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101)

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전화기 속의 김 집사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기도 부탁을 해온 것입니다. 남편 집사님은 젊었을 때는 여러 마리의 소를 키울 만큼 건강 했었고 몸이 불편한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다닐 만큼 건강했었는데 뇌졸중으로 인해 휠체어 신세를 자개 되었습니다.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주간보호 센터를 다니면서 교회에도 열심히 나오는 집사님이었습니다.

항상 만나면 환한 미소로 성도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셨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갔더니 뇌에 문제가 있다고 했답니다. 응급처치를 하고 입원을 해서 지켜보자 했다면서 지금 병원이니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간절하게 기도하며 위로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요양병원에 가야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 로비에서 퇴원하여 요양병원으로 가시는 집사님을 잠시 볼 수 있었습니다. 나를 알아보실 수 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눈물 흘리며 우십니다.

요양병원 직원들이 서둘러 모시고 가는 바람에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서둘러 병원비를 정산하고 요양병원에 도착하여 입소 절차를 마쳤습니다. 코로나 상황이라 면회도 할 수 없고 서류 작성하고 사인하고 집에 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 달 비용이 75만원인데 5만원 할인해 달라고 부탁해 보지만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손자가 두 명인 공무원인 아들 내외에게 아버지까지 책임지라고 하기가 미안한 엄마는 그렇게라도 아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던 것일 겁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차안에서 그는 침묵을 깨고 이렇게 말합니다. 웬만하면 요양병원에는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벽에 기저귀를 갈 때도 아내이기에 힘들지만 감당해야 된다고 다짐하며 버텨왔다고 했습니다. 

젊어서 가정을 위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아내 역시 이제 자신보다 더 불편해진 남편을 섬겨야 마땅하다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고, 음식을 코로 넘겨야 해서 집에서는 돌볼 수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장애인들의 우려 중의 하나가 이런 것입니다. 나이가 들거나 질병이 찾아와서 누군가에게 몸을 맡겨야만 되는 상황이 왔을 때,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돌봐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요양시설에 가거나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제 현실이니 “그렇게 살다 가는 거지” 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보내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코로나 상황인 지금은 더 그렇습니다. 이제 거기에 들어가면 면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얼마나 외로울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지 알기에 주저하고 또 주저하는 것이겠지요. 정신이 살아 있는 분들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거기 가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요양시설이 있어 감사합니다. 나의 상황이 어쩔 수 없을 때 나를 대신하여 돌봐 줄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도,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은 시간들을 겸손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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