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한남대 명예교수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더럽고 시끄럽고 잡스러운 소리들이 판을 치는 때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왜 그렇게 더럽고 험하고 악스럽고 저주스러우며 소름끼치게 하는가? 내가 잘났다고 떠들고 남이 못났다고 험담하는 말들은 일상에서도 흔히 오고가는 것들이지만, 특히 지금 이 시간에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는 못된 말들은 참으로 한심스러움을 넘어 혐오스럽다. 그런데 안타깝고 놀라운 것은, 그런 것들이 그렇게 멀고 싫게 들리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나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그런 탁류 속에 휩쓸려 들어가 같은 탁류가 되어 흘러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노는 물이 좋아야 한다고 했던가?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 군사 과학 학문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세계무대에서 칭찬을 받을만큼 아주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보는 눈은 매우 흠모스럽다. 그런데 우리 자신이 우리를 들여다볼 때는 그렇지 않은 듯이 보인다. 조선시대 일제시대 독재시대 분단시대를 지내오면서 가난과 억압과 분노가 우리 몸속에 박혀 놀라운 자기비하와 자기혐오 또는 자기불만이 유전자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원래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너무 우리 자신을 모르고 지내는 듯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어느 순간이 되어도 감사하면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더욱이나 우리 역사상에서 이렇게 높은 수준의 풍요로운 물질 속에서 삶을 꾸려본 적이 없는 이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족할 줄 알아 품위 있게 사는 일이다. 물론 품위 있게 사는 것은 가난하나 풍요로우나,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실패했거나 성공했거나, 못했거나 잘했거나를 떠나서 어느 시점에서나 나타나야 할 덕목임은 분명하다.

품위라니?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러나 품위가 아닌 것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자기가 아주 잘났다고 뽐내는 것, 과학시대에 이성과 과학이 아니라 영매나 점괘 따위에 몰려 사는 것, 세계가 하나 되어 나가야 할 때에 무기를 증강하여 대결하면서 싸워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것, 까불면 먼저 한 방 먹여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겁을 주는 행위, 내 허물이나 티는 온갖 거짓으로 살살 감추면서 남에게서는 탈탈 털어서 모든 먼지를 날게 하겠다는 것, 권력이나 재력이 있으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내 것이 된 것처럼 무분별하게 사는 것, 자연이나 사람이나 다른 어떤 생명체에게 오래도록 위해가 될 것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장당 지금 내게만 이득이 되면 좋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위 따위는 내가 보기에 품위 있는 것은 아닌 듯이 보인다.

우리가 사는 것은 지금을 사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 곧 영원이라는 의식 속에서 살 때 품위가 살아난다고 본다. 그 말은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품위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나는 내 삶으로 말하게 한다는 의미로 사는 일이라고 본다. 말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말하게 한단 말이다. 그런데 너무 말이 많다. 잡소리가 많다. 밖에서 들리는 잡소리들뿐만 아니라, 내 속에서 나오는 잡소리들도 참으로 많다. 특히 선거철이 되니까 그런 잡소리들이 무한히 나타난다. 그것이 내 속의 잡소리와 합하여져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 때 품위를 찾는 일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시간을 넘어 영원을 바라볼 때 가능하지 않을까?

일단 내 속의 잡소리, 즉 내 지식의 소리, 내 인격의 소리, 내 의지의 소리, 내 욕망의 소리, 내 믿음의 소리, 내 버릇의 소리 따위를 제거하는 수련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밖에서 들어오는 온갖 잡소리들을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비운 다음에 가능한 한 맑은 상태에서 들어오는 소리들을 갈라낼 필요가 있다. 물론 내 눈으로 보고, 내 귀 듣고, 내 맘과 생각으로 분별하는 것이지만, 내 눈은 바르게 보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요, 내 귀는 참소리를 듣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며, 내 맘과 생각은 바른 판단을 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맑음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온갖 더러운 소리들을 후여후여 날려 보내고, 참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지혜가 발동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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