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의 저자 이연우 목사와의 인터뷰

이연우 목사는 고신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기독교학 심화 과정을,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에서 기독교세계관 문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신앙과 과학, 가정, 일상, 여러 사회적 이슈를 통합적으로 접근했다. 현재는 창원 한빛교회에서 대학청년부를 섬기고 있다.

교회 공동체의 건강함은 무엇일까에 대한 저자의 정답은 없다. 모자이크 조각처럼 다양한 건강함들이 모여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을 풍성하게 드러낸다고 본다. 저자의 시작은 ‘쉼’이었다. 쉴 수 없는 피로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피로사회>를 읽으면서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교회 안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이 나왔다.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연우 목사

■ 건강한 교회 공동체는 이 시대,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은 사역자들과 공동체 일원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목사님이 제시하는 이 시대 건강한 교회 공동체는 무엇인가.

- 하나님의 선하심을 보여줄 수 있는 온전한 일과 쉼의 리듬이 회복이 교회 공동체의 건강함이고, 이를 위한 모든 몸짓이 공동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강제적으로 멈추게 했다. 멈춤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교회 존재 이유와 역할을 돌아볼 기회. 교회 공동체의 건강함은 다양하게 드러나야 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고민은 그러한 건강함이라는 모자이크의 한 조각일 뿐이다. 선명한 한 조각이 되길 바라며, 다양한 고민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예수님의 피로 사신 교회는 왜 피로교회가 되었을까’라는 문구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왜 오늘날 교회가 ‘피로한 교회’가 되었다고 보는가.

- 불통은 고통을 낳는다.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구조는 건강하지 못하고,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 안에서 우린 하나”라는 이름으로 획일화를 강요하는 구조도 여러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하나님 형상으로 지어진 소중한 존재인 사람이 교회 안에서조차 소외와 차별을 경험할 때, 그럼에도 아무런 성찰이나 대안 없이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신앙의 무기력함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무기력함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것들이 하면 할수록 우리를 점점 지치게 할 것이다. 

■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일과 쉼’이 그것인가. 

- 교회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곳이다. 죄로 인해 세상은 모든 영역에서 망가졌지만 동시에 여전히 하나님의 선하심도 남아 있다. 하나님은 여전히 망가진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보존하시며 마지막 때에 온전하게 회복시키실 것이다. 이 일에 초대하시는 하나님께 합당한 반응이 모두 온전한 일이다.

예수님은 안식일에 사람을 살리시면서 이것이 선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영역에서 어떤 소외와 차별 없이 누구나 쉼을 누릴 수 있는 것, 이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다. 여전히 여러 이름의 결핍들이 존재하며, 그 가운데서 사람들은 절망과 고통을 경험한다.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는 샬롬이다. 어떤 종류의 결핍도 없는 충만한 상태, 이것을 꿈꾸며 함께 고민하는 현장 속에서 예수님의 피로 사신 교회의 존재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창조 목적이다. 6일 동안은 힘써 일했다면 7일은 쉬어야 한다. 이를 통해 참된 쉼은 자신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멈추고 쉰다는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적극적인 고백의 행위다. 성경은 누구나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가축까지도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를 위한 쉼을 넘어 모두를 위한 쉼을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가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 누구나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빠진 사람은 누구일까? 육체적, 경제적, 문화적, 정신적, 감정적, 영적 등 총체적으로 쉴 수 있도록 끝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여정 속에서 쉼을 누리고 맛볼 수 있어야 한다.

■ 청년부 담당 사역자이고,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성세대와 청년의 다른 면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양 세대 간의 골이 교회에서도 깊은 것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사실 소통이란 말은 아름답지만, 그것을 이루는 과정은 고단함의 연속이다. 서로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서로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른 데 자기가 본 것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고통스럽다. 물론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고통이다. 둘 다 고통이라면 좀 더 생산적인 일로 고통스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는 지점에서 세대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청년(젊은 세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또 그들이 교회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교회(기성 신자와 목회자)는 그런 그들에게 어떤 자세와 역할을 해야 하는가.

- 영원한 청춘은 없다. 다음 세대에게 신앙의 귀한 유산을 물려주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른 세대가 고민했던 지점과 공통점도 있지만 분명 시대가 바뀌면서 새롭게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무엇으로 힘들어하는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신앙의 계승은 어렵다.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이럴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이 제일 무섭고 위험하다. 청년 안에도 정말 다양한 삶을 가진 청년‘들’이 존재한다. 대학생, 고등학교 졸업생, 대학 졸업 준비생, 아르바이트생, 직장인, 사업가, 휴학생, 복학생, 남자, 여자,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대학원생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는 신앙의 지점들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공통점만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신앙으로 세워가기는 부족하다. 인생을 지나가는 시기마다 함께할 수 있는 신앙의 공동체성은 다를 수 있다. 이를 위해 말하기보다 여러 모양으로 듣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말씀하고 계시는데, 오늘의 한국교회를 보면 ‘교회 밖’에서의 신자들의 삶과 일, 이웃과의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는 부분(실천)은 많이 약한 것 같다. ‘지역에서 환대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초대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 신앙생활에서 생활신앙으로의 전환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주일&교회에서 주중&일상으로의 연결, 확장할 수 있는 모임들을 만드는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선하심은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영역(과학, 예술, 음악, IT, 정치, 문화, 학교, 직장 등)에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것은? 좋은 것은? 좋을 것은? 이것을 묻고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여유, 이를 위해 교회가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자세,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하는 형태들을 멈추고 선택과 집중할 곳을 함께 찾아야 한다. 하나님의 선하심은 다른 말로 인간 번영,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즉 하나님의 선하심은 교회와 세상을 잇는 다리이며 공동 언어이다. 이런 맥락에서 좋은 시민 되는 것과 신앙은 연결점이 있다. 다시 말해 교회 안에서의 모임으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교회 밖에 다양한 모임과 연대를 시도할 수 있다. 교회가 항상 우월한 위치가 아니라,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에 열린 마음과 겸손한 태도로 함께 하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교회는 산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환대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이 된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춰줄 교회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각 교회가 속한 지역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고민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들을 예배 자리로 초대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교회 문턱을 낮추는 고민을 어떤 내부 저항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몸부림이 있을 때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이 아니라 맛을 내는 소금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피로 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

■ 한국교회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기성 신자들, 그리고 청년, 목회자에게 각각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To. 기성 신자들 : 무기력, 냉소, 실망, 좌절, 분노 속에서도 교회는 여전히 세상의 소망이며, 교회의 안타까운 모습 속에서도 그 누구보다 마음이 찢어지심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시는 주님의 마음을 가슴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To. 청년 : 신앙생활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이 지옥인 세상에서 신앙조차도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신앙생활 끝에 남는 건 가식과 외식뿐이다. 깨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무기력한 신앙. 너는 지금 그대로 충분히 괜찮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삶의 자리로 나갈 수 있기를!

To. 목회자 : 고민조차 사치가 될 수 있는 바쁜 사역 현장 속에서도 “건강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탁월한 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질문에서 나온다. 각자 생존의 길에서 연대할 수 있는 자리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양한 생태계를 가진 건강한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함께 꿈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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