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특히 70-80년대 급성장의 시기에는 성장이 교회의 트렌드이었으며, 신학교에서는 교회 성장학을 중요 과목으로 가르쳤고 기독교 책방에는 교회 성장과 관련된 책들이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교회마다 교회 성장 표어나 구호 하나 쯤은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다. 이런 열망과 열정 때문인지 많은 교회들이 양적 성장을 구가했으며 앞다퉈 메가 처치가 등장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회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2천 년대에 들어와서는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위기를 맞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회 안에 병리적 현상이 하나 둘씩 나타나더니 교회 안팎으로 부터 질타를 받는 일이 빈번해졌고, 결국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에 직면하자 의식 있는 목회자와 신학자들 사이에서 교회의 건강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양적 성장에 매달리면서 교회의 건강성을 등한시 했다고 자각을 한 것이다.

현대인들의 주요 화두가 건강에 있는 것처럼 이제는 한국교회의 건강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하지만 교회의 건강성에 대한 기준과 지표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건강한 교회를 언급하면서도 동상이몽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이 내세우는 건강한 교회가 성경이 말하는 복음적인 교회인지 진단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대외 사역이 활발하면 건강하다고 평가하는 정서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차적으로 교회의 규모가 커지면 건강한 교회로 평가를 한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게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교회가 건강하기 때문에 양적으로 커지는 것일까? 그동안 한국교회의 성장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건강한 교회 성장의 전제가 있다. 그것은 참 복음이 선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양적인 성장은 신천지 이단에도 있는 것처럼 참 복음을 전하지 아니해도 얼마든지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울이 갈라디아에서 언급한 “다른 복음”(갈1:7)을 전해도 교회는 양적으로 커질 수 있다. 바울이 지적한 다른 복음은 율법주의 신앙이다. 이는 율법의 행함으로 의롭게 되고 복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이기에 은혜의 복음에 역행한다.

양적으로 급성장한 교회치고 다른 복음을 전하지 않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 참 복음이 아닌 다른 복음을 전하고 있음에도 양적으로 커지는 교회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교회들은 예외 없이 참 복음을 전한 결과이며 건강한 교회됨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은혜의 복음”이라는 용어만 잘 이해해도 이들 교회가 다른 복음을 얼마나 많이 전하고 있는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외치지만 실상은 인간의 의와 공로를 부각시키고 부추겨서 교회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양적으로 성장해야 질적인 성장도 가져온다는 논리를 편다. 일리 있는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양적인 성장은 무엇이고, 질적인 성장은 무엇이란 말인가? 편의상 이렇게 구분한다고 해도 교회는 양과 질의 문제가 아닌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 복음이 선포되지 아니한 중에 양적으로 성장하면 그 많은 교인들이 복음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질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다른 복음인 율법주의, 기복주의에 현혹되어 모여든 사람들에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참 복음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고민은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 참 복음 선포를 통한 교회의 건강성 회복에 있어야 한다. 당장은 어려워도 참 복음으로 세워지는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