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작가
유승준 작가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은 또박또박 흘러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가을 풍경이 세파에 지친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노래나 영화가 있듯 가을과 잘 맞아떨어지는 마음의 색깔이 있다. 우울이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울적해지고, 앙상한 가지의 가로수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며, 자꾸 옛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소년 소녀라도 된 듯 가을만 되면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힌다. 

더군다나 올가을은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우울을 뜻하는 영어단어 ‘블루(blue)’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후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들고,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성인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9.2%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현실적으로 남성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경제력이 약한 데다,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고, 식구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육아와 가사 등에 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많아짐에 따라 정서적으로 더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한 사람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계절이나 날씨 혹은 사회적 상황에 따라 우울감을 느끼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울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그래선지 대부분 우울증을 가볍게 생각한다. 

그러나 감기도 간단히 앓고 지나가는 게 있는가 하면, 호되게 고생해야 간신히 치료할 수 있는 독감도 있다. 우울증을 마음이 좀 허전한 거겠지, 너무 예민해서 다소 울적해진 것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치료해야 할 뇌 질환으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따분함과 무력함을 느끼고, 그것이 폭식과 과식으로 이어지며 체중이 늘거나 평소와 달리 잠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자는 것도 계절성 우울증의 대표적 현상이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생활습관을 바꿔 활기찬 리듬을 회복해야 한다. 외출을 자주 하고, 햇빛을 많이 쐬는 게 좋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전화나 SNS를 통해 친구나 지인들과 수다도 떨면서 교분을 유지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몸의 감기는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낫지만, 마음의 감기는 관심과 사랑을 먹어야만 낫는 병이다.

온 국민이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이때, 크리스천들은 지독한 영혼의 감기를 앓고 있다. 예배당에 가지 못한 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인터넷 예배를 드려야 하고, 예배당을 간다 해도 마스크를 쓰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아야 한다. 방역수칙 상 찬송가를 부르거나 통성기도를 하는 건 되도록 삼가야 한다. 성가대의 웅장한 합창을 들어본 게 언제인지 아득하다. 

그나마 확진자가 증가하면 예배당 문은 굳게 닫힌다. 한때 전염병 확산의 근거지가 교회인 것처럼 오해받고 눈총을 사는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그나마 어른들은 인내심으로 견딘다 해도 청년들과 아이들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불안하다.

누구는 이 사태를 제2의 종교개혁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말세에 나타난 사탄의 발악이라고도 하며, 다른 이는 인간의 오만과 무지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도 한다. 초유의 팬데믹을 어떻게 해석하든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각자의 몫이라 해도 일 년 가까이 마음의 감기와 더불어 영혼의 감기까지 앓고 있는 크리스천들의 병은 누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어떤 처방과 치료법이 있어야 중병이나 사망에 이르는 걸 차단할 수 있을 것인가? 가을이 깊어갈수록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엄중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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