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준 목사의 외침

“부동산 투기로 번 돈을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는 논리로 주장하면 부동산 투기도 예수를 잘 믿는 것 중의 하나라는 말로 들린다.” 

 

오세준 목사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목회를 하다 보면 교인이 기도를 부탁할 때가 있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기도 부탁도 있다. 그것은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값이 오르기를 기도해달라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이라도 하면 하나님이 기도를 응답해 주셨다고 좋아한다. 반면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면 특별 기도에 들어가기도 하고 심지어 금식기도를 하는 교인도 있다. 이때 무엇이라고 기도할지는 자명하다. 조금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참 어처구니없다고 할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실까?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람은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기를 기도한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기도할 때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이런 질문은 우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많은 교인이 이런 식의 기도를 주저 없이 한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 지역 땅 투기 의혹으로 세간이 시끄럽다. 모르긴 해도 이들 중에는 기독교인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없기를 바라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이런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만약 기독교인이 있다면 이런 지역의 땅을 매입하고 나서 하나님의 은혜로 땅을 샀다며, 복을 받았다고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신앙 의식을 가진 교인을 많이 겪다 보니 하는 말이다.

  부동산 투기는 일반 교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목회자 중에서도 한다. 부동산 투기를 한 어느 목회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복을 주셔서 땅값이 올라 돈을 벌었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설교 중에 이런 유의 발언하는 목회자를 보고 아연실색한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목회자 중에 부동산 재벌이 있다는 소문이 가짜 뉴스만은 아닌 것 같다. 특정 교회와 목회자이긴 하지만 교회와 목회자 이름으로 사 놓은 부동산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고, 몇 해 전에 언론에서 밝힌 것이 이를 증거한다.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는 설교 중에 자신은 목회를 잘해서 하나님께 복을 받아 아파트가 여러 채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이런 발언이 빈축을 사는 줄 모르는지, 한 걸음 더 나가 “평생 목회하고 집 한 채 없다면 무능한 목회자”라고 판단하는 말까지 했다. 성실하게 목회를 하며 가난한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목회자들을 멸시하는 말로 들린다. 목회자가 무슨 돈이 많아서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지 돈의 출처가 궁금해진다.

목회자에게 부동산이 많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다. 그렇게 자랑하고 싶다면 모든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어떨까? 정기적으로 고위공직자가 재산을 신고하듯이 교단 총회에 목회자의 재산을 신고하자고 제안하면 어불성설이라고 할 것인가? 나아가 목회자의 재산을 사후에 교단이나 신학교 등에 기증하는 운동을 벌이자고 하면, 이 또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할 것인가? 모 교단의 총회장을 역임한 어느 목사님은 은퇴 후 재산을 정리하여 장학금으로 내놓아 감동을 준 바 있다. 생존에 급급한 가난한 목회자에게는 거리가 먼 꿈같은 얘기지만, 복 받아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하는 목회자라면 아프게 들어야 할 것이다.

왜 부동산 많은 것을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며 당당히 말하는 것일까? 성경이 말하는 복의 개념을 오해한 데서 오는 현상이다. 이 세상에서 부동산 부자가 되고 돈을 쌓는 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 아닌데 말이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 부동산 부자가 되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고 말할 것인가? 교인들은 예수를 잘 믿어서 복을 받은 것이라고 곧잘 말한다. 도대체 무엇이 예수를 잘 믿는 것인가? 부동산 투기로 번 돈을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는 논리로 주장하면 부동산 투기도 예수를 잘 믿는 것 중의 하나라는 말로 들린다. 예수 잘 믿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교인은 이런 말에 부화뇌동하여 빚을 내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한다. 그래서 돈을 벌면 하나님이 복을 주셨다고 자랑한다. 이런 소리가 들릴 때 하나님이 얼마나 기가 막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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