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와 함께 교인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함께 기도하면서 성경적인 근거를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이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담임목사 없이 교인들이 모여서 세운 공동체이다. 이들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교회의 개혁성을 정관에 명시하고 민주적 교회 운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런 교회를 표방한 것은 이전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전횡과 독재적 교회운영에 대한 폐단으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회 대신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위원장을 담임목사가 아닌 장로가 맡으며 교인총회(사무연회) 의장도 장로가 그 직을 수행한다. 전통적인 교회와는 사뭇 다른 행정 체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 개혁을 외치는 교회 중에는 이런 식의 짜임을 가지고 있는 교회들이 적지 않게 있으며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발상은 담임목사의 독재적 교회 운영에 대한 견제용으로 출발되었다는 점에서 목사 입장에서는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그러나 목사도 연약한 인간이고 실수를 할 수 있기에 폭주할 경우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에 대해 거부할 목회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교인들의 영적 의식과 성숙함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담임목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를 둔다고 하여 민주적으로 교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적 교회 운영은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교회의 성경적인 본질 이해와 교회를 섬기는 훈련이 선행되지 않고는 간단하게 접근할 성격이 아니다. 교인들의 합의만 있으면 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민주적 교회 운영의 기준은 세상 가치관에 있지 않고 성경에 있다. 그러므로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 운영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 없이 민주적 교회 운영을 내 세우면 교회를 세상 단체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인간의 뜻만 왕성하게 펼치다가 분쟁과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조건 다수결에 의해 결정하는 것을 민주적 교회 운영이라고 한다면 비성경적이 아닐 수 없다.

교회 운영에서 누가 무엇을 주장하고 추진하든지 이것이 성경적인 것인지 충분히 가늠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분별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적이라 하여 단순히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묻고 가부를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담임목사와 함께 교인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함께 기도하면서 성경적인 근거를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이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적 운영은 다소 시간이 걸리고 진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래서 신속성이나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의 독단적 결정은 무엇이든지 빠르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인간의 야망을 믿음으로 포장할 수 있기에 위험하다. 얼마든지 인간의 야심과 탐심이 개입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연말이 되면 결산과 함께 새로운 사역의 계획을 세운다. 특별한 계획이나 추진하는 것이 없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이슈가 될 법한 사안이 있을 경우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거나 생략하고 결정하면 큰 후유증이 따라온다. 특히 재정 사용 계획을 민주적 절차 없이 두루뭉술하게 처리하면 교회의 갈등과 분쟁을 유발한다. 물론 민주적 결정을 해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나마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적이냐’ ‘독재적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냐’에 있다. 이것을 분별하고 찾아내는 과정이 민주적 교회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에 순복하는 것에서 민주적 교회 운영의 본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