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 직분은 어떤 직분이든지 하나님의 은혜로 받았고 은혜로 감당한 것이며, 인간의 공로가 결코 아니다. 때문에 인간의 공로를 드러내는 것은 복음의 가치를 훼손한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교회에서만 독특하게 사용하는 용어와 직함들이 많다. 교회는 세상과 다르기에 그럴 수 있다. 순전히 기독교의 복음적인 가치관이 녹아 있는 것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복음적이지도 않은 용어와 직함이 존재하고 있기에 문제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원로, 명예라는 말이다. 원로 목사, 원로 장로, 명예 목사, 명예 장로, 명예 권사, 명예 집사 등이 그것이다. 왜 문제가 되냐고 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보일 것이다.

세상에서도 원로, 명예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공식적 직함이거나 호칭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임기가 끝난 대통령을 원로 대통령, 혹은 명예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나 모든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도 원로 회장, 원로 사장, 명예 회장, 명예 사장 등으로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임기가 끝나거나 퇴직을 하면 직함 앞에 전(前)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뿐이다.

그런데 유난히 교회에서 원로, 명예라는 직함을 많이 볼 수 있다. 은퇴를 하고 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원로, 명예라는 직함을 공적으로 사용한다. 교단 총회를 비롯한 교회의 각종 회의에서 공식적인 호칭이 되었다. 이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할 분도 꽤 많을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지금껏 교회가 전통적으로 아무 탈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긁어 부스럼 낸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원로나 명예의 직함은 평생 헌신했던 분들을 예우해 주는 차원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꼭 이런 방식으로 예우해 주는 것이 옳은 것일까? 수고하고 헌신했던 교회 일꾼들을 예우해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예우의 방법은 원로, 명예의 호칭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예우는 복음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 원로나, 명예라는 용어는 인간의 공로를 부각시키는 뉘앙스가 강하다. 하나님이 주신 직분은 어떤 직분이든지 하나님의 은혜로 받았고 은혜로 감당한 것이며, 인간의 공로가 결코 아니다. 때문에 인간의 공로를 드러내는 것은 복음의 가치를 훼손한다. 

교회에서 원로나 명예 직분자로 추대할 때 주는 패가 있다. 공로패라고 하여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패의 문구에는 공로를 높이는 내용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인간의 공로를 하나님 앞에서 높이는 격이 된다. 세상 가치관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으로 보면 결코 당연하지 않다. 구원 받은 것도, 한 평생 하나님께 충성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 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고전 15:10)라고 한 바울의 고백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바울은 모든 사도 보다 더 많이 수고한 것도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이런 바울 사도에게 교회 세운 공로를 인정하여 원로나 명예 사도로 추대한다고 했다면 기뻐하며 수락을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바울의 고백은 위선이요, 거짓말이 되고 만다. 이런 점에서 늘 입버릇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말했던 교회 일꾼들이 원로와 명예 직분으로 추대 받는다면 은혜를 은혜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단마다 시행하고 있는 원로, 명예 제도에 대해 더 존속해야 할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통이라고 다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성경적인 가치관과 반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고쳐야 한다. 교단의 전통을 성경의 권위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진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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