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고 목회하는
목사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더욱 힘써
목사의 초심을 최후의 보루처럼 지켜야 한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서울의 A 교회에서 근래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A 교회에서 30년 넘게 목회한 담임 목사가 은퇴했다. 그런데 A 교회 운영위원들과 은퇴하는 담임 목사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것은 은퇴 금액으로 인한 문제였다. 참고로 이 교회는 교인 수가 40여 명 정도이며, 교인 대부분은 살림이 구차하다. 그래서 교회 재정 형편도 열악하다. 하지만 은퇴하는 담임 목사는 10억에 가까운 은퇴비용을 요구했다. 교회 형편이나 일반 상식으로 봐도 납득이 안 가는 부당한 요구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예배당을 매각해서라도 은퇴자금을 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이 교회는 작은 예배당을 보유하고 있는데, 시가 14억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건물이다. 이 건물을 팔아서 은퇴자금을 마련하면 교회가 갈 만한 곳이 없다. 그런데도 우여곡절 끝에 예배당 매각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교인들이 예배드릴 처소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그 목사에게 “왜 목회를 했느냐?”라고 묻고 싶었다. 이런 질문에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지만, 어떤 해명을 내놔도 노후 대책의 수단으로 목회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고,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겠지만, 평생 목회한 교회를 무너지게 했고, 교인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목사가 은퇴할 때는 교회가 마련한 소정의 은퇴비용을 받는다. 교회 형편에 따라 교회가 결정하고 준비해준 대로 감사하게 받으면 별 탈이 없다. 하지만 교회가 정한 금액 외에 더 요구하기 시작하면 갈등이 유발되고 심할 경우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쉽다. 특히 상식에서 벗어난 무리한 요구는 그 목사에 대한 불신을 넘어 모든 목사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교회 규모를 떠나서 은퇴하는 목사의 예우 문제로 갈등을 빚는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규모가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은퇴비용의 적정성 문제로 논란이 일거나 마찰을 빚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회가 더 많겠지만, 심심치 않게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왜 이런 불상사가 교회에서 벌어지는 것일까? 수십 년을 목회하고 은퇴하는 목사를 교회가 형편껏 예우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교인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교회는 형편이 어려워도 힘이 닿는 데까지 힘껏 예우하려 든다. 그러나 은퇴하는 목사가 교회의 예우에 자족하지 못하고 무리수를 두면 분란을 초래한다.

목사가 은퇴하는 마당에 무리수를 두는 것은 욕심이 아닐 수 없다. 은퇴 후의 생존이 절박하여 그럴지 모르나, 그렇다고 이런 행태를 누가 이해하겠는가? 목사 욕심대로 더 많은 것을 받아낸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주겠는가? “욕심 부리지 말라, 탐욕은 우상이다”라는 내용으로 설교 한 번 안 해본 목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목회 말년에 욕심을 부리면 그동안 했던 설교는 진정성에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은퇴하면서 목사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목사로 임직 받을 때 주님께서 가라는 곳이면 아골 골짝 빈들에도 어디든지 복음 들고 가겠다며 사명을 다진다. 주님을 위해 생명도 바치겠다고 한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을 목숨 바쳐 사랑하겠다고 각오한다. 그런데 이런 초심을 잃고 욕심 부리다가 교인에게 상처 주고 교회를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한다면, 평생 목회하면서 남긴 업적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목사의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고 목회하는 목사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더욱 힘써 목사의 초심을 최후의 보루처럼 지켜야 한다. 더군다나 은퇴가 가까울수록 그리해야 한다. 은퇴할 때 이 초심만 있어도 박수 받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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