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빅터 프랭클은 사람은 이것 때문에 살고 이것 때문에 죽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 삶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그 의미를 찾지 못하면 내가 왜 사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채 실존적 공허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였다.

천만 서울시민 수장이었던 고 박원순 시장이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어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인권변호사로 시작하여 참여연대 결성과 아름다운재단 설립을 이끌며 시민운동에 주력했고 최초 3선 서울시장으로 대권후보 물망에 올랐던 그였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스스로 사라졌다. 가족을 위한 것도 시민을 위한 것도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위해 죽은 것인가.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전에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여성인권 신장에 앞장선 고인이었기에 이 소식을 들을 가족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허망한 얼굴이 떠올랐을 것이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 꿈꾸고 기대했던 모습에 큰 괴리감을 느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을 위해 죽었다.

더 안타까운 점은 그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평생 고통스러운 기억이 된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누군가는 그를 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 유명인의 자살 이후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베르테르 효과가 걱정된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13,670명이 자살하였고, 하루 평균 자살자 수는 37.5명이나 된다. 유가족은 자살자의 6배 이상 발생하니 한 해 약 8만 명이 자살로 고통 받는 셈이다. 그는 괴로움에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가혹한 시간을 주었다.

필자가 일하는 생명의전화에는 전화와 온라인으로 죽고싶다는 상담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국회의원도 자살하는데 고통스런 삶의 현실에서 나 같은 사람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말한다. 그의 죽음은 그만의 죽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남기고 떠났다.

기독교는 비록 과오가 있어도 철저히 뉘우치고 돌아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사랑과 용서의 종교다. 자신을 용납하지 못해 이어지는 비극적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지키고 살려내는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이 나를 위해 죽지 않고, 이웃과 나라와 인류를 위해 죽을 각오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더 아름다운 축복의 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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