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조 년
한남대 명예교수

나는 며칠 전 인도의 델리(Delhi)에 회의가 있어서 간 길에, 잠깐의 휴식 시간에 간디기념관을 찾았었다. 거기는 마지막 간디가 머물면서 기도하던 곳이요, 힌두와 모슬렘, 그러다가 인도인과 세계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 인류와 역사를 향해 말씀하다가 원한이 가득한 힌두청년이 쏜 총을 맞아 삶을 마감한 곳이다.

그곳은 비폭력과 평화와 사랑을 삶으로 살던 그를 원한으로 가득한 폭력으로 세상을 마치게 한 모순의 장소였다. 그가 침실로 사용하였다는 방 벽에 그이의 말이 산뜻하게 표구되어 걸려 있었다. My life is my message(내 삶은 내 메시지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온 몸을 뒤흔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온 몸에 쫙 퍼져 흐르는 것 같은 느낌, 순간 자동으로 내 숨이 턱 멈추고 한 참 지난 뒤에 마치 신음하듯이 한숨을 내몰아쉬었다. 내 삶은 어떤 메시지일까?

글을 써달라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바로 이 문구가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한국기독교회의 삶은 어떤 메시지일까? 한국의 교회는 한 두 마디, 또는 한 두 갈래로 나누어 담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래서 ‘한국교회’란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인위적인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어떤 것이, 어떤 교회의 모습이 한국교회인가를 생각하고 싶어졌다. 일반 사람들 눈에 간단하게 비친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물론 간디라는 그 한 인간도 ‘이것이 간디’라고 할 만큼 간단한 인간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의 삶이 곧 자기 메시지라는 말을 남겼다. 그것은 그가 그렇게 잘 살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어떠한 삶을 살았든지 그 삶 자체가 곧 자신의 말씀이요 메시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를 영원히 증거한다. 그러니까 다양하면 다양한대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난삽하면 난삽한 대로 그 삶이 곧 그 자신을 그대로 나타낸단 말이다. 그래서 어느 한 측면에서의 한국교회 모습은 곧 그 나름으로 그들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 메시지는 곧 그들이 주장하고 설교하듯이 마감 날에 하나님 앞에 그대로 가지고 가서 보여드릴 그 삶이다. 그것이 그들을 심판하는 메시지 자체란 말이다. 물론 이 중에는 ‘오, 잘했어, 참 착한 내 종이었구나’ 하는 삶을 산 교회나 지도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여기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좀 반성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내 맘에서 쓴다.

좁은 신학논쟁과 권력과 재산관계로 끊임없이 분열을 거듭하는 한국교회의 삶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 조직된 교단들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치르는 이른바 총회장 선거나 총감독 선거 따위가 어마어마한 금전을 살포해야 한다는 현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농어촌이나 빈민가에서 매우 힘들게 목회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눈감거나 쥐꼬리만한 도움을 주면서, 어마어마한 교회당과 교인과 화려한 회당치장과 예배예식의 사치스러운 모습들은 어떤 메시지로 하늘에 전달이 될까? 복음을 산다는 명목으로 교인수와 교회헌금액과 거대한 예배당으로 목회의 성공과 실패를 계산하는 교회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뜻을 가지는 것일까? 아름다운 목소리와 음악성을 가진 웅장하고 굉장한 성가대의 찬양이 마치 하늘에 미치는 찬미라고 여겨 수백 수천 명을 현란한 옷차림으로 꾸며 올리는 찬양을 듣고 아멘으로 화답하는 교회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

재벌들의 대물림이나, 기득권자들의 대물림 관행을 비판하는 사회분위기와 시대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아버지의 집’이라는 수만의 교인과 수백 억 원의 재산관리권을 자녀들에게 대물림하여 주겠다는 교회들의 메시지, 또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법으로 만들었으면서도 구렁이 담 넘어가는 것만도 못한 모습으로 은근슬쩍 눈감아 법을 스스로 어기는 권력과 돈에 눈먼 교회들의 메시지는 어떤 의미로 전달이 되는 것일까? 그런 거대한 교회에서 선교비 받는다고 꿀 먹은 뭐 모양으로 진리를 말하지 못하는 성직자들의 삶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 ‘나는 잘못하였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하면 용서받는다고 설교하는 교회와 성직자가 그 삶으로 회개할까? 잘못을 가리우기만하는 교회들의 삶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영적 촉촉함이 얼마나 풍성한가를 반성하지 못하는 교회가 보내는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내 삶은 내 메시지다’한 간디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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