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 존 녹스의 흔적을 찾아서(2)- 존 녹스 정신이 깃든 던디 세인트 메리 교회

던디세인트메리교회 외관
던디세인트메리교회 외관

“던디의 시 교회들(City Churches)은 확실히 스코틀랜드의 여느 다른 교회들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건물 내의 서로 다른 공간에 다섯 개 혹은 두 개의 교회가 ‘따로 또 하나’가 되어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며, 존 녹스에 의해 개혁된 공적 교회의 첫 모습으로 인정받은 던디 교회가 18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 Church, Dundee)는 던디 시내 중심에 우뚝 서 있어서 던디의 랜드마크라고 여겨지기에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앞으로는 도시 중심을 관통하는 대규모의 도로가 뻗어있고, 반대편에는 쇼핑센터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근처 주차장에 주차한 후, ‘던디 교회’(Dundee Parish Church)라고도 불리는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 Church)로 걸어갔다.

눈앞에 예배당이 그 모습을 드러낸 순간, 거대한 예배당의 규모에 압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래스고에서 던디까지 오면서, 예배당 건물이 이만큼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예배당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던디) 세인트 메리 교회가 이렇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 교회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 ‘한 지붕 다섯 교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 교회들’(City Churches)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예배당의 엄청난 규모를 고려할 때, 다섯 개의 교회가 각각의 공간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해도 전혀 비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겨졌다.

스티블교회
스티블교회

몇 차례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소속의 두 교회가 이 예배당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 Church)로 건물의 동쪽 공간을 사용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스티플 교회(the Steeple Church)로 건물의 서쪽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세인트 메리 교회가 전통적인 장로교 예배를 드리는 데 비해, 스티플 교회는 현대적 스타일의 예배를 특징으로 한다.

종교개혁 당시에 던디 교회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존 녹스는 자신의 저서 『종교개혁사』에서 1556년 던디에 소재한 세인트 메리 교회의 모습을 “개혁된 공적 교회(Public Church)의 첫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이 교회는 1190년에 건축되었고, 원래의 건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1303년에 예배당이 잉글랜드 군대의 침공으로 불타버렸다. 1547년에 잉글랜드의 침공으로, 다시 예배당이 불타버렸다. 중세 후기에, 던디 교회(세인트 메리 교회)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역교회였다. 1841년에 다섯 개의 ‘시 교회들’(the City Churches) 중에 세 개 교회가 화재로 파괴되었고, 현재 던디 교회로 알려진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는 1844년에 재건축되었다.

던디세인트메리교회 입구
던디세인트메리교회 입구

 

존 녹스가 던디 교회를 ‘개혁된 공적 교회의 첫 모습’이라고 인정한 것은 그만큼 던디 교회가 다른 어떤 교회들보다도 가톨릭의 교리적 왜곡과 윤리적 부패와 단절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이런 의지를 실천에 옮기려는 실천적 성향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던디 교회의 개혁적 성향이 이후에 ‘한 건물 다섯 교회,’ 그리고 ‘한 건물 두 교회’의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하게 한 토대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배당 외곽을 돌아보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지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예배당 규모에 비해 예배당 건물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배당 앞에서 입구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입구가 어디인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입구를 찾기 위해 예배당 건물 외곽을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앞에서 걷던 이들이 예배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걸음을 재촉해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 서너 명의 안내위원이 예배당에 들어오는 이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곧바로 ‘스티플 교회’(the Steeple Church)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방문하려던 세인트 메리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밖으로 나와 예배당 건물 외곽을 따라서 걸어갔다. 한 곳에서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 Church)라는 글자를 확인했다. 앞에 보이는 문을 힘껏 밀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던디(Dundee) 시내까지 달려왔는데 문이 잠겨있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할 수 없이 조금 전 들어갔던 ‘스티플 교회’(the Steeple Church)로 되돌아갔다.

안내위원에게 주중에 문을 닫아 놓느냐고 묻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중에는 문을 닫아 놓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 이 예배당 건물이 다섯 개의 서로 다른 교회가 각기 서로 다른 형식의 예배를 드렸다면서 교회의 역사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과거에 ‘한 지붕 다섯 교회’였다가 지금은 ‘한 지붕 두 교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예배당 건물에 두 개의 서로 다른 교회가 ‘따로 또 같이’ 공간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보는 생소한 모습이었다.

만약 1841년의 화재로 세 개의 교회가 파괴되지 않았더라면, 이 교회는 지금도 ‘한 지붕 다섯 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처럼 세인트 메리 교회의 문이 잠겨있으니 같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소속의 스티플 교회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안내위원의 안내로 스티플 교회의 예배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웅장하고 전통적인 외관과는 달리, 현대적인 모습의 단순한 예배 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얀색의 예배실 벽과 천장은 순결한 신앙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듯 보였다. 본당 앞쪽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가장 단순한 형태의 설교단이 있었고, 설교단 좌측에는 개인 의자가, 개인 의자 옆에는 전자악기가, 종류대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교회는 예배 시간에 CCM을 즐겨 부른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설교단 우측에는 가시처럼 생긴 것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나무 두 개를 십자 형태로 붙여서 만든 십자가였다. 원래 나무 둥치에 붙어 있던 가지의 끝부분을 조금 남기고 잘라서인지 도톰하게 튀어나온 잘린 부분이 마치 가시처럼 보였다.

설교단 뒷벽에는 작은 나무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역사가 오랜 예배당의 강대상 뒷벽에 이렇게 작은 크기의 십자가를 비치해 놓은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나무 십자가는 예배당 공간의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크기였다. 게다가 십자가는 벽에 부착되어 있지 않고, 벽에 파인 작은 홈에 세워둔 것이어서 더더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던디세인트메리교회 주변
던디세인트메리교회 주변

 

나무 십자가 양쪽에는 푸른색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회중석에는 연푸른색의 개인 의자가 질서 있게 비치되어 있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에 속한 교회라 하면, 역사적인 건물, 설교 중심의 전통적인 예배, 정장 차림의 노년층 회중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스티플 교회는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때 ‘한 지붕 다섯 교회’였다가 지금은 ‘한 지붕 두 교회’로 변화된 ‘시 교회들’(City Churches)을 탐방하면서, 최근 한국교회에서 논의되는 ‘공유교회’가 떠올랐다. 물론, 던디의 한 지붕 다섯 교회(혹은 한 지붕 두 교회)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서로 다른 공간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우이지만, 같은 예배당 건물에서 두 개 혹은 다섯 개의 교회공동체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적 맥락을 고려할 때,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여겨졌다.

이처럼,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예배당 공간과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장로교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18세기 후반에 예배당 공간과 관련하여 이미 이런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오늘날 한국교회는 전통을 고수한다는 의미로 행해지는 조치가 때로는 교회의 경직성을 강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교회 모두 스코틀랜드 장로교에 속해 있지만, 전통적인 예배를 드리는 세인트 메리 교회와 현대적인 예배 형태를 유지하는 스티플 교회는 서로의 전통과 방법을 존중하며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교회는 이미 기존 예배당이 서 있는 곳에서는 수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교회를 개척하도록 교단법으로 규정하여, 개척교회의 난립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교단 소속의 교회들에게만 실효성이 있을 뿐, 실제로는 이미 교회가 들어선 건물에 타 교단 교회가 들어서면, 별다른 법적제재를 가할 수 없다. 이제는 교회 개척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교회 개척에서 탈피하여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는 새로운 유형의 교회 개척이 필요하다. 최근 관심을 가지는 ‘선교형 교회 개척’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시도되는 공유교회는 ‘한 공간 여러 교회’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교회 개척이 쉽지 않은 현시대에 단독 개척을 시도하기 힘든 작은 교회들이 공신력 있는 개척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정 교회가 품을 수 없는 회중을 다른 교회가 품을 수 있고, 한 교회가 수행할 수 없는 사역을 다른 교회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유교회는 이웃교회를 경쟁상대로만 여기고 형제교회로 여기지 않는 개교회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지향점과 특징을 가진 여러 교회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시도는 긍정적 요소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유교회를 시도하고 있는 교회들에서 나타나는 운영상의 문제점이 보완된다면, 그리고 현재 교단마다 공유교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향후 공유교회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던디의 시 교회들(City Churches)은 확실히 스코틀랜드의 여느 다른 교회들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건물 내의 서로 다른 공간에 다섯 개 혹은 두 개의 교회가 ‘따로 또 하나’가 되어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며, 존 녹스에 의해 개혁된 공적 교회의 첫 모습으로 인정받은 던디 교회가 18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던디 세인트메리 교회를 보면서, 사소한 비본질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성과 배타성은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개혁과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

1. 오늘날 개신교 예배당 건물의 내부와 외부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예배당 건물의 내외부 모습은 성도들과 외부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내가 선호하는 예배당 건물의 내외부는 어떤 모습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한국교회는 지역의 이웃교회를 형제교회로 여기지 않고 ‘경쟁상대’ 혹은 ‘우리 교회의 성장을 방해하는 교회’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이런 인식의 원인은 무엇이며, 한국교회의 이런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본 내용은 김승호, <존 녹스 로드: 영국 종교개혁지 순례>(하명출판사) 3장 내용과 사진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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