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한남대 명예교수
김조년한남대 명예교수

미얀마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또 쿠데타냐 하는 탄식이 일어났다. 몇 년 전 천신만고 끝에 군부통치를 끝내고 민주정권이 들어설 때 온 세계는 박수를 보냈다. 승리한 수치 그룹에도 박수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군부에도 함께 박수를 보냈다. 그러다가 로힝야 족에 대한 살벌하고 엄혹한 박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커다란 실망을 넘어 배신감까지 들었다. 겨우 민주정부로 접어들면서 인종청소의 잔인한 행위냐 하는 문제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지역 역사나 정치 지형도 역시 모른다. 그러나 어떤 과거를 가졌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자기들의 의사를 활발하게 표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는 박수를 보내고, 맘으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군사쿠데타가 다시 일어나 삼엄한 경계와 무서운 분위기가 감돌게 됐다. 물론 인명피해도 크고 체포와 구금된 사람들도 매우 많다. 이 때 세계 시민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관계를 맺고 있는 정부나 기업들은 활동할 공간이 넓지 않을 것이다. 이 때 할 일은 민간인과 민간단체들과 국제조직들이 자기들이 할 일을 찾는 것뿐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일제에 눌려 해방과 독립을 위하여 애 쓰던 때 세계 시민들이 어떻게 했는가를 살펴본다. 6.25 전쟁과 군사통치시대의 민주화운동을 세계 시민들이 어떻게 돕고 참여했는가를 기억해 본다. 다른 나라의 양식 있는 언론과 시민들과 종교기관들이 힘을 합하여 돕고 지원하고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깊고 넓은 피해를 오래도록 입었을 것이다. 동시에 독일에서 나치 시절 비판지식인들과 유대인들을 집단수용소에 몰아넣고 살해하고 압박할 때 세계 시민들이 어떻게 돕고 활동했는가를 기억해 본다. 그 때 위험에 몰린 유대인들을 철권통치의 세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밖으로 몰래 빼돌렸던 독일과 영국과 미국의 퀘이커들을 생각해 본다.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북쪽의 흑인 노예제가 사라진 지역으로 몰래 탈출시키던 이른바 ‘지하철도’ 운동을 생각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제안한다.

1. 일단 우리는 개인이나 집단으로 미얀마 군부쿠데타가 부당하다는 것을 한 목소리로 끝없이 내야 한다. 그렇게 하여 군부가 군으로 돌아가고, 시민들은 힘을 얻어 끝까지 민주화를 획득할 의지를 꺾지 말도록 지지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는 어렵겠지만, 정당,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지식인, 노동운동조직 등이 목소리를 내어 주면 좋겠다.

2.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미얀마 출신 학생, 노동자, 일반 시민들은 미얀마 군부쿠데타에 대하여 저항하고 비판하는 모임을 하고, 쿠데타의 부당함을 외친다. 우리는 그들이 외로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도록 연대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은 큰 위험을 안고 있다. 학교 공부가 끝나거나 노동계약이 끝나면 대한민국에 체류할 자격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될 때 그들은 위험한 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법률 행정 일반시민의 정서상의 조치를 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위험부담 없이 여기에서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활동한 뒤 위험이 기다리는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노동계약연장이나 체류허가연장이 문제가 없게 조치해 주어야 한다. 방글라데시나 말레이시아에 나와 있는 로힝야 족들을 미얀마로 보내달라는 군부의 요청이 있었단다. 그들 정부는 나라들 사이의 관계 때문에 그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른다. 세계 시민들이 연대하여 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3. 미얀마 내부의 소식을 자세히 온 세계에 알리는 일을 누구인가 해야 할 것이다. 현지에 있는 언론인들이나 기업인들 선교활동을 하는 이들이 비밀스런 통로를 통하여 그 일을 해 주면 좋겠다. 미얀마 시민들 중 군사쿠데타를 비판하는 경우 굉장한 위험에 부닥칠 것이다. 그분들을 보호하고, 밖으로 인도해 내는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암암리에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여 탈출한 분들을 개인이나 조직이 보호할 준비를 해 두면 좋겠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는 국제연대를 할 수 있는 힘과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나라가 기독교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도주의와 민주주의 차원에서 아주 적극 나서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각 교회들마다 기도회 예배 헌금 지지발언을 할 것이겠지만, 조직된 힘으로 그런 일을 하는 연합된 국제연대의 틀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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