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는 저자에게 집필을 의뢰하는 이메일을 보낼 때가 가장 긴장이 된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저자가 흔쾌히 제안한 기획서에 동의해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실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사무의 한 형태지만, 그 사무에 진심이 담겨 있어야 저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최고의 저자라거나 책을 많이 팔 수 있다는 허황된 글은 저자의 마음을 얻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포는 편지를 써주는 대필가다. 포포는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을 대신해 아름다운 손편지로 의뢰자의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편지를 쓴다. 어느 날, 한 남성이 찾아온다. 그 남성은 포포에게 “평론가 선생님께 원고 청탁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요컨대 내용은 간단한데요, 저희 의향과 조건을 써주면 돼요. 대충 이런 느낌으로 부탁할게요”라고 말하며 대필을 의뢰한다. 포포가 직접 써서 보내면 되지 않냐고 묻자, 그 남성은 집필 의뢰서를 써보았지만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며 상사에게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포포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쓰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자, 그 남성은 그것이 잘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포포가 노골적으로 가시 돋친 말투로 남성을 나무란다.

“당신, 편집자죠? 아무리 햇병아리여도 편집자는 편집자예요. 좀 더 말을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어때요? 게다가 상대에게 의뢰할 때는 원고를 써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죠? 러브레터 하나 쓰지 못한다면 편집자 자질이 없는 것이니 당장 때려치우고 호스트 클럽에라도 다니면 되잖아욧!”

그 남성은 실례했다며 그곳을 떠나버린다. 이 이야기는 오가와 이토의 소설 <츠바키 문구점>에 나오는 내용이다. 포포는 의뢰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편지를 써주기로 유명하다. 또한 편지 내용뿐만 아니라 의뢰자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글씨체와 종이질과 펜과 잉크색과 봉투와 우표 그림까지 신경을 써서 편지를 쓴다.

편지(이메일)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 문제다. 분량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 문장이라도 편집자의 진심이 담겨 있으면 저자는 그것에 큰 의미를 둔다. 포포에게 집필 의뢰서를 부탁했던 편집자는 그 후에 포포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는 편집자인 그 남성이 처음으로 쓴 편지였다. 어떤 내용인지는 <츠바키 문구점>에 나와 있다.

/인물과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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