국의 동시 상영관에서 상영되던 저예산 영화를 의미하는 ‘b급 영화’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b급 문화는 저예산, 비주류 문화를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며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한 싸구려 같은 의미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b급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b급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여기서 말하는 b급은 ‘비주류’, ‘저급하다’, ‘수준이 떨어진다’ 등으로 내려보던 인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양성의 창구’, ‘개성’, ‘신선함’, ‘전형적이지 않음’ 이란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본다.

지난 주간, 여름 사역을 마치고 교회 교역자들과 함께 속초로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거창하게 <목회자 워크숍>이라고 타이틀을 붙였지만, 그냥 편하게 몇 가지를 주문하고 하반기 사역을 부탁했다. 거기서 목회자가 실력으로는 A급 목사여야 하지만, b급 감성을 갖고 목회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물론 의아하게 들리는 말이긴 하지만, 40년 목회하면서 느꼈던 나의 진지한 소감이기도 하다.

유학 중에 만난 대학원생이 강남에서 결혼식을 했다. 당시 나는 바빴기에 아내가 대신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먼 지방에서 올라온 목사님이 주례를 서셨는데, 아주 편안하고 웃으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 x 교회 지xx 목사님이라는 거다. 교단 총회장을 지냈는데, 선거 때 상대방 후보 측에서 비인가 신학교 출신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봄, 진해 쪽으로 가면서 우연히 그분이 목회하는 교회 옆으로 지나게 되었는데, 교회가 지방에 있음에도 상당히 컸다. 아내의 말 이후 나는 결혼식 주례 때마다 그분 생각을 한다. 용인에 있는 어느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분은 촌스러운 한복차림으로 가끔 강단에 서서 애국가를 부르기도 하고 시를 읊기도 한다. 그런데도 성도들은 열광하며 감동하는 것이다.

b급 감성을 갖는 목사들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그들은 대중문화를 잘 이해하고 강단에서 성도들과 소통한다. 현대인들이 어떤 아픔이 있고, 욕구가 있으며, 저들의 감성이 어떤지를 잘 알고 설교하면서 소통한다. 때론 성도들과 놀이할 때 유행가를 부르기도 하며, 노인대학에서 어깨춤을 추기도 한다. 세간에서 유행하는 용어를 과감하게 강단에서 인용하기도 한다. 그런 요소가 오히려 교회를 잘 되게 만든 것이다.

저들은 단순한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으로 성도들을 유혹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교회 안에서 거룩하거나 진지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드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그런 코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바리새인들이나 제사장 그룹이 예수님을 비난했던 것처럼 보수주의자들은 그런 목회자들을 저급하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주님과 비슷한 사람들이다. 주님은 주류 종교인들이나 상류층 인사들과 어울리지 않으셨다. 당시 비주류에 속한 사람들, 심지어 죄인 취급 받던 사람들과 어울리셨다. 소통의 명수인 것이다. b급 감성, 목회자들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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