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 한 번 편히 드리고 싶다는 목회자 부인의 바람, 그러나 목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조년한남대 명예교수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지난 일요일에는 시골 농촌 한 교회에서 20여년 이상을 목회하는 장년에 든 목사부부를 만났다. 그들과는 오래 전부터 종종 만나고 이야기를 듣던 사이다. 내가 소속된 대전 퀘이커모임에서 여름 팔월 한 달 일요일 예배는 쉬고, 다른 예배에 가거나 그 동안 만나지 못한 분들을 방문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래서 서울로, 상주로, 세종으로 가면서 이모임 저 예배와 이런 저런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일요일에는 특히 칠팔십대 노인들 열대여섯 분이 참석하는 농촌교회에 갔었다. 몇 년 전부터 예배당이 부실하여 새로 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맘 속에는 ‘이 어른들이 떠나면 새로운 교인이 올 것 같지가 않은데, 예배당을 새로 짓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처음부터 견실한 자재로 충실히 지은 것이 아니기에 비만 오면 새고, 추운 겨울에는 난방이 힘들어서 목회자 부부는 언제나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힘드는 것은 모든 이들을 돌보아야만 하는 목사 부부의 삶이다. 솔직하게 모든 것은 다 공개할 수도 없지만, 언제 누가 어떤 문제로 올지도 모르기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결혼하여 처음 부임한 이후로 한 번도 휴식을 하지 못하였다는 목사 부인의 말, 한 번이라도 다른 교회에 가서 그냥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고 말했다.

일요일에 예배를 집전하는 것은, 특히 작은 시골교회의 목사나 그 부인에게는 예배가 아니라 중노동일 수밖에 없다. 육체노동일 뿐만 아니라, 아주 깊은 정서노동이다. 물론 그 자체가 누님께 드리는 희생이요, 예배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는 압박감이 자연스럽게 보통 사람의 삶을 살지 못하게 한다. 항상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살 수밖에 없도록 안팎에서 조여오기 때문이다. 이 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다른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런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수다스럽게 이런저런 일들을 어느 교인을 잡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속에서는 꼭꼭 응어리가 채워져 어떤 덩어리 같은 것이 되고 만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분기에 한 번이나 절기에 한 번 정도 다른 교회에 가서 편안히 예배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목사님은 장로님과 집사님들과 여러 번 말씀을 나누어 우리 교회 예배를 쉬기도 하자고 하세요. 목사님도 주일 예배 집전을 혼자서 하지 말고, 다른 교회에 가서 편안히 예배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 때 장로님이나 집사님에게 부탁하여 예배를 이끌도록 하세요. 그리고 장로님이나 다른 교인들에게도 꼭 우리 교회에서만 예배할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하는 기회를 가지라고 하시면 좋겠어요. 특히 목사님은 꼭 기독교 기관의 기도원이나 수양관만이 아니라, 절이나 암자에 가서 며칠을 편이 지내고 오시면 좋겠네요. 부인의 이 말씀,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 한 번 편히 드리고 싶다는 저 바램을 제도로 만들면 좋겠군요.’

부인은 좋다고 말했지만, 목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대접하면서 두 사람은 속에 쌓인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특히 부인은 더 많이 말을 하였다.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들을 쏟아냈다.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다시 돌아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들어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편안한 맘과 신뢰하는 공간이 확보되었다고 생각하여서인지, 그런 시간을 가졌다.

가톨릭의 경우에는 이사를 하면 자기가 사는 지역 성당을 나가도록 되어 있기에 예배처를 옮기는 것이 좀 자유로운 듯하다. 그러나 개신교는 대개 멀리 이사를 가도 이제까지 나가던 교회를 찾아서 예배한다. 둘 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곳에 율법적으로 매어 있는 것을 옳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목사나 일반 교인이나 모두가 다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방문하면서 다양한 예배와 말씀을 듣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직분을 가진 분들의 유연하고 자유로움이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될 때 가식을 벗어날 수 있는 솔직한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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