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얼마 전 아이돌 출신의 한 여성 연예인의 죽음 이후 이와 관련된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 전화상담 뿐 아니라 사이버 상담을 하는 상담원들의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과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슴이 뛰고, 우울하고 불안하여,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도 힘겹게 살고 있는데 이 기사를 보니, 심지어 자살이나 자살시도 충동까지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죽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전염된 것 같이 보인다.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에서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한 것만으로도 모방학습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방학습은 타인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단계, 관찰한 행동을 기억하는 단계, 그리고 이에 따라 기억한 행동을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 받아들이는 단계, 관찰행동의 수행여부를 결정하는 동기화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있던 팬들과 국민들은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각종 언론 및 각종 매체에서 그녀의 죽음 기사가 넘쳐난다. 그녀의 죽음이 마치 문제해결의 한 방법인 것처럼 미화되고 정당화되기도 한다. 결국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녀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을 통해 자살이나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학업이나 진로 문제, 취업 및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 대인 관계 갈등을 겪고 있다. 필자는 이들 청소년들이 그녀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 같아 염려 된다.

지난 9월 말 발표한 2018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발표 자료에 의하면 지난 해 우리나라는 13,670명이 자살로 사망하였으며, 이것은 2017년에 비해 9.7%가 증가(1,207명)한 수치다.  5년 연속 감소하던 자살률이 다시 증가한 것이다. 통계청에서는 유명 가수, 배우, 정치인의 죽음 이후에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지만 여러 연구와 통계 자료를 보면 유명인의 자살 이후 모방자살의 추세가 나타나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에서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만들어 신중하게 보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죽음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권고기준에 의하면 자살 사건을 주요 기사로 다루지 말아야 하는데, 각종 매체에서 이 자살이 너무 지나치게 부각되어 청소년들과 국민들에게 아주 큰 관심사가 되었다. 또한 구체적인 자살방법,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살’이나 ‘극단적인 선택’ 같이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을 기사 제목에 표현하는 대신 ‘사망’, ‘숨지다’ 같은 객관적 사망 사실에 맞추어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조용하게 보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자살보도 말미에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소개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유명인의 자살보도는 모방 자살을 일으킬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더 큰 여파를 남길 수 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다. 언론은 자살보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잘 준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높아진 자살률을 줄이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우리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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