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캐나다 대표하는 조직신학자 - ‘그리스도교 세계는 붕괴했다’, ‘앎의 한계 받아들이라’
부정 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 제시, 인격적 대화·소규모 토의에 더 관심 기울이라

“성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하느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인간의) 구체적인 체험이며, 신학의 대상은 고정된 객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학문으로서 신학은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지극한 겸손과 관대함으로 우리가 신학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는 분”

 

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더글라스 존 홀 지음/이민희 옮김/비아
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더글라스 존 홀 지음/이민희 옮김/비아

‘그리스도교 세계는 붕괴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의 진지한 그리스도교인들은 새롭게 질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진실로, 그리스도교란 무엇인가?’

저자는 그리스도교, 특히 서구 그리스도교는 종교적 확신과 정치적 힘을 추구하는 가운데 너무나도 자주 초월적 신비(우리에게 신앙을 주는 이는, 우리 안에서 신앙이 솟아나게 하는)를 무시했고, 가렸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부정(Negative) 혹은 부정신학은 자신이 궁극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초월적 신비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동방교회 전통에서 부정신학을 주요 방법으로 채택한 것처럼, 즉 그리스도교는 무엇이 아닌가, 그리스도교의 모습 중 우리가 배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접근 방법을 택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겸손할 것’을 강조한다. 신학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해온 서방 그리스도교 세계의 흐름은 이제 멈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교인이 잘못된 걸림돌, 불필요한 공격성을 조장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그리스도교인이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한 우리의 앎이 지닌 한계를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루터의 십자가 신학은 근본적으로 부정신학이었음을 설명한다. 

“루터 신학은 종교적 승리주의, 종말이 결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신앙을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 소망을 일종의 소모품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십자가 신학은 자신감 있게 이를 주장했을지언정 결코 (자신만이 옳다고) 확신하지 않았다.”

저자는 또 성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하느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인간의) 구체적인 체험이며, 신학의 대상은 고정된 객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학문으로서 신학은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지극한 겸손과 관대함으로 우리가 신학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는 분이라고 설명한다. 

신앙은 언제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부단히 말하고 듣고, 침묵하고, 대하를 나누는 것을 익히는 가운데 일어나고 성장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나는 이를 위해서 그리스도교 교회가 성서에 바탕을 두지 않은 대중 활동보다 인격적인 대화,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토의에 지금보다 훨씬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교 세계의 꿈, 만방에 교회를 세우자는, 19세기에 정점에 달한 꿈은 오늘날 그리스도교인들이 꿀 수도 없고, 꾸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종교가 있고 변화무쌍한 오늘날 상황에서 그러한 꿈은 향수를 자극하거나 수사적으로만 가능하며 좀 더 안 좋게는 그리스도교 패권주의의 이념적 토대로 왜곡되어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그리스도교는 신약성서에서 묘사한 제자 공동체를 왜곡한 것이라고, 이는 언제나 잘못된 생각이었고 그리스도교 메시지와 사명을 심각하게 곡해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래의 그리스도교는 오늘날 그리스도교보다 훨씬 덜 구조화되고 훨썬 더 개인의 성찰과 결단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반구에서 성장 중인 교회들이 서구 그리스도교의 승리주의를 답습하려는 유혹을 이겨낸다면 새로운 그리스도교는 그들과 성서의 새롭고도 신선한 만남이 낳는 산물이 될 것이라고 제시한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인들이 다른 신앙 전통과 마주해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기에 앞서 그 전통의 신실함과 깊이를 만날 때 자기 신앙의 고유함을 더 깊이 숙고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그는 창조세계를 수행하는 법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빚어내시는 한 분 하느님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개신교 신학자이자 상황신학 분야에 커다란 공헌을 남긴 조직신학자로 평가받는 84세의 저자는 44세였을 때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신앙의 핵심에 있는 신비와 관련해 자신이 가진 앎은 정말 미미하고 초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데서 나온 것이지만 이 앎이 아무리 빈약하다 할지라도 신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란 너무 ‘높아서 내가 능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할 만큼 심오했다고 고백한다. 

지난 2천년 동안 그리스도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일정한 흔적을 남겼지만 대다수는 엉망진창이었고 어떤 흔적은 평범하기 그지없으며 어떤 흔적은 흐릿하게나마 빛을 머금고 있지만 저 빛, 깊이에 ‘능히 미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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