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나이 62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땅 부여, 형편이 되지 못해 가지 못했고 몸이 자유롭지 못해 가지 못했다. 도움을 요청한 그와의 시간에 이렇게 대접을 받아도 되냐며 흐느끼는 그를 향하여 동행한 사람들의 따뜻한 말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88년도 여름이었다. 장애인 단체의 여름수련회 때 자원봉사자로 참석 하여 장애인들을 섬기고 있을 때 장애인인 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에 그와 만남을 이어 갔고 그의 집도 초대 받아 놀러 가곤 했었다.

처음 그의 집을 초대 받아 갔을 때 그의 생일이었다. 몇몇 장애인들과 집을 방문하여 생일축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그만 그 자리에서 흐느껴 우는 그를 위로 하느라 잠시 분위기가 어색한 적도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감동의 눈물이란다. 한 번도 누가 찾아 와서 생일 축하를 해준 적이 없는데 이렇게 찾아 온 우리가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며 흐느껴 우는 그를 우리는 말없이 위로해 드린 적이 있었다.

80년대 그 시절에는 일반인들도 살기가 어려워 장애인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돌아 볼 여력이 없었다. 그도 그래서 고립된 채 살다가 우리를 만났고 그렇게 감동을 받았던 거다.

그는 근처에 교회를 나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고 그림의 소질이 있어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살기도 했다. 이사 할 상황이 되어 이사를 한 그는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출석 하게 되었고 그 교회의 배려로 작은 중고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교인들이 헌책을 모아다 주었고 교회에서는 상가의 서점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휠체어를 타고 불편한 몸으로 아파트를 돌면서 책을 수거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열심히 살아 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책을 수집하고 판매하며 살아온 시간이 전부인 그에게서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부여에 가고 싶단다.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들이 부여에서 모이자 하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기에 부탁을 한다면서….

우리가 하는 사역 중에는 장애인들의 여행 소원 들어주기 행사가 있다. 나는 주저 없이 그러마고 허락을 했다. 그의 나이 62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땅 부여. 백제의 고도인 부여를 가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형편이 되지 못해 가지 못했고 몸이 자유롭지 못해 가지 못했다. 장애인들이 여행하기에는 아직 우리 현실에는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상존한다.

약속한 그 전날 서울에 갔고 그를 태우고 부여를 향해 달렸다. 점심 때 쯤 도착했더니 벌써 여러 명이 도착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부여에 사시는 분의 섬김으로 점심을 잘 대접 받고 박물관과 궁남지를 산책하며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 갔다.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하는 그의 모습, 처음인 것에 대한 호기심, 백제 역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더불어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본다.

저녁을 맛집에서 먹게 되었는데 밥을 먹는 중에 그가 또 눈물을 보인다. 너무 감격하고 감사하여 눈물이 난다고 한다.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대접을 받아도 되냐며 흐느끼는 그를 향해 동행한 사람들의 따뜻한 말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돌아오는 길에 너무 행복했고 이런 시간을 가끔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기꺼이 시간을 만들어 행복한 시간을 만들자 말했다.

장애인들 중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이런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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