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아내 곁을 지키는 철학자이자 신학자의 덤덤한 목회 자서전

“슬퍼하면서도 기도하며 병의 본질과 진행 과정, 환자를 둘러싼 이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고통의 골짜기에서 주님의 뜻을 이해하고 그늘진 그곳에서도 사랑이 넘치고 성실하게 사는 법을 궁리하고 있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도전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노을 지는 무렵 내게 걸어온 말들더글라스 그로타이스 지음/함정화 옮김/북하이브
노을 지는 무렵 내게 걸어온 말들더글라스 그로타이스 지음/함정화 옮김/북하이브

저자는 미국 오리건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콜로라도 덴버신학교에서 철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그가 아픈 아내 곁을 지키며, 그와 함께 고통스러움 속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그 속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와 웅얼거리는 기도소리가 이 책에 배어있다.

저자의 아내 베키는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녔지만 언젠가부터 그 능력을 잃기 시작했다. ‘원발성 진행성 실어증’이란 병이다. 발견 당시 초기였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책은 이 질병이 저자 부부 인생에 어떻게 서서히 침투했는지, 그 깊은 상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상실에 대한 섬세하고 정직한 슬픔 또는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슬퍼하면서도 기도하며 병의 본질과 진행 과정, 환자를 둘러싼 이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고통의 골짜기에서 주님의 뜻을 이해하고 그늘진 그곳에서도 사랑이 넘치고 성실하게 사는 법을 궁리하고 있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도전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교수(예일대 석좌)는 “아내가 겪는 고통을 실에 비유하면 그 실에 촘촘히 매달린 구슬들이 바로 저자의 생각”이라고 표현하면서 쓰라린 상실의 바다에서 저자의 기도는 지혜롭고 근면한 여인을 찬양하는 잠언을 인용하며 끝맺는다. ‘그녀는 다가올 어느 날엔가 웃으리라’고. 이렇듯이 저자는 고통과 좌절을 표현하지만 그것은 소망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다. 

아내의 질병에 대한 철학자이자 한 신앙인의 슬픔은 이 황혼 속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이 고뇌와 마주 서 있는 저자의 모습,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들은 보편적인 사유가 잘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전 저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철학적이며, 신앙적이고, 목회적인 자서전이라고 고백하며 고통 받는 영혼과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7장 ‘한탄하는 법을 배우다’는 다른 장보다 더 길고 철학적이라 읽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끈기를 갖고 읽기를 당부한다. 왜? ‘어떤 이에게는 의미를 부여할 것이고, 내가 간직하는 희망의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란다. 

슬픔의 의미는 이 세상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성경을 주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을 알리는 계시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 책에서 슬픔, 슬픔을 담은 장르를 발견해야 한다, 슬픔은 주님과 이 세상,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슬픔과 희망은 주님의 지식 안에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성경에 적힌 슬픔은 불평이 아니며 이기적이고 참을성 없고 무의미 하지 않다.”

‘우리가 함께 걷는 길은 소박한 산책로가 아니라 어두컴컴한 오솔길’이었고, ‘이 책으로 당신의 약점을 사람들과 나누면 그 이야기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라며 아내에게 말해주었다는 대목에서는 초연하고 깊은 심연의 울림이 느껴진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의 곁에서 이런 인생의 색체를 내는 남편을 둔 베키는 그 자체로 축복받은 사람임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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