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계 연합기관의 통합은 원론적으로는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사안을 따져서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지난 11월에 예장 합동 교단(총회장 소강석 목사)이 세 연합기관 곧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회), 한교연(한국교회연합),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통합을 추진한다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소강석 목사가 한교총의 대표회장도 맡게 되니 한교총이 세 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교계에서 이 일에 대해 우려가 심각하다.

교계 연합기관이 보수의 한기총과 진보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로 양분돼 있는 상황에서, 한기총이 둘로 분열되어 한교연이 생겼고 그 상황에서 한교총까지 생기면서 셋으로 갈라졌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교회가 겪은 진통과 위상 추락과 선교의 장애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통 교단들에서 이단으로 판정한 집단들을 한기총이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큰 사달이 났고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했다. 예장 합동도 2014년 제99차 총회에서 한기총을 탈퇴했다. 주요한 이유는 이단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을 다시 살려서 정상화한다면서 순복음 쪽에서 애를 썼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때도 교계의 지각 있는 지도자들이 자연스레 기능을 상실한 한기총에 왜 다시 힘을 실어주느냐며 깊이 걱정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사회에 추태를 보이면서 진행된 이 짧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현재는 한교총이 한국 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주요 교단들이 다 빠진 것만이 아니라 이단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한교연 역시 주요 교단들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한국 교회를 대표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는 한교총이 실질적으로 한국 교회를 대표하고 있다. 주요 교단들이 한교총에 모이고 법인 등록도 완결되어 정부나 언론 등 우리 사회에서 한교총의 대표성이 자리를 잡았다.

지형은 목사
지형은 목사

 

이런 상황에서 세 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혼란과 분열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통합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된 후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기총은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으면서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다. 극우 정치 세력의 중심에 전광훈 목사가 있고 한기총도 이 흐름에 깊이 연관돼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과 충돌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한창 가열되고 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충돌이 보수와 진보의 대립인데 이것이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한기총까지 포함한 통합 추진이 겨우 자리매김한 한교총 안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 교회 안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싸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도대체 왜 한기총을 다시 끌어들이는가! 무슨 명분이 있다는 말인가.

이천 년 교회 역사에서 기구와 제도의 완전한 통합은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한국 교회 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교단의 교세를 불리기 위한 목적으로 흡수 통합이 진행되거나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통합한 사례는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경우는 실패가 자명하다. 목표가 통합인데 더 많이 갈라진다. 프로테스탄트의 특성을 생각하면 기구와 제도의 통합이 아니라 한 지붕 안에서 연대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제도적으로 깔끔하게 하나가 되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의식에서라도 가톨릭의 중앙집권적인 제도가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양성 안에서 연대하는 것이 성경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교회를 더 어렵게 만들면 안 된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