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붙이면 더 큰 상을 받겠다고 열심을 내서 충성할 수 있다. 그러면 교회의 양적 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차등 상급을 주장하는 일은 은혜의 복음을 거스르고 천국의 가치관을 뒤집은 것이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대부분 교인은 천국에 가면 공로에 따라 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교회에서 헌신의 정도에 따라 상의 급이 달라진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충성을 많이 한 교인들은 천국에서 금 면류관을 쓰고 고급저택에서 살지만, 겨우 구원만 받으면 개털 모자를 쓰고 초가집에서 산다는 허무맹랑한 말까지 하는 자들이 있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열심과 헌신을 끌어올린 큰 동력이 이런 엉뚱한 논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복적 신앙과 천국 상급에 대한 신앙의 두 바퀴가 맞물려 열심을 견인했다. 과연 이것이 성경에서 말씀하는 은혜의 복음이며 상급을 잘 이해한 상태일까? 분명히 성경 몇 군데서 상을 말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라는 말씀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씀은 세상에서 말하는 상의 개념이 아니라 구원의 상을 의미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오면 장차 천국에서 영생이라는 큰 상을 받는다고 말씀하는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노아, 아브라함, 야곱 등, 믿음의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구원이라는 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구원의 상은 말할 수 없이 큰 상이다. “그러므로 너희 담대함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큰 상을 얻게 하느니라”라고 한다(히 10:35). 이 말씀은 박해받는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환난 중에도 확신을 가질 이유는 구원이라는 큰 상을 소유하기 때문이라고 격려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나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라고 하셨다(창 15:1). 영원한 생명을 얻고 하나님의 나라를 기업으로 받은 것은 하나님이 곧 상급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여기에 무슨 차등이 있겠는가? 상급의 차등을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이 상급이라는 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성경의 상급을 세상 가치관의 시각에서 보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영원한 생명이라는 큰 상급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지면상 이와 관련한 성경의 구절들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그 대신 예수님이 말씀하신 포도원 농장에서 일한 품꾼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를 도모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마 20:1~16).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 주인과 같다고 했다. 그런데 집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과 그 후에 온 사람, 맨 나중에 온 사람의 일한 분량이 다르지만 모두 한 데나리온의 삯을 지불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일한 사람이나 일 끝나기 한 시간 전에 와서 일한 사람에게 똑같이 삯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먼저 와서 일한 일꾼들이 불평하지만, 주인은 이것이 내 뜻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 이것이 천국의 가치관이라는 말이다. 차별 없이 누구나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는다. 그러니 가장 큰 상급인 구원에서 차별이 없는데 어떤 상급이 등급별로 또 있다는 주장은 세상 가치관에서 나온 논리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리로 성도 간에 경쟁 구도를 만든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세상에서 경쟁하느라 지쳤는데 교회에서도 경쟁하느라 안식이 없다. 이 같은 경쟁을 믿음의 선한 싸움이라고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믿음의 선한 싸움은 세상과 싸우는 것이고 사탄의 세력과 싸우는 영적 싸움이다. 같은 성도들과 경쟁하고 싸우는 게 아니다. 경쟁을 붙이면 더 큰 상을 받겠다고 열심을 내서 충성할 수 있다. 

그러면 교회의 양적 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차등 상급을 주장하는 일은 은혜의 복음을 거스르고 천국의 가치관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니 더는 상급 논리로 성도들의 열심과 충성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열심과 충성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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