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퇴할 때 욕심부리는 목사님’ 칼럼을 읽고

전태규 목사서광교회 담임
전태규 목사
서광교회 담임

어느 선배 목사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나이 육십에 들어서니 은퇴 이야기가 들리더란다.

내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그 말이 정말 맞다고 느껴지니 격세지감이다. 

남들이 쓰기 꺼리는 글을 쓰려니 사도바울의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이라고 말한 고백이 나를 대변해 준다. 그동안 언론과 가까이 지낸 나는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을 위한 고언이나 충언을 귀하게 듣고 또한 가슴에 새겨왔다. 그렇지만 동전도 양면이 있지 않은가? 

들소리신문 11월 21일자에 게재된 오세준 목사의 ‘은퇴할 때 욕심부리는 목사님’이라는 글을 읽고 총대 메는 심정으로 은퇴 목회자들의 어려운 입장을 대변하고자 한다.

목회자들이 처음 목회 일선에 나올 때는 대부분 사명감 하나로 뛰어든다. 필자도 신학생 몸으로 결혼하여 신혼 방 빼서 개척교회를 시작하여 42년간 세 번 교회를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옛날 선배 목사님들은 교회를 크게 지으면, 채우는 것과 부채는 새로 나오는 분들이 감당한다고 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믿음 있는 척, 빚지는 것도 능력이라면서 힘에 부치게 성전 짓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세대가 오늘날 은퇴를 맞은 것 같다.

2년 전 찾아온 코로나19로 한국교회도 직격탄을 맞아 소문으로는 만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시국이 이러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노후대책이 없이 은퇴하는 목회자들이, 안정된 교회 목회자 수에 비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원로목회자들이 기초연금 수급자로 살아가는 현실이다. 

가깝게는 나의 어머니는 홀 사모로 현재 92세 되셨다. 은급비, 노령연금, 자녀들이 힘을 모아 드리는 것으로 생활하신다. 그런데 국가적으로는 노령연금이 약간이라도 오르는 데 비해 교단의 은급비는 10%이상 삭감돼 38만원이 됐다.

이즈음에 내년 대통령 연봉 2억4,064만원이고 퇴임 후에는 월 1,390만원 연금을 받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생존 문제로 걱정하는 우리와는 너무 동떨어진 상황 이야기이다.

부흥단 모임에서 들은 슬픈 이야기이다. 수원에 어느 교회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요일을 정해 천 원씩 주는데 그중에는 원로 목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연을 접했다. 나와 신학교 여성 동창이 목회자 사모가 되어 강화에서 목회를 하다가 지난해 자원 은퇴를 했는데, 친정이 부자라서 집 짓고 잘 살아간다는 얘기를 어느 분께 전해 듣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니 친정에서 작은 땅, 집 지을 정도 받았지만 하나님만 의지해야 살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미담도 있다. 중앙연회에서 은퇴하신 이정원 감독은 매달 받는 은급비 전액을 중앙연회 어려운 원로 목회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고 책임은 주님이 져 주신다는 믿음이 우리에게는 있다. 부유하다고 네 끼 먹는 것 아니고 없다고 굶어 죽었다는 소리는 북한 말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기에 우리는 믿음 없는 이들보다는 걱정을 덜 하는 편이다. 

평소에 나는 잠언서에 나오는 아굴의 기도를 좋아한다. ‘나로 하여금 부하게도 마시고 가난하게도 마옵소서!’ 

은퇴하기 전 성도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도 언젠가 헤어질 때는 목회자와 성도다움을 보여주자. 1) 하나님이 기뻐하도록, 2) 목회자가 기뻐하도록, 3) 성도들이 기뻐하도록, 4) 우리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하였다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이 글을 마치면서 종합하여 교회들에게 한마디 하라면, 목회자가 은퇴할 때 성도들의 마음가짐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수고하는 농부가 곡식을 먼저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고, 일하는 소에게 멍에를 씌우지 말라고 했다.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은 바울을 위해 너희가 할 수만 있었더라면 너희의 눈들을 뽑아 나에게 주었을 것이라 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눈물’ 하나면 모든 것을 녹이는 힘이 있다.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이 중요하다. 평생 쌓아놓은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 허무하다. 요즘 교회도 어렵고 성도들도 무척 힘들다. 모두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믿음을 지닌 성도이니 서로가 머리를 맞대면 지혜로운 방법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쓴다니 아내는 조심스런 표정이다. 사실 푸념뿐이지 공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넘어갔다. 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수입이 없으면 못 주듯 교회는 유일한 믿음의 공동체고 하나님의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나님은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셨으니 신기할 뿐이다. 

주변에 은퇴 목사의 자녀들이 잘 풀려서 어려움 당한 동료 원로 목사들을 돕는 일을 간혹 보면 마음이 따뜻하다. 혼자보다는 둘이 서로 힘을 합하면 상생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목회자들도 사는 데까지 살다가 죽게 되면 죽지 뭐, 이런 각오만 있으면 사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아직은 내가 현직에 있다는 증거겠지만 때 아닌 은퇴에 대한 고민을 새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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