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95)

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수정이는 엄마와 둘이 사는 지적장애인입니다. 수정이는 오십이 넘은 나이지만 정신 연령은 아직 유치원생 정도 되는 아주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모녀는 긴 세월 동안 그래도 단란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수정이가 건강할 때 얘기입니다. 그런데 수정이가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을 했는데 그 뒤로 더 이상 앉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했다고 합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살아오면서 수정이를 돌봐야 했었던 세월 속에 엄마의 눈물과 한이 있었음을 그와의 대화와 교제 가운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복지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오로지 모든 일을 엄마가 감당해야 했기에 이 험한 세월 고단한 인생을 살아왔을 것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엄마는 늙고 힘이 없어져 가고 있기에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더 야속하기만 합니다.

수정이는 현재 먹는 것도, 생리적 현상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이제는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엄마는 가슴이 아프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행이 요즘은 수정이에게 활동보조 선생님이 오셔서 낮에는 돌봐주어서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고, 정부에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모는 외롭습니다. 코로나 시절이라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오로지 주님께 기도하며 이 어려운 시절을 지내고 있노라 얘기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중증장애인 자녀가 엄마 앞에서 먼저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장애인 자녀를 둔 것이 자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어떻게 하든 자녀가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간보호센터를 다닐 때만 해도 조금은 희망을 가질 수가 있었지만 자리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만 아프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가정에 잠시라도 웃음을 주고 행복한 마음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버킷리스트 얘기를 꺼냈는데 수정이는 차를 탈 수가 없으니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하루라도 나들이를 시켜주면 고맙겠다고 인사를 합니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나들이를 갈 수 있다고 약속을 했더니 소녀처럼 기뻐하십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감동 받는 그 모습을 보면서 주님께 감사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누구나 나름의 고통과 고난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사랑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현실 속에서 이 모녀의 아픔과 외로움은 오로지 당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녀를 위로하고 사랑이 전달될 수 있도록 이런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관심을 가지고 손잡아 준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요.

매일 누워 있는 딸을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을 우리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감사하고 이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힘들 때 누군가 다가와 손잡아 주어 고마움을 느꼈듯이 이들 모녀에게도 손잡아 주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수정이가 하늘나라에 갈지 모르지만 엄마는 최선을 다하여 보살피겠노라 힘주어 말합니다. 주님으로 인하여 이 가정이 위로 받고 힘을 공급 받아 이 험한 세상이지만 이 모녀에게도 행복한 시간이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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