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이 부활 신앙으로써
오늘날의 세계에 
어떤 희망을 주는 것인가? 
인륜도덕과 민주주의는 
기독교적 가치의 사회적 실현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3월 26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임재성 변호사가 2017년 8월에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이 우여곡절을 거쳐 원고 승소로 최종 확정되었다. 

내용은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소재 퐁니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살인 사건에 대해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가 군인 3명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런 종류의 의혹이 커지고 국제적인 이슈가 된다면 국가적인 보상이나 배상 책임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만들어가야 할 지도력과 영향력을 깊고 길게 생각해 본다면 비인도적 사건에 관련된 선제적 조치가 국가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으로 볼 때 21세기의 인류 역사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30여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현실, 기후 환경 위기로 인류의 생존이 위험해진 현상,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시금 드러난 인종과 민족 또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 충돌 등이 큰 문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위기는 인륜도덕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중후반에 소련을 중심한 동구 공산권이 몰락하면서 기독교를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 갖고 있는 서구 자유 진영의 기세는 정점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독점은 언제나 부패를 낳는다. 미국 주도의 단일 체제에서 서구 민주주의는 세계 시장을 극대화하며 맘몬을 추종했다. 국가 권력과 다국적 기업은 이익을 공점하며 제동장치 없이 달려왔다. 인륜도덕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경제적 욕망에 밟혔다.

이런 과정에서 기독교 가치를 공유한 서구 국가들이 그 가치를 지켜오지 못했다. 서구를 비롯한 세계의 중요 지도자들이 맘몬의 유혹에 빠져 분별력을 잃었다. 중국 경제의 강력한 부상과 그에 따른 군사 외교적 확장을 점검하지 못했다. 오늘날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중국의 외교적 힘이 거침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상대적인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 문제를 비롯하여 인륜도덕에 관련된 사안들에서 서구의 잣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인륜도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들의 현재 상황이 중국을 반박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최우선 정책으로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국제적 공정성을 온통 헤집어놓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처와 백신 분배 등에서 인륜도덕에 관한 서구 지도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세계의 정치 경제 외교 질서가 유동적이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분석하고 방향을 잡아야겠지만 코로나 상황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에 여전히 큰 기회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도력의 방향을 정확하게 짚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 중에 인륜도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주도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에서 힘을 얻고 있다. 비인도적 행위에 관해 일관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일본의 위안부 관련 사안에서도 중요하다. 베트남전쟁에서 저지른 비인도적 행위가 있다면 선제적으로 조사하여 해결하는 것이 좋다. 

부활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이 부활 신앙으로써 오늘날의 세계에 어떤 희망을 주는 것인가? 인륜도덕과 민주주의는 기독교적 가치의 사회적 실현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