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은 다윗의 군사력을 얕보고 무시했고 
다윗이 장차 왕이 될 재목인 것을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음도 있었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자기 아내 아비가일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무엘상 25장에는 다윗과 관련된 특이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다윗이 따르는 젊은이들과 자신을 위해 나발에게 음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고, 이 일을 복수하려 할 때 나발의 현명한 아내인 아비가일이 설득해서 다윗의 살인 계획을 막았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다윗의 인생 중 스쳐 지나가는 여러 장면 가운데 하나의 스토리인데 여기에 사회, 정치, 성, 사상이 들어있다. 여기에는 주요 등장인물로 다윗과 나발, 아비가일이 나온다. 

나발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갈멜에 사는 유력자이다. 본문에 소개된 것처럼 갈멜은 부유하고, 양털을 깎고, 풍성한 잔치를 벌이는 곳으로 묘사된다. 반면에 다윗이 거하던 광야는 주거가 힘들고, 음식이 모자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어려운 지역이다. 성경에는 나발은 매우 부자로 등장한다. 그는 양이 삼천이요, 염소가 천 마리 있다고 했다(삼상 25:2). 동방에서 거부였던 욥이 양이 칠천이라고 했던 것을 보면(욥 1:3), 나발의 재산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재력과 권력이 비례했던 관행으로 볼 때 나발은 지역사회에서 힘과 지위가 있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다윗도 부하들을 보내면서 “그 부하게 사는 자”라고 호칭했다(삼상 25:6). 그리고 다윗 자신을 ‘아들 다윗’이라고 낮추어 불렀다.    

나발은 매우 단호한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사울 왕 쪽에 기울어진 인물이고, 다윗을 주인에게서 떠난 종으로 취급한다(삼상 25:10). 특히 ‘이새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조롱하는 말이다. “요즘에 주인에게서 도망치는 종이 많다”라는 수사학적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아내인 아비가일이 말한 것처럼 ‘나발, 미련한 자’는 아닌 듯 보인다. 

나발은 결정을 내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어찌 내 떡과 물과 내 양털 깎는 자를 위하여 잡은 고기를 가져다가 어디서 왔는지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주겠느냐”라면서 거절한다(삼상 25:11). 내 떡과 내 물, 내 양털 깎는 자, 내가 잡은 고기 등의 자기 소유라는 용어를 여러 차례 쓰는 것을 보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소유욕이 큰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나발은 다윗의 군사력을 얕보고 무시했고 다윗이 장차 왕이 될 재목인 것을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음도 있었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자기 아내 아비가일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비가일은 하인들과 의사소통이 되는 인물이었다(삼상 25:14). 그리고 상황판단과 반응이 매우 빨랐다(삼상 25:18). 그는 다윗에게 음식을 선물할 뿐 아니라 예언의 형태로 다윗이 왕이 될 것을 선포한다(삼상 25:28). 그는 사건의 진행방향을 바꿀 줄 아는 능력이 있고, 판단력과 행동력이 있다. 자신이 나설 때를 알았고, 기회를 볼 줄 알았으며, 안전한 집을 나와 칼을 들고 달려드는 남편의 적과 대면하는 용기도 있었다. 

아비가일은 말로 다윗의 마음을 돌이켰고, 다윗을 보복하려는 자에서 용서하는 자로 구제했다. 남편과 가산을 구하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두 남자들보다 뛰어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나발은 이런 지혜롭고 용감한 여인을 부인으로 두었으면서 활용할 줄 모르는 ‘미련한 자’였다.  

크리스천 부부는 가정에서 몇 가지 실천할 것이 있다. 첫째는 배우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남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셨듯이 각자의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엡 5:25). 반면에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존경해야 한다(엡 5:22). 둘째로 필요할 때는 직접 말해야 한다. 하인들이 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안주인 아비가일에게 말하게 하면 안 된다. 셋째로 남편과 아내는 서로 격려해야 한다. “지혜로운 여인은 자기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잠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