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목사는 교회가 채용한 회사 CEO가 아니다. 영혼을 복음의 말씀으로 인도하며 섬기는 복음의 일꾼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모집이 아니라 청빙을 해야 한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청빙(請聘)이란 말은 현대사회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 중의 하나이다. 그래도 이 말을 쓰는 곳이 있다면 교회일 것이다. 그것도 담임 목사 임직 과정에서나 주로 사용한다. “청빙”의 사전적 뜻은 ‘부탁하여 부른다’이다. 따라서 “담임 목사 청빙”이란 담임 목사를 정중하게 모신다는 의미이다. 교계 신문에 “담임 목사 청빙 공고”라는 광고가 종종 실린다. 하지만 말이 청빙 공고이지 그 내용을 보면 담임 목사 모집 공고이다.

과거에는 담임 목사 자리가 공석일 때, 청빙 위원회에서 그 교회에 적합한 목회자를 수소문하여 찾았다. 그리고 청빙 위원장인 장로나 권사가 찾아가 정중하게 오시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교회가 청빙 공고를 내면 이를 보고 목회자들이 사원 모집 공고 보고 지원하듯, 교회가 정해준 기준의 서류를 작성하여 응모한다. 그러면 청빙 위원회에서 지원한 목회자들의 서류 심사부터 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하여 담임 목사 선택을 위한 수순을 밟는다. 이런 점에서 청빙이라기보다는 모집이 아닐 수 없다.

왜 청빙이 아닌 모집 형태로 바뀐 것일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목회자의 과잉 배출이다. 목회자의 수에 비해 담임할 교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담임 목사 청빙 공고가 나오기 무섭게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목회자가 지원한다. 과거 목회자가 많지 않았을 때는 교회가 합당한 목회자를 찾아 나섰고 정중하게 오시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가 굳이 좋은 목회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수많은 목회자가 담임 목사를 희망하며 찾아오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집 형태로 바뀐 또 하나의 이유는 담임 목사 중에서 현재 교회보다 더 규모가 크고 대우가 좋은 교회로 이동하고 싶어 하는 목회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개척 목회를 하다가 성장이 안 되면 규모가 있는 더 나은 교회로 가려는 목회자도 적지 않게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청빙에서 모집이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게다가 은퇴하는 담임 목사가 자식이나 사위에게 담임 목사직을 물려주는 관행이 성행하여 청빙이냐, 모집이냐의 논의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청빙의 문화를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에 청빙의 전통을 살리자고 하면 꼰대 같은 소리라고 치부할 것인가? 과거에는 교세도 약하고 시험으로 인해 어려워진 교회가 제법 규모가 있고 안정적인 교회에서 목회하는 담임 목사를 청빙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청빙위원들이 찾아가 고난 중에 있는 우리 교회에 담임 목사로 모시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면 기도 중에 결단하고 큰 교회에서 작은 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하는 일도 있었다. 요즘은 그런 미담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전통이 살아나 대형교회를 사임하고 다들 기피하는 교회의 담임 목사로 부임했다는 감동적인 뉴스를 들어볼 수는 없을까?

대부분 규모가 작은 어려운 교회에서 목회하다가 규모가 큰 교회로 옮기게 될 때 하나님의 뜻을 운운한다. 시골 교회에서 도시교회로 갈 때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큰 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도시 교회에서 시골 작은 교회 담임 목사로 가는 목회자를 보기도 힘들지만, 이런 경우 하나님의 뜻이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욕심을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할 때가 적지 않다.

이처럼 목회자가 좀 더 나은 교회, 좀 더 큰 교회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기 때문에 청빙은 사라지고 모집이 되는 것은 목회자의 자업자득이다. 담임 목사는 교회가 채용한 회사 CEO가 아니다. 영혼을 복음의 말씀으로 인도하며 섬기는 복음의 일꾼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모집이 아니라 청빙을 해야 하고, 목회자는 아골 골짝 빈들에 처한 열악한 교회 담임 목사로 청빙을 받아도 기꺼이 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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