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회 들소리 문학상 대상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기독교문학을 위해 헌신적으로 숨어서 일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들소리문학상 대상에 저를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와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겠습니다.

▶ 시인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들려주십시오.
- '78년 한국문단 신인상에 당선된 이후 올해로 문단에 등단한지 25년이 됐습니다. 사실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 당선된 이후 담임선생님의 격려와 지지는 어린 저에게 시인을 꿈꾸게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린 저에게서 무엇을 보셨던지 “세계적인 시인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예민한 사춘기 시기에 어머니를 잃고 힘겨워 하던 중에 만난 프쉬킨의 `삶'이란 시가 준 위로는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했습니다. 이화여대 영문과에 들어가 문학을 더욱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세계적인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학과 신학을 겸비해야한다는 판단아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원에 가서 만난 도스토예프스키는 저의 삶을 거듭나게 했습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통해 그동안 대속의 은혜를 머리로만 알았는데 비로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어찌 보면 거듭남이 없는 신앙이란 다른 신의 자리에 예수를 갖다놓았을 뿐 그 진수는 경험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통해 비로소 예수 대속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 역시 작품을 통해 예수를 만나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함을 깨달았습니다.

▶ 대상에 선정된 `하나님의 편지'를 쓰신 배경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는 기독교인이 전체 국민의 25%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회는 메마르고, 부정과 비리가 만연합니다. 이것은 크리스찬이 제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새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독교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생활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둘러본다면 소외된 이들을 발견할 수 있고 그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찬은 보지 못하는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듣지 못하는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나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지기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 작품을 쓰실 때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 도스토예프스키를 통해 깨달은 것은 고난과 고통을 통하지 않고는 십자가의 고난을 말할 수 없고, 성숙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의 끝자락이라도 잡고 이를 자신의 모습 속에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오늘날의 신앙인들은 고난은 없고 영광만 구하려고 하지만 십자가가 없이는 부활도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예술은 십자가 고난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는 진실이 없고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세속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 작품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쓰셨는지요?
- '82년에 남편이 과로로 갑자기 세상을 등진 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진정한 사랑과 신앙의 본을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남편이 죽자 저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또 인간의 일생이 풀의 꽃과 같이 잠깐 있다 없어질 것인데 남편의 몫까지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사랑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기독교문학이라고 하나님을 너무 드러내면 문학작품이기보다는 설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학만을 생각해서는 복음이 아닌 세속문화를 따라가기 십상이지요. 이것이 기독문인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프리즘을 통해 보면 제각각의 색깔을 볼 수 있듯이 예수님이라는 프리즘을 통한다면 어떤 소재든지 기독교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작가의 정신입니다. 기독교를 드러내는 어휘를 넣는다고 기독교문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학 속에 기독교가 형체 없이 녹아져서 걸러져 나왔을 때 참다운 기독교문학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기독교문학이 따로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작품 속에 예수가, 사랑, 겸손, 나눔 등 그의 가르침이 녹아있어 감동을 준다면 기독교문학인 것입니다. 똑같은 풀잎, 새소리에서 예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는 것이 기독작가들의 역할입니다.

▶ 시상의 원천은 무엇인지요.
- 시는 하나님과의 영혼의 대화이며 기도입니다. 모든 울부짖음, 간절함 속에 항상 진정성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아 기도에 전념하는 가운데 영감이 떠오릅니다. 시는 기도의 부스러기인 셈이지요.

▶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제 만족하시는지요?
- 저는 아직도 수련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부끄러운 마음에 그동안 쓴 작품을 모두 쓸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내 손을 떠나면 내 것이 아님을 알기에 늘 기도하며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한편씩 써 내려갑니다. 시를 쓸 때면 “단 한 편의 시라도 좋으니 영혼을 울릴 수 있는 글을 남겨라”라고 당부했던 남편의 말을 늘 기억합니다.

▶ 활동범위가 넓으신 것으로 압니다.
- 기독교 문학, 미술, 음악 등 기독교 문화예술의 총 집합체인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 회장을 지난 10년간 맡아오면서 기독교문화 정착 및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교계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며 기독교 문화세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방송활동 및 신문 칼럼 게재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문인들의 경우 이렇듯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러나 아직 열악한 기독교문화 현실 속에서 좀더 많은 이들에게 인식시키고 발전시켜가기 위한 하나의 작은 몸부림입니다. 이런 저에게 사람들은 시로써 새로운 선교의 장을 개척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그것이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신 달란트를 드리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 한국기독교문화의 현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기까지는 1천년의 역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한국기독교역사가 이제 120년입니다. 큰 욕심을 부려서도, 너무 서둘러서도 안됩니다. 120년 역사를 씨앗이 발아하는 단계로 보고 앞으로 잘 발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한국기독교문화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승록 부장 / 정리 정찬양 기자

◆ 수상소감 ◆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김 소 엽

  사람이 살면서 일생에 몇 번의 기쁨을 갖는다고 합니다. 상을 받는 다는 것은 그 몇가지 기쁨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참으로 기쁩니다. 이 기쁨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들소리 신문은 가장 복음적이며 순수한 신문, 기독교 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기독교 신문으로 정평이 나있는 신문이며 이를 이끌고 있는 조효근 목사님 또한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이 사역에 소명을 다하고 계신 존경받는 목사님이신데 이렇게 좋은 곳에서 마련한 귀한 상을 저에게 주도록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시를 쓰며 제게 주신 달란트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격었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통한 아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설파한 것처럼 고통과 고난의 용광로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문학이라는 것이 태어날 수도 인격이 성숙될 수도 사랑이 탄생될 수도 없음을 저는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난이 무엇인지 고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저는 40년 광야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고난을 당한 후 저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살아있는 동안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일이 무엇인지, 나를 통한 그 분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 탐색과정이 바로 제 삶의 존재 방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사막에서 한 방울의 물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목말라 하며 하나님께 철저히 매달리게 되었고 그 분과 동행하는 삶을 갈구했습니다. 언제든지 제가 까마득한 절망의 순간에 제 손을 잡아주시는 그 분을 느끼며 매 순간 마다 그 분과 함께 하는 삶이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은혜로 사는 사람이며 하나님 은혜로 글을 써왔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저는 넘어지고 쓰러지고 힘들 때마다  울부짖어 기도하기도 하고 때로 깊은 묵상으로 한 밤 내 깨어 기도하기도 하고 때로 고뇌에 젖기도 하고 때로 외로워 못견디는 허허로운 순간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그런 고통의 순간마다 제 기도는 그 분과의 대화의 통로였고 거기서 얻어진 파생품이 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불량품이 많은 별 볼 품없는 저의 시를 이렇게 상을 주시다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는 필경 하나님께서 지친 저에게 주시는 위로며 또한 앞으로 정신차려서 한 편을 쓰더라도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시를 쓰라고 격려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채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시를 쓸 때마다 제 남편이 제게 들려주었던 말 `여보. 한 편의 시를 남겨도 좋으니 영혼을 울릴 만한 시를 쓰시오' 라는 말을 생각하며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모든 영광과 감사를 하나님께 돌리며…

김소엽 시인 약력 : '43년 충남 출생.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졸업. 현 호서대학교 교수, 국제펜클럽,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 회장, 환경문화예술진흥회 공동대표, 신촌성결교회 권사. 저서는 시집 〈그대는 별로 뜨고〉 〈지금 우리는 사랑에 서툴지만〉 〈어느날의 고백〉 등, 수필집 〈사랑 하나 별이 되어〉 〈초록빛 생명〉 등 다수. '93년 기독교문화대상, '95년 윤동주 문학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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