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목사, 신학자, 사회주의자, 정치가로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 증언 삶 살아내
당시 19세기 유럽 세계관에 맞물린 그리스도교 절대주의 극복하고 문제의식 공유해

타종교 존중 태도, 그러나
“종교로서 그리스도교가 
세계 다른 종교에 비해 
더 나은 점도 없고, 
구별되는 점도 없다”

 

블룸하르트가 증언한 하나님 나라임희국 지음/대한기독교서회
블룸하르트가 증언한 하나님 나라
임희국 지음/대한기독교서회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1842-1919, 요한 블룸하르트의 아들)는 독일의 루터교 목사, 신학자, 사회주의자, 그리고 정치가였다. 그는 이론 신학에 매몰되지 않고 평생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오늘 한국교회가 귀 기울여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 책은 25년 넘게 19세기와 20세기 독일어권 신학사상사 및 개혁교회 신학을 소개하고 가르쳐온 한국 신학자(장신대 교회사 교수)가 쉼 없이 하나님 나라를 추구한 블룸하르트의 생애와 신학사상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오직 하나님 나라의 증인으로 살았던 블룸하르트는 교회나 종교적인 문제, 예배 행위나 교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에게 믿음이란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문제이며, 지금 이 땅 위에서 하나님이 어둠과 죽음을 이기시고 승리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화해를 선포하며, 모든 고통을 없애고, 사회 경제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하신다고 믿었기에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간절히 바랐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평생을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삶을 살았다.

저자는 16세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연구에서 20세기의 신학자 칼 바르트 연구로 훌쩍 건너뛰는 연구 풍조가 한국의 현실이라면서, 그 사이의 300년에 관한 신학연구가 공백으로 남아 있는데, 이런 점에서 블룸하르트를 연구해야 할 필요와 가치를 느낀다고 말한다.

블룸하르트는 17세기에 확립된 루터교 정통주의 및 국가교회체제를 비판하고, 18세기 이후에 본격화한 계몽주의와 이분법적 경건주의를 비판하면서 교회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 

그는 또 19세기 당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 맞물린 그리스도교 절대주의를 극복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점에서 그의 신학은 동시대의 니체(F. Nietzsche)와 트뢸치(E. Troeltsch)가 가졌던 그리스도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20세기 후반 다원주의적 종교신학자들의 그리스도교 상대주의에 관한 논의에도 선구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영향 아래 중국 선교사 빌헬름(R. Wilhelm)은 중국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논어>, <맹자>, <도덕경>, <주역> 등 고전 8권을 독일어로 번역했을 정도다. 이 번역서들은 현재 독일의 대학에서 중국학 전공자의 교재로 쓰이고 있는데,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절대성이 무너진 유럽에서 그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경청할 만한 신학사상이라고 저자는 평가하며, 이를 소개하고 있다.

블룸하르트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교가 동일하지 않다’고 선포했다. 살아계신 그리스도와 한갓 종교로 머무는 그리스도교가 동일하지 않다는 뜻이다. 19세기 독일 그리스도교는 강력한 국가교회체제로 유지되고 있지만 교리의 문자적 반복으로 정체되어 ‘죽어 잇는 종교’라고 비판했다.

또한 블룸하르트는 아시아의 종교(유교, 불교, 도교)와 이슬람교를 향해 존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다양한 종교를 그리스도교와 나란히 놓고 상대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며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블룸하르트는 종교로서 그리스도교가 세계 다른 종교에 비해 더 나은 점도 없고, 구별되는 점도 없다고 보았다.

블룸하르트는 20세기 후반에서야 비로소 그 심각성이 파악된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를 예민하게 파악했다. 그는 자신이 살던 바트볼(Bad Boll) 근처 괴핑엔의 공장이 뿜어내는 오염물질과 기상이변을 파악했다. 환경오염을 파악한 그의 ‘생태적 그리스도론’은 한 세기를 앞서 내다본 예언자적 사상이었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생명위기의 시대상황에서 그가 파악한 대안은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창세기 1~3장을 강해하면서 자연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인간이 지은 원죄 때문에 하나님-인간-자연의 관계가 부서졌다(죽음 상태)고 가르치면서, 이 죽음은 호흡이 끊어지는 육체의 죽음과 구별되는 죄의 결과로 말미암은 관계성의 파괴로 보았다. 

한편 그는 19세기의 다양한 철학적 신학과 씨름했다. 이를 통해 당대의 자유주의 신학을 극복하며 20세기 신학을 열어갔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1914-18)의 참혹함과 참담함 속에서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하며 새로운 세기로 나아간 그의 삶의 자욱은 오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숙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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