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 제도의 폐해를 대부분 목회자는
인지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목회자의 현실적
고민이 있다고 본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강남의 어느 대형 유흥업소에서 어떤 교인이 ‘김 집사님’이라고 불렀더니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말인즉, 교회 집사가 그렇게 많다는 것이며, 우리나라 성씨 중에 김 씨가 가장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씨 성을 가진 집사가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에피소드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웃픈’ 이야기는 교회 직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직분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쯤은 어지간한 신자라면 다 알고 있다. 그중의 하나를 든다면 직분자가 참 많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교단의 통계를 보면 집사, 권사, 장로가 교인의 32%를 넘었다. 평균치이기에 이 정도지 교인의 80~90% 이상이 직분 자로 구성된 교회도 적지 않다. 필자는 실제로 교회를 다닌다는 사람치고 집사, 권사가 아닌 교인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다. 만나는 교인마다 집사, 권사라고 소개한다. 

단순히 집사, 권사의 수가 많아서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기본이라도 갖춘 집사나 권사가 많다면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겠는가? 직분 자라 하여 아무 흠결 없이 온전한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신앙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기본이라는 기준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냥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되지 않나 싶다. 상식적 기준에도 못 미치기에 문제라는 것이다.

직분자를 매우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세우는 교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직분 제도를 따르지 않고 모든 교인을 형제, 자매로 부르고 사역의 직임만 주는 교회도 간혹 있다. 오늘의 한국교회 직분 제도가 교회의 건강성을 해친다는 반작용에서 이런 교회가 출현했다고 본다. 직분 제도 폐해에 대한 인식은 일부 교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성호 교수가 <직분을 알면 교회가 보인다>라는 저서에서 “교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문제는 다름 아닌 직분자로 인해 일어난다”라고 진단한 것은 전문가 그룹에서도 직분 제도의 폐해를 심각하게 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직분 제도의 폐해를 대부분 목회자는 인지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목회자의 현실적 고민이 있다고 본다. 이것은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교회의 유력 직분자가 교인을 인도하여 등록시켰을 때이다. 개척교회나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는 교인 하나가 오면 얼마나 기뻐하는가? 그런데 인도자가 새로 온 교인을 전 교회에서 집사였다고 소개하며, 집사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때가 있다.

문제는 새로 등록한 집사(혹은 권사)가 너무 기본이 안 되어 있을 때이다. 전에 출석한 교회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집사를 시킨 것 같다. 영적인 상태를 보면 집사를 세울 수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구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왜 예수를 믿는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전 교회에서 집사였으니 집사를 세우자고 할 때 난감해진다. 이런 경우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교인 하나 놓칠까 봐, 또는 집사 임명을 요구한 유력 직분자의 마음이 상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집사나 권사 임명에 동의하는 목회자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교회를 양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에서 오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인 수와 상관없이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겠다는 복음적인 가치관이 앞서면 직분을 남발하지 않을 것이다. 교인 수에 매이다 보면 선심 쓰듯 직분을 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직분자를 양산하면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까? 도리어 직분자가 교회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말이 되면 직분자 선임을 하는 교회가 많다. 어떤 기준에서 직분자를 세울지는 교회가 알아서 하겠지만, 적어도 “교회 오래 다녔으니 집사라도 시켜야지”, “만년 집사만 할 것이냐 권사는 해야지”라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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